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丙申年)이 저물고 정유년(丁酉年) ‘붉은 닭의 해’가 밝았다. 420년 전 정유재란이 눈앞에 어른거리지만 ‘붉다’는 ‘밝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닭이 날개를 활짝 펴고 걷듯이, 우리는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힘찬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지금 국내외의 엄혹한 환경이 대한민국호를 시험하고 있다. 중소기업 CEO들이 ‘올해 사자성어’로 ‘파부침주(破釜沈舟)’를 꼽았다.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이다. 위기극복을 위한 중소기업인들의 결연한 의지와 각오를 읽을 수 있어 마음 든든하다.
2017년은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를 마무리 짓고 차기 대통령을 뽑는 국민적 선택의 해다. 올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선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권한 강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核) 강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일본 만들기’ 등으로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예측할 수 없는 미·중 충돌과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위한 김정은의 6차 7차 핵실험은 안보 위기를 가중시킬 것이다. 무엇보다 올해는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개헌을 성사시켜야 한다. ‘87년 헌법 체제’를 시대의 진운(進運)에 맞게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 
우리 경제는 ‘정치 리스크’가 크다. 성장의 필수조건인 경제적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 ‘경제 민주화’라는 미명 하에 야당이 당면한 경제문제 해법을 ‘좌클릭’ 경쟁으로 몰고 있는 작금의 사태는 매우 위험하다. 경제정책은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인 ‘구조개혁’ 단행으로 풀어야 한다. 정규직 노조가 노동귀족으로 군림하고 노동 약자들은 비정규직으로 밀려나고 있는 노동의 양극화 문제를 개혁해야 한다. 제조업 위기, 서비스산업 부진 해소를 위해 낡은 규제 장벽을 혁파해야 한다. 또한 인공지능·사물인터넷과 같은 ‘4차산업혁명’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제는 중견·중소기업을 활성화시켜 청년 고용과 복지 문제를 해결하고 분배와 양극화를 완화해야 한다. 세대간·계층간의 갈등도 포용과 화합의 용광로에 녹여야 한다.
우리는 안팎으로 어려운 과제들을 눈앞에 두고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국가적인 어려움에 대해 대통령 책임만 탓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우리가 내부의 문제로 질곡에 빠져 있는 동안에도 세계는 ‘변화와 혁신, 도약의 길’을 가고 있으며, 선진국은 앞서가고 있다. 더 이상 ‘국가 탓’ ‘대통령 탓’ ‘남 탓’ 하지 말고 헌법재판소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 나는 “국가 사회와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해 왔는가?”라는 자세로 위기 극복에 앞장서야 한다. 난국 타개를 위해  절실한 것은 국민 모두가 ‘모든 걸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을 다지는 일이다.
이제 모두 냉철한 이성을 찾아야 한다. 국가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애정을 갖고 사회통합의 새 이정표를 세워나가야 한다. 야당은 전직 대통령 묘역을 ‘선별 참배’했다. 이는 배제와 분열의 정치이며 국민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취임사에서 ‘안전한 사회·바른 국가·따뜻한 공동체’ 실현을 제시했다. 과도기의 대한민국호(號)가 순항할 수 있도록 황 대행은 무엇보다 안보와 민생경제에 만전을 기하고, ‘법치 확립’과 ‘부패 척결’을 통해 깨끗한 사회 만들기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 
경제와 안보 중 하나가 무너지면 모든 것을 다 잃는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의 눈에는 ‘경제 위기’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대선밖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대선주자들의 무분별한 포퓰리즘 공약은 위험하다. 망국으로 가는 급행열차다. 이념에도 맞지 않은 정파 간 이합집산(離合集散)도 경계해야 한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FP)는 좌파의 대선 승리 시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금까지 ‘가치동맹’이었던 한·미 동맹이 트럼프 시대에 ‘이익 동맹’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경고로 보인다. 
언론도 반성해야 한다. 탄핵정국에 오보가 신문 지면을 가득 채우고 ‘카더라 뉴스’가 종편을 주름잡고 있다. 이 같은 ‘아니면 말고’식의 선동 기사가 계속된다면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 ‘일견폐형 백견폐성(一犬吠形 百犬吠聲)’, ’한 집의 개가 사람을 보고 짖으면 여러 집 개들이 짖는 소리만 듣고 따라 짖는’ 오류를 더 이상 범하면 안 된다. 
이제 믿을 것은 기업과 국민밖에 없다.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공동체와 개인의 유대와 자기 책임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우리 기업과 국민의 위기극복 DNA는 놀라운 역동성을 발휘했다. 우리가 선진·통일로 나아가려면 기업이 사회 공동선(共同善) 실행과 경제 회생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 국민은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으로 대한민국의 내부 에너지를 응축(凝縮)하여 국가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다시 갈림길에 섰다. 국가 비상사태다. 정치는 실종됐고, 민생은 방치됐고, 정쟁만 난무하고 있다. 국회는 광장에 굴복해 ‘국회 독재’가 되었다. 오너·전문경영인을 국회에 불러내 모욕하는 반(反)기업적 행태는 ‘해국(害國) 행위’다. 벌써 국민의 마음속에는 국회가 탄핵 대상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제는 광장 민주주의가 아니라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야 한다. 촛불과 태극기를 모두 내려놓고 차분하게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내부의 적은 외부의 적보다 더 위험하다. ‘우리와 우리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위해 촛불 세력 뒤에서 조종하는 종북세력의 반(反)대한민국 준동을 기필코 막아내야 한다. 이제 국론분열로 대한민국호(號)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인가. 위기를 기회로 되살릴 것인가. 지금 대한민국을 향해 던져진 시대적 과제들은 국민통합과 세대화합의 포용과 소통으로 극복할 수 있는 과제들이다. 
광복 71년 동안 파란과 곡절을 겪으며 생존해 온 ‘부활의 DNA’가 바로 대한민국 ‘성공의 줄기세포’이다. 골이 깊으면 산도 높은 법이다. 역사는 우리에게 시련을 주어왔지만, 이를 극복하고 도약할 수 있는 도전과 응전의 기회도 함께 주어왔다. 2017년 새해 아침, 대한민국이 거친 풍랑에서 벗어나 희망의 내일로 나아가기를 소망한다. 우리는 비좁은 반쪽짜리 대한민국을 온전한 하나의 나라로 만들어가기 위해 올 한해도 열심히 뛰어야 한다. 함께 뛰자! 대한민국. 지키자!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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