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양길승·K나이트 그리고 54억 9천만원

노대통령 측근비리 의혹의 시작은 지난 3월. 노대통령이 취임한지 불과 한 달도 채 안된 시점이었다. 나라종금 로비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노대통령의 최측근인 염동연, 안희정씨의 금품수수 사실을 밝히면서부터 측근비리 의혹은 세간의 관심을 불러모았다. 당시 안씨는 나라종금 퇴출과정에 3억9,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염씨도 나라종금에서 2억8,8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은 양길승 전 청와대 부속실장의 청주 K나이트클럽 향응 파문으로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양전실장은 노대통령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측근이자 청와대 살림살이를 도맡았던 인사였다.

파장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하지만 양전실장 사건은 몰래카메라 수사로 확대되면서 본질과는 상당부분 빗나갔다. 사건의 본질인 K나이트클럽 사장 이모씨와 양전실장이 어떤 관계이며, 청탁성 돈이 오고갔는지 여부가 명확히 파헤쳐지지 않았다. 금품제공과 로비의혹이 수사대상이었지만 몰래카메라 사건으로만 수사를 은폐·축소시켰다는 게 한나라당측 주장이었다. 한나라당측은 “사건이 발생한 지 몇 달이 지났고, 금품을 수수한 흔적이 나왔는데도 검찰이 이를 수사하지 않고 방관했다”며 특검법안을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한나라당측이 제출한 특검법안 내용은 ‘작년 10~11월 네 차례에 걸쳐 이씨 부인 등의 계좌에서 50억원이 현금으로 인출돼 노 후보측에 제공된 의혹, 이씨가 양 전실장의 청주 방문 시점인 4, 6월 두 차례 양씨 등에게 4억9,000만원을 제공한 의혹’이다. 실제로 양 전실장에게 향응을 제공했던 청주 K나이트클럽 사장 이모씨가 지난 6월28일 향응 직후에도 양전실장을 서울에서 별도로 만나 자신에 대한 검·경의 수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을 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밝혀졌다. 이같은 결과는 청남대 개방행사 직전인 지난 4월17일과 향응사건 당일인 6월28일 등 두차례 뿐이라는 청와대측 발표와 배치되는 것이어서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이후 수사상황이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다는 게 한나라당측이 특검법안을 제출한 이유다. 한나라당 한 고위관계자는 “권력층이 개입된 사건이라서 검찰이 더 이상 건드리지 않은 것”이라며 “언제적 수사인데 아직도 수사중이란 말이냐”고 언성을 높였다. 또 이 관계자는 “향응을 받은게 중요한 게 아니고 왜 받았느냐 이고, 그 정도 관계라면 그 이상의 뒷거래가 있었을 것 아니냐”며 “삼척동자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을 검찰과 청와대는 왜 은폐하려고 하느냐”고 특검수사의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측은 “검찰이 진행중인 사건을 특검을 통해 재수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검찰수사가 마무리되고 미진한 부분이 있을 때 특검을 해도 늦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2.최도술 11억+3백억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의 SK그룹 11억 수수사건은 측근비리 의혹의 ‘하이라이트’가 됐다. 최전비서관의 금품수수 사실을 보고 받고 노대통령이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말할 정도로 이 사건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한나라당측은 “대통령이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말할 정도의 돈이 11억 뿐이겠느냐”며 의혹을 증폭시켰다. 열린우리당측이 “20여년간 자신의 집사역할을 한 사람이 11억이 아닌 1억을 받았다고 해도 눈앞은 캄캄해지는 것 아니냐”며 반박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특검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측이 주장하는 ‘11억 +α ’는 최근 홍준표 의원이 제기한 최전비서관의 300억 수수 의혹이다. 홍의원은 최전비서관이 대선을 전후해 김모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부산지역 건설업체 관계자 등으로부터 관급공사 수주 청탁 명목으로 노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인 이모씨 등과 함께 300억원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홍의원은 “대통령의 고교선배인 이모씨가 관급공사를 따주는 대가로 K종합토건, D건설 등으로부터 돈을 받아 최도술 씨에게 300억원을 건네줬다”며 “돈을 거둬가고 반응이 없자 부산상공회의소 김모 회장 등이 5월과 9월 중순 및 하순 3차례 청와대를 방문, 문재인 민정수석을 만났고, 이로 인해 청와대에서도 이 문제를 알게 됐고, 검찰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게 됐다”고 주장했다.따라서 수사의 핵심은 노대통령의 대선 후보시절 부산선대위 회계 책임자였던 최전비서관이 관리한 차명계좌라는 것이다.이러한 홍의원의 주장에 대해 문수석은 “부산상공회의소 회장단과는 지난 5월7일과 8월6일 두 번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300억원 수수사실을 청와대가 인지했다는 것은 전혀 황당무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도 “300억 부분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증거를 갖고 얘기해 달라”며 홍 의원 주장을 부인했다.

