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정운찬 전 총리가 1월19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출판기념회장에서다. 그동안 충남 공주 출신인 정 전 총리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국민의당, 새누리당 탈당파가 이룬 바른정당, 이재오 신당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아왔다. 정 전총리는 새누리당보다 야권 진영에 합류하는 데 긍정적이다. 최근에는 지난 총선에 이어 재차 민주당 입당을 개진했지만 문재인 전 대표와 당 지도부로부터 확실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오히려 ‘홀대’를 받은 사건이 벌어졌다. ‘들어가겠다’는 정 전 총리와 ‘침묵’하는 친문 진영간 무슨 사연이 있는지 알아봤다.

- ‘민주당 입당’ 타진 문재인 - 당지도부  ‘묵묵부답’
- 文참모, 싱크탱크 포럼 기조 발제 鄭 불참에 ‘발끈’

정운찬 전 총리는 지난해 총선 직전 민주당 입당을 할 뻔했다. 박영선 의원 등 친분이 두터운 민주당 의원들이 비례대표를 주고 영입하려고 입당 선언일까지 잡았다가 김종인 전 대표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정 전 총리는 ‘동반성장의 길에 매진하겠다’며 현실 정치와 거리를 뒀다.

하지만 정 전 총리는 ‘머리는 한나라당 가슴은 민주당’이라고 밝혔듯이 민주당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총선 기간에도 추미애 현 당 대표(광진을)를 비롯해 구로을의 박영선 후보, 강남을의 전현희 후보, 경기 광명을의 이언주 후보, 송파병의 남인순 후보, 중량갑의 서영교 후보 지원유세에 나서 모두 당선되는 데 기여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제외…
‘러브콜’ 쇄도

정 전 총리가 ‘동반성장 전도사’라는 점이 진보 진영은 물론 중도층에도 호소력이 있는 데다 충청표심까지 잡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야권 성향의 잠룡이었기 때문에 지원 요청이 쇄도했다. 이후 정 전 총리에 대한 정치권 러브콜은 지금까지 쇄도하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도 나섰다. 안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초 ‘동반성장과 공정성장은 함께 하는 부분이 많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정 전 총리는 “뭘 같이하냐”며 부정적인 뜻을 밝힌 배경에도 민주당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친이명박계들이 다수인 새누리당 탈당파 바른정당과 이재오 전 의원이 이끌고 있는 ‘늘푸른신당’까지 정 전 총리를 영입하기 위해 경쟁하듯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제외한 모든 정치세력으로부터 영입 인사 명단 상단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정작 문재인 전 대표 진영과 민주당 지도부는 정운찬 전 총리에 대한 ‘영입’에 크게 공을 들이고 있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민주당 지도부와 문 전 대표가 정 전 총리를 홀대하는 사건이 벌어져 정 전 총리 측을 발끈하게 만들었다. 하나는 정 전총리가 재차 자신과 친분이 깊은 민주당 인사를 통해 당 지도부에 민주당 입당을 타진하면서 부터다.

하지만 추미애 당 대표와 안규백 사무총장은 입당 관련 문의에 뚜렷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대선 출마 선언을 앞에 두고 있는 데다 다른 정당으로부터 ‘입당’ 제안을 받고 있는 정 전 총리로선 마음이 상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 특히 추 대표의 경우 정 전 총리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깊은 데다 지난 총선에 개소식까지 직접 참석해 지지 선언까지 했음에도 ‘묵묵부답’하고 있어 서운한 감정이 더 크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문 전 대표와 참모로부터도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정 전 총리는 최근 ‘우리가 가야 할 나라, 동반성장이 답이다’라는 저서를 출간하고 1월 1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정 전 총리는 공식 대선 출마 선언을  한다. 이에 정 전 총리는 문 전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참석’을 요청했고 문 전 대표는 ‘참모들하고 상의를 하고 전해주겠다’고 했다.

이에 가교 역할은 조직파트에 있는 전모 본부장이 맡아서 했다. 처음에는 전모 본부장은 ‘참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가 그 다음 날에는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 격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이 주최하는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제3차 포럼에 나와 기조발제를 해달라는 부탁을 조건으로 걸었다. 이 포럼은 1월10일로 잡혀 있었고 문 전 대표의 공약발표장으로 재벌 개혁을 주제로 한 포럼이었다.

이에 정 전 총리 측은 당초 잡혀 있던 선약을 취소하고 참석하려고 했지만 끝내 안돼 포럼에는 불참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에 전 본부장은 ‘그럼 출판기념회 참석도 힘들다’고 말해 정 전 총리 측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정 전 총리 측의 한 인사는 “처음부터 선약이 있다고 했고 가능한지 알아본다고 했다”며 “전 본부장도 ‘오시면 좋고 못 오시면 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또 다른 정 전 총리와 친분이 있는 인사는 “당의 공식 행사도 아니고 문 전 대표의 공약발표장에 대권 주자를 ‘들러리’로 삼으려고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며 “무엇보다 문 전 대표의 참모가 정 전 총리가 불참한다고 해서 대선 출마 출판기념회장에 참석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대권주자에 걸맞은행보가 아니다”고 불편한 심경을 표출했다. 실제로 문 전 대표 측에 확인한 결과 1월13일까지 정 전총리 출판기념회 일정은 잡아놨지만 참석 여부는 결정하지 않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 전 총리 진영에서는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다 된 듯 행동하는 게 아니냐는 격한 반응도 나왔다. 강경한 참모들 중에서는 ‘차라리 지금까지 꾸준하게 러브콜을 보내는 국민의당에 가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 번 거절당했지만 국민의당은 가장 적극적으로 정 전 총리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손학규, 정운찬 영입해 대선 드림팀을 만들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정 전 총리 입장에서도 문 전 대표가 민주당 내에서 ‘선두주자’로 앞서 나가고 있는 데다 경선룰 협상까지 들어간 이상 민주당 입당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히려 야권 내 제3지대에서 반문재인 그룹과 연대해 대선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정 전 총리의 ‘입당’에 대해 무관심한 문 전 대표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文, “출판기념회 참석?
참모들과 상의 후”

정 전 총리측은 “조기 대선에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아 대선 후보 지지율도 1위를 달리고 있어 문 전 대표가 사실상 차기 대권고지에 근접한 것은 사실이다”라면서도 “당 지지율은 30%대 후반임에도 불구하고 후보 지지율은 20%대 중후반으로 당 지지자들 조차 흡수 못하고 있는 현실은 문재인 대세론에 ‘불안감’을 갖고 있는 야권 지지층이 10% 이상 존재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보냈다.

한편 정 전 총리는 1월 11일 세종문회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늘푸른한국당 창당대회에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이 자리에는 정의화 전 국회장을 비롯해 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권선동 새누리당 의원이 참석했다. 늘푸른 한국당은 MB정권 좌장 역할을 한 이재오 전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모임으로 이날 정책분권형 개헌과 행정구역 개편, 정부구조 개혁, 남북 자유왕래 등 5대 핵심 정책에 동반성장을 껴넣으면서 정 전 총리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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