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이창용…“그들은 왜 극단적 죽음을 선택했나?”

지난 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울대병원에서 KBS 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써니 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故 장자연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연예인 자살 경보가 울렸다. 2005년 고 이은주 자살사건 이후 정다빈, 유니, 최진실 등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이 매년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꽃보다 남자〉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신인연기자 장자연에 이은 트로트 가수 이창용이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연예계를 충격과 비통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전도유망한 스타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 주범은 다름 아닌 우울증이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연예인들은 하나같이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치열한 경쟁, 그리고 주변의 시선과 기대가 연예인들을 쉽게 우울증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연예인 자살이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7일, 인기드라마〈꽃보다 남자〉에 출연한 탤런트 장자연이 성남시 분당 자택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녀의 자살 충격이 사라지기 전에 트로트 가수 이창용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해 연예계를 비통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국내 연예인의 자살은 96년 가수 김광석이 목숨을 끊는 사고가 시작이었다. 이어 아이돌스타 서지원이 연예계 생활에서 오는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2005년 영화배우 이은주가 우울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자살을 선택했다. 이후 안재환, 최진실, 정다빈, 장채원, 김지후, 이서현(그룹 엠스트리트), 김석균, 장자연, 이창용 등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연예인 자살 문제의 심각성은 모방 자살이 사회적 문제로 점화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지난 2005년 이은주 자살 이후 모방 자살을 선택한 일반인이 늘어났다. 자살자 수가 하루 평균 2.5개 증가했다. 이른바 유명인의 자살을 따라하는‘베르테르 효과’가 발생했다.

74년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필립스가 발표한 ‘베르테르 효과’학설은 자신이 모델로 삼거나 존경하는 인물, 또는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유명인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통일시해 자살하는 현상을 말한다.


화려한 스타들의 이면에 감춰진 외로움

일반인이 바라 볼 때 연예인의 사생활은 화려하다.

멋진 옷에 화려한 무대, 그리고 수많은 팬들의 함성과 환호, 이런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대중들의 관심을 끌며 멋진 기사 거리가 된다.

이처럼 화려하고 멋진 인생을 살아갈 것 같은 연예인들이 자살하는 이유가 뭘까. 그것도 우울증을 앓을 만큼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일반인이 바라볼 때 화려해 보이는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살아가는 방편은 대동소이하다. 대중들과 똑 같은 아픔과 슬픔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 아픔과 슬픔이 밖으로 표출되지 않았을 뿐이다. 어떻게 보면 일반인들보다 더 많은 숙제를 안고 있는지 모른다.

일반인은 일상의 삶만 책임지면 되지만, 연예인의 경우 대중들과 소통하고, 그들 속에서 얻은 인기를 먹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인기가 많고 없음을 떠나 연예인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그런 어려움이다.

연예인을 자살로 몰고 간 악의적인 네티즌들의 ‘악플’에 대한 문제점이 심각하다.

각종 루머가 확대 재생산이 되어 인터넷에 실시간에 공개되면서 해당 연예인을 자살로 몰고 가는 현상마저 생겨났다.

악플에 대한 피해자는 지난해 자살한 여배우 최진실, 유니 등이다. 이들은 악성 악플로 인해 심적 우울과 괴로움에 극단적인 자살을 선택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도 이런 악플 때문에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억누르고 있는 배우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살한 연예인이 절망적인 선택을 결정한 배경 뒤에는 공통적으로 우울증이 자리 잡고 있었다. 화려하게만 보이는 삶 속에는 남들에게 드러내지 못할 상처가 깊었고 적절한 치유방법도 찾지 못한 것이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몬 것이다.

박용천(한양대학교병원 신경 정신과)교수는 “우울증은 전문가와 상담하고 치료하면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연예인의 경우 직업적인 이유 때문에 병원에 오는 것 자체를 민감하게 생각하고 꺼려한다. 이런 것이 환경적인 첫 번째 요인이고, 두 번째는 성격적으로 의사한테 상담하고 치료를 받는 것을 꺼려한다. 이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고 결국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연예계에 종사하는 인원은 1만여명이다. 여기다 스타를 꿈꾸는 예비스타까지 합하면 수만 명이다. 이들 가운데 스타로 오른 것은 수천분의 1이다. 이 때문에 연예인을 가리켜 스타라고 한다. 하늘에 떠 있는 별 만큼이나 스타자리에 오르기 힘들다는 점을 간접 설명하고 있는 셈이다.

많은 연예인들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무대와 카메라, 그리고 일상생활을 오가며 몸도 마음도 지친 힘든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인기를 얻는 것은 물론이고, 인기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많은 연예인들은 연예계 생활을 힘들어하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종화 씨는 “대중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살아가는 연예인이라는 직업. 그 대중들의 사랑이 없어지면 그들은 설 곳을 잃게 되고, 우울증에 빠지게 되며 극단적으론 자살을 택하게 된다. 연예인의 인기가 사라지면 곧바로 경제적 어려움이 닥친다. 인기 없으면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경제적인 문제를 떠안게 된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겹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들이 보기엔 화려하기만 한 그들의 직업에도 이런 이유들로 인해 자살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연예계 내에서도 제도적 보안책이 필요하다”면서 “많은 연예인들이 연예계를 막연한 환상처럼 생각하고 있다. 이것이 문제다. 연예인도 직업이다. 연예인을 직업이라는 생각을 하면 인기에 연연해 극단적 선택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 일반인들은 회사에서 쫓겨나고, 인기가 없다고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지 않는다. 회사에 쫓겨나면 다른 회사나, 창업을 하면 된다. 연예인도 마찬가지이다. 인기가 없다면 다른 분야를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고 말한다.

정종화 씨는 연예계를 직장으로, 연예인을 직업으로 생각하면, 모든 문제가 풀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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