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9세 이상의 현행 선거권자 연령이 12년 만에 한 살 더 낮춰진 만 18세 이상으로 될 공산이다. 마침내 고등학교 교실까지 정치의 장이되고 정치권에 휘둘리게 생긴 것이다. 
선거 연령 하향이 타당하다는 사람들의 논리는 우리나라 청소년의 정치의식이 그만큼 성숙해졌다는 것이다. 18세에 도달한 청소년은 이미 독자적인 신념과 정치적 판단에 기초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과 소양을 갖췄다는 얘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만 18세 투표권이 없다는 자료를 내놓고 다른 나라는 다 하는데 왜 우리만 안 하느냐는 주장이 강하다. 
과연 그런가? 19세는 대학생 입문이라는 객관적 근거가 있는 반면 18세가 적정한 선거연령인지에 대한 과학적이거나 객관적인 근거는 없다. 18세가 적당한 연령이라는 객관적 근거가 없으면 사고하는 능력이 비슷한 17세는 왜 안 되는가에 대한 대답이 궁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의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가 주권을 가지는 대중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해야 하는가이다. 단순히 시민사회의 성숙도와 국민의 정치적 의식수준 등 사회 변화를 고려해 선거연령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는 없다. 
다른 국가들의 선거 연령이 낮으니 우리도 그래야 한다는 논리는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이에 관해 헌법재판소는 “많은 국가에서 선거권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으나 이는 국가마다 특수한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할 사항”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수한 상황은 우리 사회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정치적 이념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실을 뜻한다. 이렇게 대립시키고 있는 집단중 하나가 전교조라는 사실을 모를 사람이 없다. 선거연령이 18세로 될 경우 전교조 관련 교사가 교단에서 어떻게 학생들을 지도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또한 심각하게 우려되는 것은 정치권이 선거 연령 하향 문제를 정치적 이해득실로 접근하고 있어 그에 따른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점이다. 표만 된다면 온갖 감언이설로 정치권이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내놓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치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이 같은 정치인들의 현란한 수사(修辭)에 속절없이 현혹당할 것이다. 
따라서 연령과 정치적인 성숙도를 연결하여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현재 우리 사회 학생들의 평균적인 사회적 활동 범위를 생각하면 선거권이 주권의 향상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 오히려 정치바람에 휘둘려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거나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 회피 혹은 도피처로 악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적 권리만 빠르게 확대하다가 오히려 사회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 측면을 부인하지 못한다. 권리 확대의 부작용이 커지면 민주주의 본질이 훼손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선거 연령이 우리나라보다 낮은지의 여부는 우리나라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다. 선거 연령이라는 미시적인 것의 강박증을 갖는 것보다 올바른 선거문화를 알리는 교육적 투자가 필요하다. 선거권의 확대가 정략에 의해 이뤄지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