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통해 도움…벼랑 끝 몰린 이재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계열사 사장·부장 연루…합병 대가성 여부 논란
“부정 청탁 없었다” 방어 논리의 결과는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지난 12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성사를 대통령에게 부정청탁하고 그 대가로 최순실 씨 일가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특검팀은 지난해 12월 6일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이 최씨 일가 지원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등의 진술이 거짓이라 판단해 위증죄 혐의도 추가했다.

삼성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기간이 대통령 독대 전이라는 시점을 고려했을 때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며 그 이후 최씨 일가 지원은 대통령 압박에 못 이겨 한 것이라 주장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죄·위증죄 혐의로 피의자 소환, 23시간 조사 끝에 귀가 조치시켰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여러 차례 독대를 거치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최씨 일가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다고 보고 있다. 만약 이 정황에 대한 증거를 입수하면 박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죄’ 혹은 박 대통령과 최씨의 경제 공동관계 입증 시, 뇌물죄까지 적용할 수 있다.

3차례의 독대

특검이 주목한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첫 독대는 2014년 9월 15일이다. 그날 대구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이 끝나고 박 대통령은 이 부회장을 따로 불러 독대했다. 특검팀은 이 시기에 박 대통령이 승마 유망주 지원을 요구했고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을 청탁했다고 보고 있다.

그 후 2015년 3월 삼성은 한화에게 승마협회 회장직을 넘겨받았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사를 두 달 뒤에 발표했다. 그러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결의 후 미국의 사모펀드 엘리엇이 반대하며 차질이 있었다.

당시 국민 여론이 삼성에 우호적으로 움직였고 두 회사의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해 불가능할 것 같았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2015년 7월 17일에 성사됐다.

특검팀은 지난해 말부터 국민연금을 비롯해 보건복지부 등에 압수수색을 벌여, 대통령이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 측에 압력을 행사했는지 조사했다. 이에 문형표 전 복지부장관을 구속했고 문 전 장관은 국민연금이 삼성 합병에서 찬성표를 던지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시인한 상태다. 

삼성 측은 특검이 주장하는 청탁 시기와 삼성이 최씨 일가를 지원한 시기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삼성 측은 2014년 대통령과 독대 후 승마 유망주에 대한 지원 요청을 받았고 이에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을 승마협회 회장직을 맡도록 했다.

하지만 2015년 3월부터 합병 완료 7월 17일까지 삼성의 최씨 일가에 대한 자금 지원은 없었다. 삼성 측은 현재까지 드러난 최씨 일가에 대한 자금 지원이 합병의 대가라면 이 시기에서부터 진행됐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삼성은 오히려 그 시기 최 씨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최 씨 측근인 박원오 승마협회 전무가 보낸 ‘정유라 지원 로드맵’을 승마협회 부회장으로 있었던 이영국 삼성전자 상무와 권오택 삼성전자 부장이 거부했다.

그 후 삼성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끝난 후 지난해 7월 25일 박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이 부회장이 지원을 거부한 사실로 질책당했다고 했다. 이 부회장에 따르면 당시 박 대통령은 “한화보다 삼성이 승마협회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고 있다”며 이 부회장을 강하게 질책했다.

압박 못 이긴 것

이 부회장은 다음 날인 26일 박 사장 등과 회의를 열어 최 씨 측 요청을 거부한 이 상무와 권 부장을 경질토록 했다.

박 사장은 바로 다음 날인 27일 급히 독일로 떠나 최 씨 측과 지원 방안 등을 협의했고 한 달 뒤 정 씨 등 승마 선수 6명에게 최대 200억 원 지원 계약을 코레스포츠와 체결했다.

그 후 삼성은 최 씨 조카 장시호 씨가 주도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도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16억2800만 원을 지원했다. 삼성 측은 이도 최씨 일가 지원 맥락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한다.

삼성은 최씨 일가 지원이 박 대통령의 압박 때문이라며 자신들을 공갈협박 피해자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 특검에 소환됐던 삼성 측 관계자들은 모두 이 같이 증언했다고 알려졌다.

지난 9일 소환된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과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도 이같이 증언했고 이 부회장의 특검 증언 내용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전해진다.

법조계 전문가들도 삼성이 주장한 대로 시기적으로 따지고 본다면 특검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한 법조계 전문가는 “박 대통령이 삼성 측에 요청한 승마협회 지원 등 사항은 이미 몇 가지 드러났다.

하지만 문제는 뇌물죄가 성립되려면 서로 주고받은 것들이 분명해져야 하고 최 씨와 박 대통령이 경제 공동체 관계라는 것도 입증 해야는데 이 과정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 측이 현재 박 대통령과 최 씨의 강요에 의한 지원일 뿐 삼성의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점을 겨냥한 방어 논리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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