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한국을 떠난 지 10년만에 귀국했다. 조기 대선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대선 구도는 반기문 대 문재인 양강 구도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여야 모든 정당은 경선을 계획하고 있지만 군소 후보가 문재인, 반기문 양(兩) 대세론을 꺾을 이변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결국 보수 진영은 반 전 총장으로 진보 진영은 문 전 대표로 갈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지난 2012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패한 문 전 대표는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는 점을 홍보하고 있다. 반면 반 전 총장은 10년 만의 귀국으로 세력이 일천한 처지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친문 단독정권을, 반 전 총장은 여야 정치세력을 아우르는 연정을 통해 대권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뉴시스>

- 潘, 연대 띄워 공동정권 깃발 들고 보수총결집
- 文, 외연 확대·2012년 친문핵심 복원 패권유지

‘왕의 귀환’을 연상케 하듯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2일 금의환향했다. 반 전 총장은 ‘반기문 대망론’에 고무된 듯 대선 출마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국민 대통합’을 내세운 그는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할 때”라며 기존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반 전 총장은 “많은 분들이 나에게 '권력 의지가 있는가' 이렇게 물어봤다. 그 분들이 말씀하신 권력 의지가 이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묶어서 다시 세계 일류 국가로 만드는 데 노력을 하는 그런 의지가 있다면 나는 분명히 내 한 몸을 불사를 각오가 돼 있다고 이미 말씀을 드렸고 그 마음에 변함이 없다”며 ‘제2의 고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감을 사전에 차단했다.

반 전 총장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은 검증 기간이었다. 자신을 비롯해 처자식 형제 자매 나아가 친인척까지 현미경 식 검증을 당할 경우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헌재의 탄핵 심판을 앞두고 4월 조기 대선이 탄력을 받으면서 3개월만 버티면 된다는 점에서 대선 꽃길이 열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다수의 헌법 전문가들과 정치권에서는 2월중에 헌재에서 탄핵 심판이 나오고 늦어도 3월 13일(이정미 재판관 퇴임일)전에는 탄핵이 용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한철 헌재 소장 역시 신년사를 통해 “사안을 철저히 심사해 공정하고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힌 점도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2월 대통령 탄핵說에
4월 조기 대선 유력?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야권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는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조기 대선이 문 전 대표에게도 경선에서 유리하지만 보수 진영이 반 전 총장으로 결집하고 지역적으로 영남과 충청이 손을 잡을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문 전 대표도 반 전 총장이 귀국하는 날 충정도를 방문해 “만약에 (반 전 총장이)정치를 한다면 우리와 함께 손잡고 할 수 있다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만약 새누리당의 친박이나 비박과 제3지대를 만들어 정치를 한다면 그것은 박근혜 정권의 연장”이라고 못박았다.

박 대통령 탄핵 심판이 2월경에 이뤄질 경우 60일 내에 대선이 치러질 수밖에 없어 조기 대선일은 4월 26일 수요일이나 그 전인 19일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럴 경우 여야 정당은 2월경에 경선을 치러야 한다. 민주당은 3월에 당 후보를 확정하기 위해 경선룰 협상에 들어갔다. 경선 방식은 ‘완전국민경선’으로 잠정 결정하고 대선 기간이 짧은 만큼 결선 투표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대표를 비롯해 반기문, 정운찬, 손학규를 영입해 원샷경선을 치르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손 전 대표를 제외한 반 전 총장과 정 전 총리는 국민의당 러브콜에 아직 답을 주지 않고 있다. 결국 국민의당은 손 전 대표가 1월 말 늦어도 2월 초 입당한 이후 경선룰을 결정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새누리당 탈당파가 모여 만든 바른정당의 경우 오는 25일 남경필 경기지사를 비롯해 원희룡 제주지사, 유승민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일정상 2월경에 경선을 치러 조기대선에 대비하겠다는 복안이다. 반면 새누리당의 경우 당 내분으로 인해 경선을 고민하기보다 존재 자체를 더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마땅한 대선 후보도 부재해 ‘불임정당’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향후 벌어질 조기 대선의 중대 변수는 반기문 전 대표의 향후 행보다. 반 전 총재는 문 전 대표가 있는 민주당뿐만 아니라 안철수 국민의당, 바른 정당 등 여야 모든 세력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이 귀국 일성에서 밝혔듯이 정치권을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하고 정치교체를 내세운 이상 정당에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은 매우 낮은 형편이다.

