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쪼개졌다. 김무성·유승민 의원 등 비주류가 집단 탈당을 선택, 개혁보수 신당이라는 새로운 보수정당 건설에 나섰기 때문.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 정국 여파로 새누리당 분당이라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한 것. 전신 정당인 한나라당까지 포함해도 원내교섭단체가 만들어지면서 당이 분당된 것은 유례 없는 일이다. 야권에서는 분당과 합당이 흔한 일이었지만 영남과 보수충을 기반으로 하는 새누리당의 경우 “탈당은 곧 시베리아”라는 인식 때문에 쉽지 않았던 일이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보수 정당 사상 첫 분당… 새누리당 vs 보수신당 보수적통 경쟁
- 潘 영입시 세 불리기 가속화·대선국면 주도권 확보

“개혁보수신당의 운명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손에 달려 있다. 1월 중순 귀국하는 반기문 총장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보수신당의 순항 여부도 결정된다. 만일 보수신당이 반기문 영입에 성공하면 상반기 조기대선 국면에서 새누리당을 누르고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한다. 만일 실패할 경우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보수신당의 운명에 대한 신당 관계자의 전망이다. 식물정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을 대체하고 보수혁신을 기치로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 간판으로는 대선 전망이 너무나 불투명하기 때문. 특히 보수신당에는 상대적으로 개혁 성향이 강했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 남경필 경기지사, 김용태 의원, 정두언 전 의원 등이 포진해 있다. 반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에 실패할 경우 순항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보수신당 내부에 차기 잠룡들의 지지율이 미약하기 때문. 반 총장이 보수신당의 러브콜을 거절한다면 불임정당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보수 주도권 싸움 본격화 반기문 선택은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 29명은 얼마전 탈당과 더불어 분당을 선언했다. 비례대표인 김현아 의원은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에 새누리당에 출당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선도탈당파인 무소속 김용태 의원이 합류하면서 30명으로 불어났다. 가칭 개혁보수신당의 탄생이다. 새누리당 사무처 당직자 수십여 명도 보수신당으로 이동했다.

새누리당의 강고한 보수 독점 체제가 깨진 것. 새누리당과 보수신당이 보수 적통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힘겨루기가 시작된 것이다. 특히 개혁보수신당의 탄생으로 원내 지형도가 바뀌었다. 20대 국회는 1여(새누리당) 4야(민주당·국민의당·개혁보수신당·정의당) 체제로 개편됐다. 특히 새누리당 의석수가 99석으로 줄어들면서 야4당과 야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들이 합류할 경우 개헌도 가능하다. 아울러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키면서 경제민주화 입법은 물론 박근혜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도 무력화할 수 있다.

보수신당의 출발은 나쁘지 않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지난해 12월 4주차 주중집계(12월 26∼28일, MBN 의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p)에 따르면 17.4%를 얻으면서 민주당(33.7%)에 이어 2위를 기록한 것. 분당 이전 22.4%를 기록했던 새누리당은 6.6%p 폭락하면서 15.8%를 기록했다. 거의 대부분의 지역과 계층에서 큰 폭으로 지지층이 이탈했기 때문이다.

다만 보수신당의 탄생 과정에는 예기치 못한 내홍이 있었다. 당초 공언했던 35명에서 탈당 의원 숫자가 다소 줄어든 것. 특히 김무성, 유승민 의원과 더불어 신당의 간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나경원 의원이 정강정책을 둘러싼 논란 끝에 신당행을 보류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친박계도 당장 반격에 나섰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당초 비박계에서 35명 탈당자가 있을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는데, 그 숫자를 채우지 못했다면 그분들의 1차 탈당이 실패했다고 본다”고 평가절하했다. 친박계 초선의원 20여명도 성명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은 보수의 진정어린 반성과 개혁”이라며 “탈당은 반성과 개혁에 역행하는 명분 없는 보수 분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개혁보수신당 순항 여부, 추가 탈당 분수령

결국 보수신당의 성패는 추가 탈당이 변수다. 오는 24일 창당 때까지 어느 정도 세를 불리느냐에 따라 보수정당의 대표성과 정통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 보수신당은 기존 새누리당과 완전하게 차별화된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를 지향하고 있다.

보수신당은 원내 3당인 국민의당(38석)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 새누리당 의원들을 대거 흡수하겠단 계산이다. 만일 소속 의원 숫자가 65명까지 늘어나면 민주당에 이어 원내 2당이 된다.

