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특검제는 노대통령 사로잡을 ‘금선탈각지계’욕먹는 정치인 불행한 것 아니라 정치인 욕하는 국민이 불행손자는 구변(九變)편에서 “장수에게 다섯 가지 위험한 일이 있으니 (지모를 써야 할 때) 지나치게 용기를 내세워 죽음을 당할 수 있고, (죽기를 각오해야 할 때) 반드시 살고자 하면 적에게 사로잡히게 되고, (차분히 정세판단 해야 할 때) 분을 이기지 못하고 급하게 행동하면 수모를 당할 수 있고, 지나치게 성품이 깨끗하면(적을 속일 줄 모르면) 치욕을 당할 수 있고, 병사들에 대한 사랑이 지나치면 번민이 많아져 필요한 때에 과감한 행동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손자의 말에 비추어 보면 노무현 정부는 소수정권임에도 불구하고 집권 초에 지나친 용기와 자신감에 사로잡혀 도에 넘는 급진적인 정책을 추진했으며, 차분히 정세 판단을 해야 할 때에 분을 이기지 못하고 언론 탓만을 하며 잦은 말실수를 했으며, 자기 사람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 필요한 때에 과감한 행동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죽기를 각오하는 행동과 우군확대 전략을 통해 사태의 반전을 꾀하고 있다. 그 결과 계속 하락하던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바닥을 친 후 지난 주에는 전월 대비 5% 가량 상승하여 40%대에 진입하였으며, ‘열린 우리당’의 지지도도 일부 올라갔다.

‘금선탈각지계”와 ‘종심방어전략’

재신임 정국이후 노무현 정부는 ‘금선탈각지계(金蟬脫殼之計)’와 ‘종심방어전략(從深防禦戰略)’의 정치전략으로 정치권의 대변화를 꾀하고 있다. ‘금선탈각지계’란 ‘상대방이 의심하지 않게끔 매미처럼 껍질만 벗고 주력부대가 몰래 이동하여 상대방을 대적’하는 전략이다. 눈앞이 캄캄했다던 측근비리에서 시작된 재신임 파문시 야당들은 처음에는 즉각 환영하면서 자신들에게 정권 장악의 호기가 오는 줄 기대했었다. 그러나 사건의 진행은 정치자금 수사의 확대와 전면적인 정치개혁으로 점점 더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 과거 모택동 시절 중국이 취한 방어전략은 ‘종심방어전략’이었는데, 적군이 침략하면 내륙 깊숙이 끌어들여 병참 선을 길게 만들고, 부대배치를 퍼지게 하여 상대방의 헛점을 만든 다음 섬멸하는 전략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에 대한 특검안 통과는 노무현 대통령이 껍질을 벗고 정치적 본진이 이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본진이 야당과 싸우고자 하는 주 전장은 정치개혁을 열망하는 무당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유권자들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다. 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진영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 이곳 전장에 깊숙이 들어오면 정치개혁을 지지하는 유권자라는 ‘민병’들이 나서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정당들을 무찌르게 된다. 그러나 현재는 야당들이 알면서도 할 수없이 한 걸음 한 걸음 노무현 대통령의 `종심방어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냐, 아니면 노무현 대통령의 금선탈각지계`를 저지하는 한나라당의 특검수사가 성공할 것이냐의 싸움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한나라당의 최병렬 대표는 과감한 정치개혁안을 주장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견인작전에 맞서고 있다. 그러나 최대표가 한나라당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지 못하는 데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 최대표의 `거론불가` 지시에도 불구하고 홍사덕 총무가 `중대선거구제`나 `책임총리제`를 주장했던 것이 그 예이다.

