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2017년 상반기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재계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담담한 외관을 유지하지만여의도 정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양상이 포착된다.

벌써부터 일부 기업은 보좌관 영입을 마무리하는 등 대관업무를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선후원금을 누구에게 줄지에 대해서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선 후원금 요청 전화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험 성격 짙은 대선자금 누구에게 줄까…내부고민
국회의원 3억 원까지 모금 가능…후원 전화 중?

한 대기업 대관 담당자는 “국회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보고서를 쓰는 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여의도에서 보내고 있다”며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대관업무를 확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보좌관이 기업으로 이직한 경우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진다.

국회 주변에는 현재 주요 대기업에서 정보 수집을 담당하는 대관 담당자들이 상주하는 분위기다. 대선에서 당선 가능한 후보들에 대한 ‘눈인사’가 직·간접적으로 활발하다는 게 국회 주변의 얘기다. 

생존 위해 새판 짜기 사활

이는 지난번 총선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기업들은 20대 국회 개원에 맞춰 대관(對官)·대국회팀 운영방안을 재정비한 바 있다. 18대와 19대 국회에서 여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한 이후 줄곧 대여(對與)업무에 주력해왔다. 그러다가 여소야대로 재편되면서 대관 업무도 여소야대로 재편됐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4당 움직임을 보이자 또 다시 내부의 대외방침에도 변화가 생겼다.

한 대관팀 관계자는 “(당시) 여소야대인 만큼 대관팀 인력도 여소야대 인력 재배치가 불가피해졌다”며 내부 인사이동이 이루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귀띔한 바 있으며 최근 들어 또 다시 내부 인사 이동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주요 대기업들은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특정사안에 대한 개별 인사의 관리업무는 자제하려는 게 공통적인 흐름이다. 자칫 이 부분에서 문제가 불거질 경우 그룹 근간을 흔드는 후폭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대관업무는 그 범위나 역할이 방대하기 때문에 중요도 역시 그만큼 큰 것이 사실”이라면서 “정권 말기, 정권 초기에는 특히 대관업무의 중요성이 더 높아지는 시기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일부는 조기 대선 국면 진입으로 국정 불안이 이어질 것은 마찬가지라며 우려를 내비쳤다.
A기업 관계자는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 같다”며 “미국에선 트럼프 정부에 (수출이)막히고, 중국에선 (규제에)치이는 상황에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워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대기업들은 대선자금 후원을 어느 국회의원에게 할지에 대해 고민 중인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과거보다 대선자금 후원이 투명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보험 성격의 자금 후원 집행이 이뤄지고 있음이 관측된다.

달라진 분위기

실제로 지난 대선까지만 해도 여야 후보들의 선거자금 대부분이 재계의 후원이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등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의 숨은 공범이 재벌로 지목되면서 후원 자체가 쉽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정경유착의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눈총을 받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뭉칫돈 조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것이 재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여기에 지난해 제정된 김영란법도 비자금 거래를 크게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금액과 상관없이 부정청탁이 이루어질 경우 처벌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거액 현금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한 기업 임원은 “정치자금을 제공했다 들통날 경우 처벌은 처벌대로 받고, 주주들이 제기하는 각종 소송에 시달려야 할 상황”이라며 “돈을 주더라도 총수가 직접 나서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이번 대선에 뚜렷한 인사 검증자가 없다는 것도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다. 괜한 돈만 쓰고 선거 패배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직은 대선 구도가 명확해지지 않아 ‘달라는 쪽’이나 ‘줘야 할 쪽’이나 모두 조심하고 있지만, 판도가 드러나는 1월 중순부터는 정치권과 재계 인사들의 은밀한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현재가 3억 원을 모금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만큼 보좌관들이 기업후원 요청을 하고 있지만 그 결과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는 대통령 선거 후보자는 한 사람에게 연간 1000만 원, 국회의원과 나머지 선거의 후보자는 연간 5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또 후원인은 1회 10만 원 이하, 연간 120만 원 이하 후원금은 익명으로도 기부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국회의원은 연간 1억5000만 원(선거가 있는 해는 3억 원)을 합법적 후원금으로 모을 수 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