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필리핀의 바다를 찾았다. 늘 멋진 추억을 안겨주는 곳이기에 여행에 대한 기대가 새로운 무언가에 대한 갈망으로 부풀었다. 팔라완의 코론Coron은 그런 여행자의 달뜬 마음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안식과 안도의 나날을 잉태했던 바다의 선물, 코론. 그곳에서 보내온 긴 초대장.

흔히 팔라완을 필리핀에 남은 마지막 비경이라고 얘기한다. 태고의 생태가 아직 그대로 남아있어 때 묻지 않은 원시 자연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팔라완은 이미 소문난 여행지이다. 

주도인 푸에르토프린세사와 고급 허니문 리조트로 유명한 엘니도, 다이버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코론을 찾아오는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코론은 그런 팔라완에서 막내와 같았다. 

아직은 순박하고 귀여워, 풉하고 웃음이 나기도 했고 괜히 머리 한 번 쓰다듬어 주고 싶어지는 그런 감성이 스멀스멀 샘솟아났다. 그것만 이 전부는 아니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바다 여행의 모든 즐거움과 행복이 코론 안에 함께 존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코론에 숨은 다섯 가지 비밀
 
흔히 떠올리는 필리핀의 아름다운 휴양지라고만 하기에 코론은 좀 아쉽다. 하나가 보이면 또 다른 하나가 나타나고, 새로움이 느껴지면 오래된 것들이 주위를 맴돈다. 코론은 그 모든 것들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아낌없이 꺼내놓은 비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냈다.

▲바닷속 신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10여 대 이상의 일본 함정들이 코론 인근 해역에 침몰했다. 산호초로 둘러싸여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난파선들은 오늘날 코론을 세계적인 다이빙 성지로 만들었다. 곳곳에서 스노클링과 다이빙을 하며 갖가지 바다 동물과 식물로 가득한 신비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

▲미지의 세계
필리핀인 듯, 필리핀이 아닌 듯 코론은 종종 이색적인 풍경을 우리 눈앞에 펼쳐 보인다. 마치 아프리카에 와 있는 것 같은 야생동물보호구역, 바다 속에 숨긴 보석 같은 호수와 맹그로브 숲 속의 소금 온천 그리고 기이한 암석들이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 산을 이룬 절경까지 필리핀에서도 가장 먼 미지의 세계를 선사한다.

▲아날로그 감성
코론의 관문인 부수앙가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우리에겐 낯선 풍경들이 정겹게 펼쳐진다. 프로펠러 비행기, 색색깔 우산을 들고 활주로를 걸어가는 승객들, 사람이 직접 짐 찾는 곳까지 운반해주는 캐리어, 무게를 재는 바늘 달린 저울까지. 공항을 빠져나와도 마찬가지다. 거리에서도 시장에서도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오래된 사물과 풍경이 잊었던 감성을 포근하게 위무한다.

▲일상으로의 초대
코론의 중심인 코론 타운은 번잡하지만 유난스럽지 않다. 주민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여행지의 풍경이 따로 떨어지지 않아서다. 작은 바닷가 마을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필리핀이나 글로벌 유명 프랜차이즈의 간판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유명 여행지가 아닌, 코론만의 보통 삶 속으로 전 세계의 여행자들을 초대한다.

▲맛과 멋 그리고 서비스 마인드
코론의 숙박 시설들은 여느 유명 휴양지의 그것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대형이라는 느낌이 빠져버린,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진 중·소형의 숙박시설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곳에는 코론의 멋과 맛이 담겨 있어 왠지 궁금하고 또 반갑다. 어디에 내놔도 부족함이 없는 모든 스태프들의 서비스 정신은 따뜻한 베풂으로 이어져 더욱 아늑하고 맛있는 휴식을 보장한다.

코론의 얼굴
코론 여행이 시작되는 코론 타운은 바다로 향하는 관문이자 주민과 여행객이 한데 어울려 지내는 일상과 여행의 중심지이다. 작은 거리에는 트라이시클이 끊임없이 오가고 크고 작은 음식점과 상점 그리고 필요한 모든 것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 
 
타운의 중심에 우뚝 선 타피야스 산에 오르면 코론 타운과 주변 섬들이 어우러진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정상의 전망대에서 마주하는 해넘이는 놓쳐서는 안 될 최고의 풍광.

마퀴닛 온천
코론 타운에서 자동차를 타고 약 20~30분 정도 비포장도로를 달리자 바닷속 온천이 나타났다. 입구에서 바라본 노천탕 주변은 맹그로브 숲으로 우거져 있고, 그 너머로 넓은 바다가 펼쳐진 전혀 뜻밖의 모습이다. 

예상치 못한 이 조합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지만 이내 신비롭기까지 한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을 빼앗겼다.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보며 온천이 이곳에 어떻게 생길 수 있었는지 한참을 궁금해하다 노천탕에 몸을 담갔다. 깜짝 놀랄 정도로 뜨거운 온천수, 호기심에 그 맛을 보니 바닷물의 짠맛이 그대로 전해져 더욱 흥미롭다. 
무더운 날씨에 즐기는 온천욕이지만 이열치열을 즐기는 한국인에게 빼놓을 수 없는 코론의 이색 코스. 매일 저녁 하루 일정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곳이 됐다.

