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이 변곡점을 지났다”… ‘침묵’하던 보수 깨운 야당·언론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지난 7일 ‘태극기집회’ 인원이 처음으로 ‘촛불집회’ 인원을 넘어섰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은 ▲정치적 중립성을 잃은 특검 ▲안보 불안을 야기하고 억지 탄핵을 주도한 야당 ▲위법수사를 진행한 검찰을 집중 규탄했다. 이날 ‘태극기집회’에는 ‘촛불집회’와 달리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지 않았고 야권 인사들의 조직적 참여도 없었다. ‘태극기집회’를 주도한 보수단체의 조직 동원력도 ‘촛불집회’ 주최 단체들에 비해 현격히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 언론 매체들마저 연일 ‘촛불’을 미화하고 ‘태극기’는 비하하고 있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태극기집회’ 인원이 ‘촛불집회’ 인원을 넘어선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민심이 ‘변곡점’을 지났다. 앞으로 ‘태극기집회’ 참가 인원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 악조건 속에서도 ‘촛불’ 뛰어넘은 ‘태극기’
- “‘태극기집회’ 인원 갈수록 증가할 것”

새해 첫 주말인 지난 7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단체가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 대통령 퇴진 요구’ 촛불집회에 맞서 ‘제8차 태극기집회’를 개최했다. 경찰 추산 3만7천 명의 시민이 참가한 이날 ‘태극기집회’는 경찰 추산 2만4000명이 참가한 ‘촛불집회’ 인원을 뛰어넘었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탄핵 기각’, ‘야당 헌법 농단 중단’, ‘특검 수사 농단 중단’ 등을 외쳤다. 탄핵 심판 사건의 박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 서석구 변호사도 태극기를 망토처럼 두르고 참석했다. 

박사모 정광용 회장 겸 탄기국(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대변인은 이날 “올해 1월 7일 집회를 기준으로 촛불과 태극기 숫자가 뒤집어졌다”라며 “한순간도 쉬지 않고 매주 토요일마다 계속 집회를 해나갈 것”이라고 앞으로 ‘태극기집회’ 참가 인원이 더 많아질 것임을 예고했다.

권영해 탄기국 공동대표도 “검찰과 특검이 법에 의한 수사가 아닌 짜 놓은 틀에 대통령을 공범으로 몰기 위해 수사하고 있다”며 “범죄가 발생하면 원점에서 수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집회에 참가한 이우현 새누리당 의원 역시 “탄핵을 못 막고 대통령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며 “배신자들을 심판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촛불집회’ 측은 즉각 경찰의 추산 방식을 문제 삼았다. ‘태극기집회’는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열리는 데 비해 ‘촛불집회’는 낮부터 밤까지 장시간 계속되고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참가 인원을 단순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촛불 ‘미화’, 태극기 ‘비하’하는 언론…

그러나 이 같은 ‘촛불집회’측의 주장은 중요한 사실 몇 가지를 간과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선 ‘촛불집회’에는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들이 늘 대거 등장해 시민들의 참가를 독려했다. 반면 새누리당 국회의원 중 ‘태극기집회’에 참가한 의원은 김진태 의원을 비롯한 극소수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새누리당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김진태 의원 등 ‘태극기집회’ 참여자들을 출당시키겠다며 협박을 가하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촛불집회’는 종편은 물론, 대부분의 언론들의 광폭적인 지원과 홍보를 받아왔지만 ‘태극기집회’는 극소수의 매체 이외는 공식 언론을 통한 홍보가 전무했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태극기집회’ 인원이 ‘촛불집회’ 인원을 뛰어넘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태극기집회’ 참가 인원이 늘어난 이유로 억지 탄핵을 주도하고 안보 불안을 야기한 야권과 야당의 나팔수를 자처하며 ‘촛불집회’를 미화한 언론에 대한 분노를 꼽았다.

실제로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사드 배치 결정은 다음 정부로 미뤄야 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즉각 재개해야 한다”, “대통령이 되면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가겠다”는 등 연일 안보관을 의심케 하는 발언을 내뱉었다. 한 술 더 떠 문 전 대표는 이미 왕좌에 앉은 듯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수습에 올인하고 있는 황교안 권한대행에 연일 날을 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나아가 진보 단체가 주도하는 집회와 시위에는 늘 그 취지와 관련이 없는 플래카드가 등장했다. 이로 인해 집회의 순수성은 훼손됐고, 동력이 끊긴다는 정치권의 비판에 직면했다. 이번 ‘촛불집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촛불집회’ 장소에는 헌법재판소가 통진당 해산 결정을 하는 데 청와대가 개입했다며 내란선동 혐의가 확정돼 복역 중인 이석기 전 의원 석방을 주장하고, 제벌을 해체하라는 등 ‘촛불집회’의 취지와 전혀 관련이 없는 플래카드가 등장했다.

기존 보수층, 보수정당 재기 기다려…

이 같은 야권의 권력 야욕과 안보 불안을 야기하는 행동들로 인해 국민들이 태극기를 휘날리며 거리로 나왔다는 게 정치권 일각의 주장인 것. 언론시민단체인 바른언론연대(공동대표 진용옥·최창섭)는 30일 ‘촛불 미화, 태극기 비하. 비상식적 언론이 대한민국 망국 견인한다’ 제하의 성명을 발표하고 “야당과 좌경화 언론이 선동으로 민심을 부추기고, 그 ‘촛불민심’을 앞세워 대통령을 강제로 퇴진시키려 하는 ‘인민재판’이 세밑 칼바람을 뚫는 ‘태극기 물결’을 부르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의 관계자 역시 “야당의 안보 불안이 이번 ‘태극기집회’ 열기의 원인이다”라며 “온 언론과 포털이 동원돼 홍보해준 촛불이 꺼져가고 소수 매체 외에는 거의 전 언론이 짓밟고 매도했던 태극기가 빛나기 시작한 것은 대한민국 역사의 기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촛불집회’에서 최순실 사태의 본질과 관계없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온다면 ‘태극기집회’의 인원은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촛불집회’ 인원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보수층 유권자들이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박 대통령에 실망하고 있으나 아직도 보수정당의 재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헌재 탄핵 인용 기각’ 여론이 조금씩 늘고 있다”며 “이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가 정한 ‘법과 제도’의 가치를 존중하는 합리적, 이성적 판단이 탄력을 받고 있음을 방증한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태극기집회’의 열기만 본다면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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