주호영 보수신당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1차 집단 탈당에 동참하지 않은 의원들의 경우 지역에 설명하는 과정을 거친 후에 새누리당을 탈당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상당수 의원들이 이런 입장이기 때문에 곧 새누리당을 넘어서는 의석수를 가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새누리당 의석수가 99석이라는 점을 고려하며 추가 35명 이상의 의원이 보수신당에 합류하면 제2당으로 도약할 수 있다. 새누리당에는 중도성향 및 비박계 성향 의원이 40여명으로 추산되는 만큼 전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특히 이달 중순 귀국할 것으로 알려진 반 총장의 행도 변수다. 새누리당 내부의 상당수 의원들이 반 총장과 함께 정치적 행보를 같이 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과 보수신당의 이른바 적통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탈당 인원 최소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새누리당 구원투수로 등장한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친박 핵심 의원들을 겨냥해 자진탈당 촉구 등 강력한 인적청산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점도 변수다.

만일 인명진 비대위가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을 위기에서 거둔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처럼 성공을 거둔다면 새누리당도 반전의 계기를 잡으면서 추가 탈당을 최소화할 수 있다. 

보수신당의 향후 최대 과제는 반기문 총장의 영입이다. 반 총장이 합류할 경우 세 불리기를 가속화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조기대선 국면을 앞두고 개헌 논의나 정계개편 등 향후 정치일정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유력 대선주자인 반 총장의 합류는 한마디로 천군만마다. 반기문 총장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국특파원들과의 기자회견에서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고 수단과 비전이 필요하다”며 기존 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보수신당 대주주인 김무성·유승민 의원도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김무성 의원은 “반기문 총장이 이미 박근혜 사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은 택할 리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합류를 낙관했다. 유승민 의원 역시 “반기문 총장이 새누리당을 선택할 가능성은 없다”며 “건전한 개혁적 보수의 길에 동의해 우리 신당에 오셔서 경선에 참여, 대선 후보가 되는 길을 택한다면 정말 대환영”이라고 구애를 보냈다.

보수신당이 반기문 영입에 공을 들이는 것은 유력 차기주자가 없다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 보수신당에는 김무성·유승민 의원, 남경필·원희룡 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차기 잠룡이 적지 않다. 김무성 의원은 이미 새누리당 시절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나머지 주자들의 경우 차기 지지율이 5% 미만에 불과한 군소 주자다. 일부 조사에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보다 낮은 지지율을 보여줄 정도다.

내년 상반기 조기대선 실시가 유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보수신당의 입장에서는 반 총장 영입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더구나 대선출마는 현실정치의 기반이 없으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반 총장이 어떤 식으로든 기존 정당과의 연대는 필수적이다.

다만 대통령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사실상의 식물정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을 선택할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실제 반 총장은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선언하며 친박계와는 선긋기에 나섰다.  

반기문 제3지대 유턴 시 낙동강 오리알?

반면 반 총장이 보수신당을 외면하고 제3지대에서 독자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보수신당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악몽이다. 1월 말 창당을 앞두고 추가적인 세 불리기가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대선 전망 또한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반기문 총장 주변에서는 반 총장이 기존 정치권에 곧바로 합류하기보다는 민생행보를 중심으로 당분간 독자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차기 지지율이 높은 반 총장의 보수 진영 재편의 상수로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국민 여론수렴은 물론 본인의 대권비전 등을 제시하면서 본인의 정치적 몸값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이후 다른 정당과의 연대 또는 통합을 통해 정치적 파이를 더 키운다는 것.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은 반 총장과 정치적 행보를 함께할 것이  확실시된다.

신당행을 보류한 나경원 의원은 사실상 반기문 지지를 선언했다. 나 의원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중도 보수의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지금의 국제정세에서 가장 필요한 분”이라면서 “반 총장께서 대선 행보를 한다면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반 총장이 개혁보수신당으로 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진석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행보 역시 관심사다. 반기문 총장의 정치적 메신저 역할을 맡아왔던 정 원내대표는 연말 미국 뉴욕을 방문해 반 총장의 향후 대권일정을 물밑에서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은 이 자리에서 “나라가 위기상황”이라면서 “정치적으로 대통합을 모색해야 한다. 경제·사회적으로 대타협이 필요하다. 정치권에서 위기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행보가 본격적인 초읽기에 접어든 반 총장이 신당 창당이나 기존 정치세력과의 연대를 언급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정치적 대통합’이 제3지대를 중심으로 중도 보수 진영을 모두 아우르는 이른바 반기문 발 정계개편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반기문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는 보수신당으로서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수 있다. 자칫하다가는 기세등등하게 시작한 창당 작업이 시작부터 최대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보수신당 국회의원 명단

강길부 권성동 김무성 김성태 김세연 김영우 김재경 김학용 박성중 박인숙 여상규 오신환 유승민 유의동 이군현 이은재 이종구 이진복 이학재 이혜훈 장제원 정병국 정양석 정운천 주호영 하태경 홍문표 홍일표 황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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