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새해 나라 안팎의 상황이 복잡한 가운데 국내외 증시는 의외로 선전하고 있다. 미국의 새 대통령은 어디까지 감세와 재정보따리를 풀 것이며, 또 어느 정도 높이로 보호무역 장벽을 칠지 아직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프랑스, 독일 등의 선거는 이 지역에 어떤 2차 파장을 몰고 올지 불확실하다. 나라 안 정치 이슈나 경기상황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와중에 새해 경제전망은 지금 크게 둘로 나뉘어 있다.

첫째는 미국 주도 아래 세계경제가 당초 우려보다는 그럭저럭 잘 풀려가는 경우다. 국제유가가 꾸준히 올라 산유국 살림살이도 나아지고 반짝했던 달러강세가 시간이 지나면서 꼬리를 내려 주식 등 세계 위험자산 가격을 부추기는 경우다.

세계가 전체적으로 돈이 돌기 시작하고 소비가 살아나고 생산과 투자가 선순환을 보이는 시나리오다. 그간 세계 곳곳에 넉넉히 풀려 있던 뭉칫돈들이 높은 기대수익을 좇아 신흥국으로 몰려들어 이 지역 증시 또한 제법 뜨겁게 달아오르는 시나리오다. 어쩌면 지난 연말 이후 최근까지 국내외 증시가 그럭저럭 좋아진 배경이기도 하다.

둘째는 이와는 반대의 다소 어두운 전망이다. 미국 경제가 좋아진다고 해도 그것은 단지 미국에 국한된 문제일 뿐, 최근래 수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주변국 낙수효과는 거의 없는 경우다. 세계경제 전반에 묵직하게 깔려 있는 구조적인 요인들이 그 주범인 것 같다.

일부 국가들의 과잉설비와 과잉부채가 아직 충분한 조정을 거치지 못했고 전 세계 경기가 탄력적으로 좋아질 만큼 몸 상태가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계속 오락가락하고 유로화 가치는 더 떨어져 페리티(달러/유로 1.0)도 깨지는 경우다.

달러가 더 강해져 신흥국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미 금리인상은 애꿎은 주변국 금리만 자극해 그간 초(超)저금리에 힘입어 올랐던 주가나 집값이 슬슬 미끄러져 내려가는 경우다.

그렇다면 이 상반된 전망 가운데 우리는 어느 쪽에 좀 더 신뢰를 둬야 할까? 물론 이를 결정할 핵심변수는 실물경기다. 세계 중앙은행들이 미친 듯이 돈을 풀어 온 까닭도 결국 이 경기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시중 금리의 상승세는 어쩌면 모두가 염원했던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 금리자체에 금융시장이 잔뜩 겁을 먹고 있다. 경기가 아직 시원치 않다 보니 각국 통화당국도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금리를 조심스레 다루고 있다. 그러니 경기가 풀리면 모든 질서가 제대로 잡혀갈 것이다.

원래 경기라는 것은 살아있는 생명체이고 오묘한 심리적 결합체가 아니던가? 그런데 아직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세계경기의 방향성이 모호하다. 또 그간 실물경기가 줏대 없이 금융환경에 목 매고 움직여 왔기에 앞서 언급한 글로벌 이벤트들이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사실은 미지수다.

따라서 아직 우리는 당분간 균형잡힌 중립적 자산 관리를 권하고 싶다. 보다 엄밀히 말하면 ‘버는 전략’ 보다는 ‘지키는 전략’이 우선이란 뜻이다. 지나친 위험 선호나, 과도한 위험 회피도 아닌 중립된 입장에서 단기유동성이나 현금비중을 가능한 높게 유지할 것을 제안한다.

시기적으로 1분기까지는 주변상황을 지켜본 다음 결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연초는 우선 트럼프 정책노선이 보다 뚜렷이 드러날 시기다. 오는 3~4월 정도면 미국 예산 프로그램에 트럼프의 색채가 얼마나 덧입혀질지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경기도 진짜로 계속 좋아질 것인지 아니면 지금 과도한 기대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인지 한 번쯤 검증이 필요하다.

또 이번 봄은 금리상승이 각국의 집값이나 주식시장에 어느 정도나 영향을 미칠지 대략 가늠할 수 있는 시기다. 더욱이 올 첫 분기는 미 연준의 속내와 향후 금리인상 속도를 판단할 수 있는 시기다.

아울러 이번 봄은 유럽 은행들의 부채 조정이나 오는 4월 말 5월 초 프랑스 대선을 전후로 유로화의 세찬 맷집 시험을 통과해야 될 가능성이 높은 시기다. 국내 정치 상황도 아마 이때쯤 중대한 변곡점을 맞지 않을까 예견된다.

날씨가 좀 더 풀릴 때까지 호흡을 가다듬고 세상을 조망하자. 지금까지의 상황에만 너무 몰입해서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낙관하는 것은 다소 성급해 보인다.

물론 경기회복에 대한 구체적인 물증을 찾을 즈음이면 이미 원자재 등 상품가격이나 주식 등 위험자산 가격은 더 높이 치솟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연초 자산시장의 제반 상황을 보면 이러한 낙관적 전망이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돼 있다. 추가상승을 위해서는 더 크고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

무조건 더 높은 위험과 수익을 적극 추구하기에는 확인하고 또 거쳐야 할 부분들이 아직 많은 것 같다. 균형 감각을 유지하면서 신중 모드로 가다 보면 중위험 중수익의 좋은 기회들이 또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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