<info>
마퀴닛 온천은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해수 온천으로 휴화산인 달라라 화산으로부터 40도가 넘는 온천수가 흘러온다. 코론 타운에서 트라이시클로 이동 가능하며 요금은 기사와 흥정하기 나름이지만 왕복 300페소 정도. 온천 입장료는 성인 200페소. 오픈 시간은 오전 8시에서 저녁 8시까지.

퍼블릭 마켓
어느 도시를 가도 마찬가지이지만 현지인의 일상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을 꼽으라면 코론에서도 역시 시장이다. 코론 타운의 선착장과 지프니 정류장 옆에 퍼블릭 마켓이 자리잡고 있다. 

길게 늘어선 트라이시클과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로 분주한 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따라다니던 재래시장이 떠올랐다. 현대화된 우리의 마트나 시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들이 줄을 지어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주인장이 직접 만든 게 분명한 파리 퇴치기들.

매대에 가득한 생선과 고기를 사수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상인이 손으로 기다란 파리채를 들고 연신 휘두르는 가게도 있고 가느다란 기계가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한가로이 돌아가는 가게도 있다. 

마치 파리 퇴치기에 따라 가게의 수준이 결정되기라도 하는 듯한 모습이 재미있어 더욱 꼼꼼하게 시장을 둘러봤다. 어디라도 그러하듯, 풍성한 먹거리와 볼거리 그리고 흥미로운 물건과 사람들이 환한 미소를 만드는 곳, 코론 퍼블릭 마켓이다.

<tip>
퍼블릭 마켓 뒤편으로 현지인들이 살고 있는 수상가옥들을 볼 수 있다. 독특한 풍경을 담은 사진을 건질 수 있는 풍경. 퍼블릭 마켓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크랩, 라푸라푸 등의 싱싱한 해산물을 구매할 수 있고, 코론 타운 안에 요리를 해주는 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info> 코론 타운의 맛집

▲카와야난 그릴 & 레스토
코론 주민들이 추천하는 맛집으로 다양한 종류의 필리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저녁에는 전통 건축 양식의 야외 테이블에서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식사를 즐길 수 있으며, 포켓볼과 가라오케도 이용할 수 있다. 해산물 모둠이나 생선 요리 등을 많이 찾는다.
▲비스트로 코론
유럽인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인 비스트로 코론은 피자와 스파게티로 트립어드바이저 등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비스트로 피자와 토핑으로 계란 노른자가 올라간 마가리타 피자가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졌다.

▲달리 달리
필리핀어로 빨리빨리를 뜻하는 달리 달리는 코론에서 유일한 한국 식당이다. 불고기, 비빔밥, 떡볶이, 라면 등이 주 메뉴이지만 사전예약을 하면 참치회, 간장게장 등도 맛볼 수 있다. 해물퐁당라면은 이 집의 베스트 메뉴, 주인장에게 얻어 가는 코론 여행 정보는 덤이다.

타피아스 산 트레킹
 
코론 앞바다의 수평선 위로 조금씩 해가 떨어지기 시작할 무렵, 타피아스 산을 오르기 시작했 다. 초록으로 둘러싸인 언덕 위에 하얀 ‘CORON'이라는 글자와 커다란 십자가가 서 있는 그곳은 코론 타운의 정상. 코론 타운에서는 어디서든 훤히 보여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이 무척 궁금했다. 

그다지 높지 않은 언덕처럼 보이지만 720개의 계단을 올라야 하는, 중간 중간의 평지까지 포함해 약 1000개의 발자국이 필요한 길이다. 해가 내려앉으며 어둠이 조금씩 짙어지는 시간, 발걸음은 갈수록 무거워졌지만 마음은 바빠졌고 기대는 점점 커져갔다. 그렇게 도착한 정상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펜스 앞을 차지하고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감상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하늘이 검붉어질수록 사람들의 얼굴은 환하게 빛났다. 

하늘과 바다, 구름과 섬, 그 모든 것들이 어지러운 듯 화려하게 그리고 거창하지만 고요하게 한 장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다. 붉고 검은 빛이 영그는 파란 하늘과 바다, 그 모든 풍경을 코론의 아담한 마을은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tip>
타피아스 산의 높이는 해발 약 210미터로 도보로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약 20분 정도 소요되는데, 따로 물을 마실 곳이 없으니 생수 한 병쯤 준비하는 것이 좋다. 정상에서 보이는 섬들 중에서 잠자는 거인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이곳의 관람 포인트.

<info> 잠시 들를 만한 곳
 
▲성 어거스틴 패리쉬 성당
코론 타운의 유일한 성당으로 작은 규모의 아담한 성당이다. 예쁘장한 외관과 깔끔하게 정돈된 내부의 모습이 인상적인데, 관광지가 아닌 주민들이 다니는 필리핀의 성당 모습을 잘 들여다볼 수 있다. 언제든 자유롭게 내부 관람이 가능하다.

▲루알하티 파크
방카 선착장 바로 앞에 위치한 시민 공원으로, 어둠이 내리면 코론의 연인들이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데이트를 즐기는 곳이다. 공원 안에 특별한 볼거리는 없지만 바다를 앞에 둔 코론 타운과 타피야스 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필리핀의 길거리 음식들 을 맛볼 수 있다.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짚라인이 설치돼 있지만 현재는 운영하지 않는다.

▲코론 기념품 숍
코론과 팔라완의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한다. 지역의 전통 문양이 새겨진 다양한 수공예 제품과 조개껍질 등으로 만든 아기자기한 소품을 구입할 수 있다.
<사진=여행매거진 GO-O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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