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세론 속 文 때리기 나선 박원순 시장

서울시장 연임 전략 수정 공세 수위 높여

문 전 대표와의 관계 청산하고 대권 도전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야권 잠룡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선 출마 의지를 공표한 뒤 연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향해 칼날을 겨냥하고 있다. 사법연수원 동기인 박 시장과 문 전 대표의 우호적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 특히 문 전 대표가 박 시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임종석 전 의원 등을 영입하면서 두 사람 간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가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박 시장이 당내 비문 주자들을 결집시킨 뒤 당내 경선 과정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문 전 대표와의 양자구도를 기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대통령 선거 출마 의지를 밝혔다. 그는 ‘결심이 섰습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2017년은 낡은 대한민국과 결별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여는 첫 해여야 한다”며 “차기 대선은 고질적인 지역구도, 색깔 논쟁, 진영 대결이 아니라 새 시대의 비전을 제시하는 경쟁이다”라고 말했다. 또 “말과 구호가 아니라 어떤 가치를 실천하며 살아왔는가, 혁신적인 삶을 살아왔는가, 어떤 성취를 보여주었는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며 “걸어온 길을 보면 그 사람이 걸어갈 길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대한민국이 거듭나려면 ‘유능한 혁신가’가 필요하다”며 “온 국민이 대한민국의 총체적 개혁을 요구하는 시점에 평생을 혁신과 공공의 삶을 살아온 저는 시대적 요구에 따르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SNS 글을 게재한 당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열린 시장실 앞에서 대선 출마 관련 입장 표명을 통해 사실상 대권 출마를 확실시했다.

대선판 뜨겁게 달궈

박원순 서울 시장의 대권 출마 선언 후 행보는 ‘문재인 때리기’를 통한 문 전 대표의 독주체제 ‘견제’였다. 그는 견제의 수위를 점차 높여가며 대선판을 달구고 있다.

박 시장은 문 전 대표와 사법연수원 동기(12기)로 3년 여 전 자신의 SNS를 통해 “사법연수원 수료식에서 함께 찍은 문재인 의원님은 그때도 늠름하셨다. 그 우정을 그대로 간직하며 오늘 오전 서울 한양도성길을 함께 걸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역시 검찰의 박 시장 아들 병역 의혹 재수사 보도가 나오자 “박원순 죽이기에 적극 대처하겠다”고 밝히는 등 박 시장과 문 전 대표의 관계는 끈끈해 보였다.

그러나 박 시장은 지난 8일 전북에서 언론인들과 만나 “문 전 대표는 당 대표 시절 친문(친문재인) 인사를 줄 세우며 분당이라는 폐해를 낳았다”며 “지금도 여전히 문 전 대표가 당을 지배하고 있고 이런 기득권이 여러 문제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는 본격적인 ‘문재인 때리기’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끈끈해 보였던 두 사람 사이에 이상 기류가 나타났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어 박 시장은 지난 1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참여정부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 전 대표의 경력을 문제 삼았다. 그는 “재벌 개혁에 실패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킨 참여정부를 재현하는 ‘참여정부 시즌2’로는 촛불이 요구하는 근본적 개혁을 이룰 수 없다”고 말하며 또 한번 공세를 이어나갔다.

박 시장의 반문 공세는 왜

정치권에서는 박원순 서울 시장의 이런 공세가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 중 가장 낮은 지지율과 현재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지만 짧은 시일 내 지지율을 높일 만한 요소가 마땅치 않아 어쩔 수 없이 ‘문재인 때리기’ 전략을 택한 것 아니냐고 해석한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성남 시장의 서울시장 출마설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문 전 대표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공세로 전환해 대권에 도전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시장은 지난 11일 열린 당헌당규강력정책위원회 회의에 불참한 것은 물론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선 룰은 후보자끼리 합의하는 게 맞으며 새해 벽두부터 당 대표가 경선 룰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국민 정서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는 박 시장이 원하는 결선투표제 도입과 다른 방향을 지향하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불만 표출과  추 대표의 서울 시장 출마설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됐다.

한편 반문 전선 선봉에서 양자 구도를 택한 박 시장이 선봉 자리를 다른 야권 대선 후보에게 자리를 내주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손을 잡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원순 키드’로 불리는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원순 시장은 당인으로서 자기 책임을 질 분이다. 일각에서 나오는 외부 연대설 등은 정치권 주변의 호사가들이 만들어낸 허무맹랑한 그림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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