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두 세번씩 권전고문과의 면회를 위해 서울 구치소를 찾고 있는 최측근 인사는 최근 기자와 만나 “권전고문의 병세가 심각해져 걱정이다”며 “재판부가 보석신청을 받아 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인사는 “칠십의 고령인데다 지병까지 앓고 있는 상황에서 수감생활을 계속한다는 것은 무리다”며 “그곳에서 치료를 받고 있긴 하지만 환경이 워낙 열악해 병세가 갈수록 심각해져 가고 있다”고 말했다. 병세가 악화되자 권전고문은 구치소 병동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치의인 한인곤 박사가 일주일에 한번씩 진료를 하고 있다. 하지만 병세가 심각해 정상적인 치료를 받아야 할 처지라고 한다. 한박사는 “갈 때마다 처방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며 “수감이라는 극단적 스트레스와 부적절한 위생상태가 병세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권전고문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 수면제 처방을 내렸다고 한다. 한박사는 “거의 뜬 눈으로 날을 샌다면서 고통을 호소하더라”며 “잠을 못 자서 몹시 괴로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전고문은 옥중에서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측근들이 방문할 때마다 무죄를 확신하며 수감생활의 고통을 하소연하고 있다. 측근인사에 따르면 처음엔 분통이 터져 화를 많이 냈는데, 지금은 “억울하다”는 말 이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권 전고문은 당뇨로 인한 합병증으로 무려 14가지 병에 시달리고 있다. 고혈압, 심근경색, 고지혈증, 뇌경색증도 14가지 질병 중의 하나. 게다가 정신이상 증세까지 보이고 있어 주변사람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측근인사는 “빨리 나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걱정이 많다”며 “전에 구속됐을 때는 그래도 잘 버텼는데 이번엔 정말로 참기 어려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MCI코리아 소유주 진승현씨의 돈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을 당시만 해도 비교적 잘 버텨냈다는 게 측근의 전언이다. 당시에도 권전고문은 당뇨나 고혈압 등 갖가지 질환으로 시달렸었다. 하지만 우울증 등 정신질환은 그다지 심각한 편이 아니었다. 그
만큼 이번 사건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은 셈. 한박사는 “지병인 심장질환이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악화됐고, 심근경색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아 자칫하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다”며 “불구속 치료가 다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재판부는 권전고문의 현대비자금 사건과 관련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하지만 권전고문은 나오지 않았다. 현장검증은 40억원을 싣고 다이너스티가 달릴 수 있느냐의 여부를 놓고 진행됐다. 권 전고문의 변호인측이 “현금 50억원을 싣고는 차가 움직일 수조차 없다”며 돈 전달방법이 상식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데 따라 이뤄진 것이었다. 하지만 현금 50억원을 실은 자동차는 운행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뷰- 주치의 한인곤(삼성제일병원) 박사
정신적 충격으로 “죽고싶다” 반복
- 권전고문의 건강상태가 심각한 상황인가.
▲그렇다. 현재로선 매우 안 좋다. 수감생활을 더 이상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 병명을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14가지 병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다. 가장 심각한 것은 당뇨와 고혈압이다. 합병증까지 일으켜 상황이 매우 안 좋다. 고혈압으로 인한 동맥경화와 심근경색, 고지혈증 등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이미 혈관이 좁아진 상태라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를 상황이다. 최근에는 우울증세가 심각해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해 졌다. 얼마전에는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해서 수면제 처방 강도를 높였다.
- 우울증세는 어떻게 나타나나.
▲잠을 못 잔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신적 안정을 찾을 수 없고, “죽고싶다”는 등의 말을 반복한다. 원래 말이 별로 없는 분이라서 많은 말을 하진 않지만 절망적 얘기를 자꾸 반복한다.
- 일주일에 몇번 진료를 하나.
▲매주 한번씩 가고 있다.
- (건강상의 이유로)보석신청을 이미 했다는데.
▲갖가지 질병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어서 보석신청은 불가피하다. 나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 수감생활을 계속한다면 생명까지 위험한 건가.
▲그렇다. 시급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