이번 특검법안은 이러한 검찰의 태도에서 비롯됐다. 의혹이 제기되면 수사를 해야하는데 검찰이 수사를 기피했다는 게 야당측 주장이다. 한나라당 한 고위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이용호 게이트나 옷로비 사건이 증거가 있어서 수사한 것이냐”며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아 특검으로 간 게 아니냐”고 300억 수수 의혹에 대한 특검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검찰이 최전비서관이 SK로부터 받은 11억원을 개인비리 차원으로 매듭짓는 데 대한 강한 불신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11억원은 차치하더라도 300억 수수 의혹에 대한 진상은 검찰이 아닌 특검에서 수사해야 한다는 게 야권의 논리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측 한 관계자는 “아무런 증거도 없이 풍문만으로 수사를 할 수 있는 것이냐”면서 “관련 증거를 제시한 후 특검을 해도 해야 할 것이며, 최씨 사건은 지금 수사 중”이라고 반박했다.

3.이광재와 썬앤문 95억 진실게임

이광재 전국정상황실장과 썬앤문 그룹간의 비리의혹은 특검수사가 실시되면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건이다. 특검대상이 된 3개의 사건 중 가장 많은 의문을 남긴 사건이기 때문이다. 최전비서관이나 양전실장 사건은 검찰수사가 어느 정도 진척됐지만 이전실장 관련 사건은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전실장과 썬앤문 그룹간 비리의혹이 불거진 것은 지난 10월 언론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면서부터. 썬앤문의 김모 전부회장이 이전실장에게 95억원을 제공했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의혹은 증폭됐다. 하지만 검찰은 이 전실장의 금품수수 부분과 썬앤문의 95억원 제공설 등이 담긴 김 전부회장 등의 녹취록 발언에 대해 “녹취록에 그런 내용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다가 뒤늦게 언론을 통해 녹취록 내용이 공개되자, 어렵사리 이 사실을 시인하기에 이르렀다. 검찰은 김 전부회장으로부터 이 전실장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을 받았으나, 95억원 부분 등에 대한 추가 단서는 포착하지 못했다. 한나라당이 특검수사 대상에 이 사건을 올린 것도 이 때문. 관련 녹취록과 테이프가 있는데도 이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특히 썬앤문 관련 사건은 김모전부회장의 115억여원의 농협대출사기 사건과 썬앤문 그룹의 100억대 탈세로비 사건과도 맞물려 있어 특검이 실시되면 엄청난 폭발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전실장은 야당측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임을 주장하고 있다. 또 특검수사가 아닌 검찰에서 수사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는 없다”는 게 이전실장의 입장이다.

노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최도술, 양길승, 이광재씨 등을 둘러싼 의혹에서 제기된 돈의 액수는 무려 500여억원. 야당 관계자들은 특검수사가 진행되면 500억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이 과정에서 제3, 제4의 측근들이 연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야당측 시각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과거 특검 결과로 비춰볼 때 이번 특검수사가 진행되면 여론의 모든 관심은 특검으로 쏠리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총선에서 치명적 패배를 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특검수사가 실시될 지는 이직 미지수다. 노대통령이 거부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데다 검찰과 열린우리당의 반발도 심상찮기 때문이다. 특검수사를 둘러싸고 정국은 또 한번 요동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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