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대거 투입해 공사 속도↑…입주자 측 ‘부실시공 어쩌나’

▲ 2016년 12월 12일 부영 동탄2신도시 A23BL 공사현장. 2017년 2월 말 입주를 앞두고 포크레인 등이 분주하게 작업 중이다.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부영주택이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A23블록(BL)에 공급한 ‘사랑으로’ 아파트. 최근 이 아파트 입주예정자들과 부영이 갈등을 빚고 있다. 공사기간 지연으로 당초 예정일보다 입주가 늦어지고 있어서다. 부영 측은 입주 날짜를 연기하고 이 날 전까지 완공을 약속했다. 그런데 입주자들은 오히려 공사가 제때 완료되는 것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어찌된 사연일까.

부영은 최근 동탄2신도시 A23BL 입주예정자들에게 한 통의 안내문을 보냈다. 입주예정일을 당초 2017년 1월 말에서 2월 말로 한 달 연기한다는 내용이었다. 공사 진행 과정에서 자재 수급 문제 등이 이유였다.

입주자들은 황당했다. 부영이 분양자를 모집하면서 ‘2017년 1월에 반드시 입주하도록 해주겠다’고 자신하다가 갑자기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연기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게 예비 입주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A23블록은 총 1316세대(지상 12~25층 18개동)가 들어서는 대단지인데 공사기간을 너무 짧게 잡았다는 게 이유다. 건설업 관계자에 따르면 1300세대가 넘는 아파트단지의 경우 보통 28~32개월 정도의 공사기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부영은 이보다 짧은 24개월로 화성시에 승인을 받았다.

2015년 9월 계약 당시 이를 의아하게 여긴 입주예정자 측은 공사를 빨리 끝낼 수 있는 특별한 공법이 있는지 부영 측에 문의했고, 부영 관계자로부터 ‘공법은 따로 없고 인력을 많이 투입하면 된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

입주예정자들은 부영을 믿기로 하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부영이 임대주택에서 나름 정평이 나 있는 데다, 정해진 시기에 완공할 수 있다고 줄곧 확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찌된 일인지 입주일이 다가오는데도 아파트 내·외관은 물론 주변 환경조성 속도가 지지부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입주 예정자는 “내 집을 마련했다는 뿌듯함에 공사현장을 자주 방문한다”며 “한 층 올라가는 걸 볼 때마다 기대감에 들뜨는 게 입주자들의 심리 아니겠느냐. 그런데 이 아파트는 올 때마다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제때 입주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는 말이 예비 주민들 사이에서 오고갔고, 이런 불안은 결국 현실이 됐다.

예비 입주자들은 적잖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의 매매·임차 계약과 자녀 학교 개학시기를 감안해 세운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A23BL은 인근에 도보 통학이 가능한 초·중·고등학교가 밀집해 있어 학생 자녀를 둔 가정이 특히 관심을 보인 곳이다. 부영도 이를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 바 있다.

현재 이들은 3월로 이사 일정을 미뤄둔 상태다. 다른 한 입주예정자는 “당장 집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어서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다른 예비 주민들도) 이런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며 “명확한 입주 예정일을 통보해줘야 우리도 이사 계획을 세우지 않겠느냐. 그런데도 부영은 일정대로 완공이 가능하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문제는 공사가 앞으로 더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완공이 되려면 최소 3개월 이상은 더 걸릴 것으로 건설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일요서울이 입수한 ‘동탄2신도시 A23BL 부영 사랑으로 잔여 예상 공정표(471~473동 기준)’에 따르면 욕실벽 및 바닥 타일, 가구 조립 설치, 각종 문짝 설치 및 도배 등 다수의 공정이 남아 있다. 이 공정표는 대기업 건설 전문가가 현재 이 아파트의 잔여 공정을 기준으로 평균적인 공기를 추산해 완공시기를 예측한 자료다.

공정표를 보면 공사 마무리단계인 준공청소 및 잔손보기 완료는 2017년 6월로 예상돼 있다. 이는 부영에서 주장하는 2월 말 입주보다 4개월이나 늦은 시기다.

현재 이 아파트와 같은 시기에 입주하는 다른 단지를 비교하면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기자가 방문한 당시(2016년 12월 12일) 부영 공사현장에선 다수의 인부들이 작업을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건물 도색은 물론 저층부 외벽 작업도 채 되지 않았다.

반면 부영과 같은 시기(2017년 2월)에 입주하는 A40BL 센트럴힐즈 동탄의 경우 같은 날 이미 외관 공사는 끝난 상태였다. 외부 현장에 공사인부는 전혀 없었다. 특히 부영보다 4개월 늦은 6월 입주 예정인 A41BL 호반 베르디움도 비슷한 수준으로 지어졌고, 관리소 인력까지 배치돼 있었다. 마찬가지로 외부에서 작업을 하는 인력은 볼 수 없었다.

2017년 2월 입주예정인 A40BL 센트럴힐즈 동탄. 이미 외관 공사는 끝난 상태다.
2017년 6월 입주예정인 A41BL 호반 베르디움도 센트럴힐즈와 비슷한 수준으로 공사가 진행된 모습이다.

건축업계의 한 관계자는 “2월 입주라면 빠르면 지금쯤 인테리어 등 내부 정리 단계에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부영이 평소보다 작업 속도를 크게 올리기는 요원한 상황이다. 바로 앞 아파트단지에서 공사로 인한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예정일을 한 달 연기한 것도 민원제기의 영향이 컸다. 이 때문에 작업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비산먼지 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어떻게든 완공을 하더라도 품질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적정 단계를 건너뛰고 무리하게 공사를 밀어붙일 경우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은 2016년 12월 26일 경기도와 화성시, 감리단 등이 진행한 품질검수에서도 불거졌다. 겨울철 공사는 부실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바닥이 잘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마루를 까는 등 졸속시공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입주예정자 측은 “입주지연이 3개월을 넘으면 계약해지 사유가 되기 때문에 (부영이) 그 안에 어떻게든 완공을 하려는 것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높은 품질을 보장해주길 바란다”면서 “이 과정에서 입주일이 연기된다면 보상도 당연히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영 측은 여전히 2월 완공은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부영 관계자는 “현재 공정율은 90% 이상 진행된 상태”라며 “동절기 공사는 감리자 입회하에 관리 중이며 현장에서는 열풍기, 온풍기, 난방 등의 설비를 가동해 충분한 양생을 실시하고 있다. 공사기간은 24개월로 적정공기이며, 공사인원도 적정인원을 투입해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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