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듀오 듀스의 전 멤버 故 김성재가 사망 후 14년 만에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의류 브랜드 모델로 선정된데 이어 고인의 사망에 관한 네티즌의 재수사 촉구가 이어지면서 화제를 모은 것.

최근 故 김성재는 이태리 프리미엄 진 브랜드 '리플레이(REPLAY)'의 국내 론칭 프로젝트 모델로 팬들 앞에 되살아났다. 지난 13일 티져 동영상을 시작으로 미공개 영상과 화보촬영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됐다. 3월호 패션 매거진에는 화보가 노출될 예정이며 이에 앞서 보도자료로 화보 일부가 공개돼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듀스의 또 다른 멤버 이현도가 참여한 故 김성재의 솔로곡〈말하자면〉의 ‘2009년 버전’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에 공개된 동영상과 화보는 故 김성재의 생전 사진과 동영상을 이용해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홍보대행사 측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리플레이측은 지난 해 10월부터 故 김성재 모친과 미팅을 가져 올 1월 초상권 계약을 마쳤다.

이와 더불어 현재 인터넷에선 故 김성재의 사망 사건 재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포털사이트 미디어다음의 아고라에 ‘이진원’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네티즌이 ‘김성재 사건 재수사하라’는 제목의 온라인 이슈청원을 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1995년 11월 20일 가수 김성재 사망’이란 문구로 시작되는 온라인 청원서에서 ‘이진원’씨는 ‘일반인들의 기억에는 고인이 그저 자살, 약물중독 심지어 마약연예인으로 기억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어 ‘공소시효가 2년 남았다. 고인의 명예회복과 팬들이 받은 상처와 아픔, 그리고 그를 영원히 가슴에 묻고 슬픔 속에 살아가는 어머니의 한을 풀기 위해 반드시 재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재수사를 통해 죄지은 자는 죄 값을 치르고 억울한 영혼과 상처받은 사람들에겐 손가락질과 오명이 아닌 위로와 명예회복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 1만명 서명을 목표로 한 이 청원엔 19일 현재 4000명 이상의 네티즌이 서명을 남겨 찬성을 표했다.

한편 故 김성재의 모친 육영애씨는 19일 밤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재수사 진행 여부에 대해 “여론에 따라 마음이 움직일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로서는 재수사 요청 여부를 확정하지 못했지만 여론이 힘을 실어준다면 마음이 움직일 수도 있다는 것.

육씨는 “내가 법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고 사건 당시엔 팬들도 어렸지만 지금은 팬들이 성장해 많은 도움과 용기를 주고 있다”며 “여론이 재수사 쪽으로 모아진다면 나 역시 마음을 그렇게 결정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재수사 요청을 망설이는 육씨를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건 당시 상상도 못할 고통을 겪었기에 결정이 쉽지 않은 것.

육씨는 재수사나 이를 통한 범인의 처벌보다는 “진실이 알고 싶다”는 의사를 강하게 피력했다.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만 알 수 있다면 고통이 줄어들 것 같다는 것. 육씨는 “성재가 사망한 곳이 호텔이었는데도 숙소로, 다량의 동물마취제가 몸에서 발견됐는데도 약물복용으로, 타살 혐의가 밝혀졌는데도 자살로 알려져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최근 故 김성재 사망을 자살로 보도한 일부 언론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청한 것도 이 때문.

육씨는 “만에 하나 범인이 잡혀도 사형을 요구할 생각이나 따져 묻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저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데 이대로 모든 걸 궁금해 하고 의심만하면서 살수는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성재는 오른손잡이인데 오른팔에 28개의 주사바늘 자국이 있었다. 불가능한 일이다”며 “성재 사건 2심을 언제, 어디서 하는지 나는 통보도 받지 못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라며 억울한 심경도 털어놨다.

한편 故 김성재는 95년 11월 20일 새벽. 서울의 한 호텔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최고의 힙합 듀오 듀스 멤버이자 솔로로 첫 발을 내딛었던 고인의 죽음은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충격을 안겨줬다.

이후 여러 가지 정황상 고인의 타살 가능성이 제기됐고 검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故 김성재 여자친구로 알려졌던 K양을 지목했다. K양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후 진범이 잡히지 않아 결국 故 김성재의 사망은 의문사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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