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서면 마음 편해져요”


이지훈(30)은 만능엔터테이너이다.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연기는 연기, 못하는 게 없는 다양한 끼를 가진 스타이다. 그는 가수로 연예계에 데뷔한 뒤, TV 드라마, 뮤지컬무대로 활동범위를 넓혀가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다. 그의 색다른 변신을 보여줄 뮤지컬〈내 마음의 풍금〉의 공연 연습이 한창인 대학로에서 이지훈을 만나봤다.

가수 이지훈(30)은 시간을 거스른다. 서울 대학로의 젊은 에너지를 모조리 빨아들이며 회춘 중이다.

4월 무대에 올리는 뮤지컬〈내 마음의 풍금〉으로 요즘 대학로 연습실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서른 줄에 들어서도 소년 같은 이미지의 그는 청춘의 상징인 대학로와 묘하게 어울린다.

전작인 뮤지컬〈햄릿-월드버전〉의 ‘햄릿’ 왕자에서〈내 마음의 풍금〉중 ‘선생님’ 평민으로 내려왔다.

그래도 마음만은 왠지 편안하다. “사람들은 저를 차갑고 까칠한 왕자 이미지로 볼 지도 모르지만, 사실 저는 털털하고 수수하고 있는 듯 없는 듯한 ‘동수’에 가까운 남자예요”라면서 웃는다. “어수룩하면서도 따뜻하고 젠틀하고 순수한 제 모습이 그대로 묻어나는, 저에게 꼭 맞는 역할인 것 같아요.”

이지훈은 어느덧 뮤지컬계에서 제대로 자리 잡았다.〈얄타보이즈〉때의 반응은 그저 그랬지만〈햄릿〉으로 확 떴다.〈햄릿〉에서 이지훈을 본 공연 관계자들이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 역을 맡겨도, 저 역을 맡겨도 잘 소화해내고 있는 이지훈이다. 가끔씩은 기대 이상의 멋진 퍼포먼스를 선보여 관객들을 정말 놀라게 만들기도 한다.

연기와 노래, 이제 좀 적응 됐다. 그래도 춤은 여전히 어렵다. “햄릿 때와 달리 무거운 칼도 내려놓고, 탭댄스를 안 춰도 돼서 한숨 돌렸는데, 이번 뮤지컬에는 탱고 춤이 있더라고요. 다 같이 연습할 때는 잘 따라 하거든요. 그러다가 혼자서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해요”라며 웃는다. “춤 솜씨는 정말 타고 나는 것 같아요. 그것 말고는 제가 춤 못추는 것을 설명할 길이 없네요.”

〈내 마음의 풍금〉은 16세 늦깎이 초등학생 ‘홍연’이 시골로 갓 부임한 교사 ‘동수’를 짝사랑 하는 것이 뼈대다. 공연 내내 안타까운 짝사랑을 그리다가 결말 즈음해서 동수와 홍연의 결혼 장면을 내보내 해피엔딩을 암시한다.

“저도 어렸을 때는 순수하게 누군가를 좋아했던 적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한 감정을 경험한 사람들은 뮤지컬을 보면서 미소 지으면서 과거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거예요”라는 귀띔이다.

그는 “‘사랑’을 그린 뮤지컬을 하다 보니 왠지 사랑이 하고 싶다. 그러나 짝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제가 차가워 보여서 사람들이 잘 다가오지를 않아요. 한 번만 만나고 나면 친해지는데 말이죠. 그것도 그렇고 제가 사람들한테 마음을 잘 안 여는 것 같아요. 여자분들을 만나봐도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여러 번 만나지만 딱 거기까지인거 같아요.”

그래서 결혼도 아직 먼 미래의 일이다. “원래 계획은 서른두살에 결혼하는 거였죠. 앞으로 한 일년 남았나요. 글쎄요, 그때까지는 좀 어려울 것 같은데요. 지금 여자친구도 없잖아요. 마음 맞는 짝을 만나기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지금은 여자친구에게 쏟을 애정을 뮤지컬에 쏟아 부을 겁니다.”

이지훈의 뮤지컬들은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국내에서는 가수 활동이 뜸하지만 일본에서는 4년 전부터 매해 콘서트를 열고 있다. 이지훈의 일본 콘서트에 매료된 청중이 뮤지컬 하는 이지훈을 보러 한국을 찾는다. 뮤지컬 ‘햄릿’은 일본 관광상품에 필수 코스로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내마음의풍금은 봄을 느낄 수 있는 새싹 같은 뮤지컬이에요. 잔잔한 여운이 오래 남는 뮤지컬이구요. 사랑이든 뭐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그런 설렘을 부르는 뮤지컬이기도 하지요.”

이지훈이 순박한 선생님으로 나오는 뮤지컬은 오는 4월 4일부터 5월 24일까지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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