지난번 재신임 투표건에 최대표가 응하겠다고 하면서 패할 시에 의원직을 총사퇴하겠다는 안도 의원총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었다. 대선자금의 공개도 당내의 여러 사정으로 속 시원히 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소장파 의원들은 지구당 위원장직 사퇴를 비롯해서 인적쇄신 및 정풍운동을 벌이고 있다. 최병렬 대표는 완전선거공영제, 전국구 전원 교체, 지구당 폐지 등을 주장한 것처럼 한나라당의 분당까지도 불사할 정도의 정치개혁안과 인적쇄신안을 밀어붙여야 한다. 정당지지도 1위와 영남지역기반을 믿고서 안주할 경우 작년 대선과 같은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내년 총선은 약화되는 지역주의 속에서 정치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느 당이 가장 가까워지느냐가 승패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재신임 정국의 제1라운드의 성적표는 노무현 정부의 우세승이다.

원교근공(遠交近攻) 전략

정치의 세계는 사방이 적이다. 따라서 가까운 곳의 적에게는 비수를 들이대더라도 먼 곳의 적에게는 미소를 보내야 한다. 지난주에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신문 방송사의 편집국장 면담과 이창동 문광부 장관의 조선일보 인터뷰 허용은 대 언론 정치전략의 중요한 변화를 뜻한다. 노무현 정부가 일부 신문사들과 대치하던 전선은 극단적인 열세상태에서 탈피했다. 우호적인 방송 프로그램의 확보라는 공격무기의 배치를 완료했기 때문에 직접 싸우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전선의 축소조치를 취했다. 열린 우리당과 민주당과의 분당으로 집권당의 힘이 반분된 상황에서 여야간에 정치자금 수사로 사활을 건 전쟁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언론과 싸울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또한 광주를 방문하여 `’고향같은` 곳’이라는 발언을 한 것도 먼 곳의 적에게 미소를 보내는 전략이다. 행정수도 이전, 지방균형발전, 지방분권 문제, FTA(자유무역협정) 등과 같은 국회에 계류중인 국정 개혁과제에 대해서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진두지휘에 나섰다. 10일에는 4당 원내총무와의 간담회, 12일에는 4당 정책위의장과 조찬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이는 개혁적인 정책문제 추진을 통해 국민들의 호감도를 높여 정치권 자금 수사 전선에서의 우군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정치의 글로벌 스탠더드

전성철씨는 최근 자신의 저서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의 내용을 시장성, 투명성, 다양성, 문화성의 증대를 통해 ‘떡을 효과적으로 빨리 키우는 방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정치분야에 그대로 적용해보면 ‘시장성’이란 정책이란 상품의 생산, 정치상품 유통과정의 공정한 경쟁, 정치신인의 진입 및 경쟁의 자유 허용, 경쟁규칙 위반에 대한 처벌 등을 뜻한다. ‘투명성’이란 정경유착 금지, 정치자금 운영의 공개, 밀실 공천과정의 개혁을 의미한다. ‘다양성’이란 여성의 정치권 진입 확대와 세대교체에 의한 다양한 인재의 등용, 지역정당의 일원적인 지배 철폐, 당론에 반대되는 정당간 교차투표제 허용 등이 될 것이다. ‘문화성’이란 한국인의 정서와 상황에 맞는 가능한 정치제도의 확립이다. 궁극적으로 민주정치체제 하에서의 경제의 경쟁력은 정치의 경쟁력에서 나오는 것이며, 정치의 경쟁력은 경쟁의 정치에서 나온다.

제대로 된 경쟁의 정치란 경쟁 결과에 대한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 질 때 가능하다. 유권자가 계속 지역주의에 취해 무능한 정당, 무능한 정치인에게 떡 하나 더 줄 경우에는 글로벌 스탠더드의 경쟁 정치가 실현될 수 없다. 일 안 해도 먹을 수 있는 정치인들의 부패하고 엉터리 같은 떡은 하루 속히 없어져야 한다. 욕먹는 정치인이 불행한 것이 아니라 정치인을 욕하는 국민이 불행한 것이다. 존경받는 정치인을 갖지 못한 나라의 국민은 미래가 없다. 정치개혁의 청풍에 힘입어 명월같은 새로운 인물들이 부상하고, 정치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실현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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