4050의 연인? 여전한 미인!


1980년. 영화〈라붐〉에서 청순한 매력을 발산하며 당시 모든 남학생들의 ‘책받침 속 연인’으로 군림했던 소피 마르소가 내한했다. 2000년 영화〈피델리티〉홍보 방문 이후 9년만.〈라붐〉의 앳된 모습은 없지만 원숙미에 지성까지 겸비한 그녀는 여전히 남성 팬들의 가슴을 흔들기 충분했다.

늘씬한 몸매가 드러나는 블루 컬러 원피스에 뽀얀 피부와 상큼한 단발머리.

지난 11일 오전.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소피 마르소는 세월이 비껴간 듯 변함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올해로 42살. 미모 유지 비결을 묻자 다양한 방법과 더불어 푸른 눈동자의 그녀 입에서 ‘김치’라는 단어가 나왔다.


‘김치’가 미모 유지 비결?

“아름다운 부모님의 영향으로 예쁘게 태어난 것도 있지만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즐겁게 일하려 해요. 얼마 전에는 담배를 끊었고 김치와 레드와인을 즐겨요. 일찍 일어나고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체력도 다지고 있고요.”

잦은 성형수술과 보톡스 시술로 얼굴이 이상하게 변한 중견 미녀 스타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종종 들리지만 소피 마르소는 예외다. 방한 중 진행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성형수술이 필요한가?”라고 되물었던 그녀. 메이크업 역시 무조건 감추는 짙은 스타일이 아닌 옅은 스타일을 선호한다. 그래서일까. 활짝 웃는 소피 마르소의 얼굴에서〈라붐〉속 소녀의 순수함이 묻어난다.

“피부 관리에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평상시에는 거의 화장을 하지 않고 하더라도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도록 연하게 해요.”


“한국 또 오고 싶어요”

소피 마르소에 대한 한국 팬들의 사랑은 유별나다. 그 인기에 힘입어 90년대엔 국내 화장품 모델로 활동했고 이번 입국 때도 공항에 많은 팬이 운집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한국 사람들이 날 기억해줄지 걱정했는데 환영해줘서 기뻤다”고 말한 소피 마르소는 “안녕하세요”라는 한국말 인사를 건네는 등 기자 회견 내내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4번째 방문인데 매번 사람들이 상냥하고 친절하게 대해준 게 기억에 남아요. 9년 전에 비해 음식과 자동차가 더욱 다양해졌는데 음식 중엔 김치와 비빔밥을 좋아해요. 기회가 되면 또 오고 싶어요.”

배우답게 소피 마르소는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도 빠트리지 않았다. 프랑스에서 한국 영화를 자주 볼 수 있게 돼 “한국하면 영화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는 것. 박찬욱 감독과 임권택 감독 영화를 특히 인상 깊게 봤다는 사실과 함께 박찬욱 감독에게 러브콜을 받은 사연도 공개했다.

“이탈리아, 폴란드, 미국 등 다양한 나라의 영화 작업에 참여했는데 한국영화는 아직까지 기회가 없었어요.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예전에 박찬욱 감독님이 함께 영화를 만들자고 제안했는데 잊지 않고 있으니 연락 주세요.(웃음)”


배우·감독 등 다방면 활동

80년,〈라붐〉으로 데뷔한 소피 마르소는 이후〈브레이브 하트〉〈안나 카레리나〉〈007 언리미티드〉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사랑받아 왔다. 배우로서는 물론 영화감독, 작가 등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 진출했고 2002년 몬트리올영화제에선 감독상도 수상했다.

최근에는 배우로서의 행보가 가장 눈에 띈다. 작년에만 무려 5편의 영화를 촬영했고 그 중 2편이 개봉, 2편은 개봉 대기 중이다. 바쁘게 달려온 만큼 향후 활동에 대해 “어떤 작품을 할지 정하지 않았다”고 밝힌 소피 마르소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의 일상도 살짝 공개했다.

“저에게 여가시간은 여행을 가거나 아이들과 함께 놀면서 지내는 거예요. 인생의 공허함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그동안은 바빠서 글을 쓰지 못했어요. 휴식을 취하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작품에 임할 거예요.”

프랑스 쥬얼리 브랜드 ‘쇼메(chaumet)’의 모델로 홍보를 위해 지난 10일 방한, 2박3일간의 짧은 일정을 마치고 12일 베이징으로 출국한 소피 마르소. 그녀는 주연을 맡은 영화〈Female Agents(한제 미정)〉로 오는 4월 국내 팬들과 재회할 예정이다. 2001년〈벨 파고〉이후 8년 만의 개봉작인 이 영화로 다시한번 ‘소피 마르소 붐’이 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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