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丁酉)년 새해는 밝았으나 한국사회는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 앞뒤 분간조차 할 수 없는 형상이다. 특히 정치판은 오로지 대통령 자리만 꿰차고 정권만 잡으면 만사형통이라는 자들로 득실대고 있다. 아수라장이 따로 없어 보인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새로운 세상은 정치인에게만 맡겨서 가능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에 시민혁명을 완성해야 한다”며 정권교체 차원을 넘어 과격한 국가 청소론을 내세우고 있다. 노무현의 죽음을 응징하기 위한 보복정치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기각한다면 혁명밖에 없다는 전의에 불타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참여정부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뿌리가 같은 문재인 전 대표와 날카롭게 각을 세우고 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된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런 저런 의혹을 제가하면서 그를 맹공하고 나섰다. 이에 반 전 총장도 “마타도어 하지 말라”며 맞받아치고 있다.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전조다. 앞으로 더 많은 의혹들이 그를 괴롭힐 것이다. 의혹에 대한 진실 여부를 떠나 반 전 총장 역시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가 되기에는 흠결이 적지 않아 보인다. 
주군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자기만 살겠다며 딴 살림을 차린 개혁보수신당(가칭)은 설자리 반전을 꾀해 반 전 총장 모시기에 혈안이 돼있다. 야권과 합세해서 대통령을 탄핵한 후 당권 장악에 실패하자 아무런 명분도 없이 당을 뛰쳐나간 이들은 “법인세를 인상하겠다” “기본 복지제도를 개편하겠다”는 등 좌파 중에서도 맨 왼쪽에 있는 정의당에서나 할 법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보수와는 완전히 딴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사이비 보수’ ‘사이비 진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새누리당은 또 ‘쇄신’이라는 미명하에 정체성이 완전히 다른 인명진 목사를 영입하는 코미디를 연출했다. 인 비대위원장이 누구인가. 오죽하면 문재인 전 대표가 새누리당의 인 목사 영입을 치켜세웠겠는가. 진보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한다. 정체성이 완전히 다른 인물로 쉽게 포장도 한다. 그러나 보수는 그렇지를 못하다. 새누리당은 지금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와중이다. 
민주당은 촛불민심에 편승해 시민단체와 정책연대를 하겠다는 무서운 발상을 하고 있다. 국회 입법 과정에 특정 성향의 단체를 끌어들이겠다는 놀라운 주장까지 서슴지 않는다. 특정 시민단체의 정책을 입안하려는 것은 말할 필요 없이 대선 때의 표를 의식해서이다. 
420년 전인 1597년 정유년 당시 조선 조정은 이순신 장군 제거를 위한 반간계(反間計)를 쓴 일본군에 속아 이순신을 삼도수군통제사에서 해임하고 그 자리에 원균을 세웠다. 그러나 원균은 칠천량해전에서 대패했고 조선 수군은 궤멸했다. 조정은 이순신을 삼도수군통제사에 재임명했다. 이순신은 겨우 12척의 함대로 명량해전에서 대승함으로써 풍전등화의 조선을 구했다. 
2017년 정유년 위기에는 어디에도 이순신은 안 보인다. 대선 정국을 앞두고 간계와 반간계만이 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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