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한번 들어 보자. 甲이 乙에게 골동품을 팔기로 약정한 뒤에 그 골동품을 도난당해 이행불능이 됐다. 이때 甲에게 골동품에 대한 보험금이 지급된다면 乙은 약정의 목적물인 골동품에 갈음하는 이익 즉 보험금을 채무자인 甲에게 청구할 수 있는데 이를 대상청구권이라 한다.

이 권리는 우리나라 민법에 명문화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공평(公平)의 관념에서 판례상 인정되어 온 바 있다. 즉 대법원이 ‘우리나라 민법에서는 이행불능의 효과로서 채권자의 전보배상청구권과 계약해제권 이외에 별도로 대상청구권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해석상 대상청구권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고 판결한 바 있어 이를 인정하고 있다.

화재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재산상의 피해가 막대할 수 있어 화재사고로 인한 금전적인 피해를 어느 정도 예방해 두고자 화재보험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와 관련하여 매매 목적물이 화재사고로 인해 불타 없어져 이에 대한 화재보험금과 관련된 소송이 제기된 바 있다.

A기관은 정부를 대신해 농축산물을 구매한 뒤 이를 대량으로 중간 도매상에 판매해 왔다. 그런 과정에서 B사는 A기관으로부터 냉동 닭고기 309만 1,331kg을 구입하기로 했고 그에 대한 가격은 1kg당 1,400원으로 합의했다. 그런데 이 닭고기는 B사에 온전히 전달되지 못하고 화재사고로 인해 일부가 소실되었다. 다행히 A기관은 화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고 그에 따라 소실된 닭고기 1kg 당 2,050원으로 환산하여 2억 9,000여만원의 화재보험금을 받게 된다.

문제는 A기관이 B사에 소실된 닭고기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하면서 발생했다. A기관은 소실된 12만 633kg의 닭고기 중 6만 kg에 대해서 1kg당 2,050원의 보상금을 지급하였으나 나머지 6만 633kg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상금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B사는 A기관을 상대로 A기관이 받은 화재보험금 전액에 대한 대상청구권을 주장하며 나머지 화재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비록 B사가 A기관으로부터 닭고기를 1kg당 1,400원에 구매하기로 합의하였더라도 A기관이 그에 대한 보상금으로 2,050원을 받았다면 그 금액 전부에 대해서 B사가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 B사의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매매의 목적물이 화재를 이유로 소실되면서 이에 대한 매도인의 인도의무가 이행불능 상태를 보인다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화재보험금이나 화재공제금에 대해서 매수인이 대상청구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화재로 인해 매도인인 A기관이 받은 화재보험금에 대해서 매수인인 B사가 대상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現)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現)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現)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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