오히려 반 전 총장의 측근들 말을 종합해보면 18대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친박근혜 연대(이하 친박연대)처럼 친반기문연대(이하 반기문 연대)를 구성해 대선을 치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반기문 연대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정치인으로 ▲정진석 의원(공주·부여·청양, 4선)을 비롯해 ▲이명수 의원(아산갑, 3선) ▲박찬우 의원(천안갑, 초선) ▲성일종의원 서산·태안, 초선) ▲경대수 의원(증평·진천·음성, 재선) ▲이종배 의원(충주, 초선) ▲권석창 의원(제천·단양, 초선)  의원 등 충청권 출신 7명이다.

신당창당, 입당?
‘친반기문 연대’ 출범 시사

또한 나경원 의원과 탈당한 홍문표 바른정당 의원과 전직 의원인 박형준, 이상일, 안홍준, 이수성, 김형오 등이 반기문 연대 핵심 구성원이 될 전망이다. 이럴 경우 반 전 사무총장은 굳이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신당 창당을 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반 총장은 제3지대에 머물러 있으면서 느슨한 반기문 연대를 통해 경쟁자들의 네거티브 선거전에 방어막을 구축하는 전략이다. 또한 대선에 임박해서는 반문재인 연대 가능성을 열어놔 여타 다른 정당 대선 후보들과 단일화도 노릴 수 있다.

반기문 연대가 ‘반기문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사조직 성격이 강하다면 반문재인 연대를 위한 매개로는 ‘임기 단축’과 함께 개헌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워 여야 개헌파들과 연합정권 내지 공동정권을 구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높다. 실제로 반 전 총장은 귀국전 참모들 입을 빌어 개헌과 임기단축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바 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2월 23일 미국 뉴욕에서 새누리당 경대수, 박덕흠, 이종배 의원 등 충북 의원들과 만나 “내가 직접 개헌을 할 수는 없지만 국민이 원한다면 개헌을 안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개헌 방향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지만 개헌을 통한 차기 대통령의 임기 단축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차기 대통령의 임기) 3년 이야기도 나온다”는 이종배 의원의 말에 반 총장은 “개헌에 따라 국회의원과 (대통령) 임기를 맞추려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 (총의가 모아지면) 거기에 맞춰야 한다”고 답했다.

여권 후보 1위인 반 전 총장의 임기 단축과 개헌 공약은 측근 그룹인 반기문 연대로선 반가울 리 없다. 실제로 야권 후보 1위인 문 전 대표 역시 ‘임기 단축’ 개헌에 대해 “적폐청산하는 데 5년도 짧다”고 반대하고 있는 배경 역시 참모들의 반대가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문 전 대표는 당내 개헌파 69명의 반발에 ‘임기 내 4년중임제 개헌’을 약속했지만 아직도 ‘임기 단축’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반 전 총장 역시 ‘반기문 연대’를 정당 삼아 무소속 후보로 나서도 승리가 가능하다면 굳이 임기 단축 개헌과 연정을 약속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문 전 대표의 지지세가 여전히 강하고 무소속 후보라는 타이틀을 벗기 위해선 ‘임기단축 개헌’과 ‘연정’을 통해 기존 정당 세력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일단 민주당 의원 중 개헌을 고리로 탈당해 제3지대로 올 인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꼽으라면 김종인 전 대표와 진영 의원 등 김종인계 인사들 1~2명이다.

하지만 민주당을 제외한 국민의당과 바른 정당은 사정이 다르다. 일단 안철수 전 대표가 있는 국민의당은 ‘제3지대론’에 불을 붙이며 진작부터 ‘반기문 영입’에 나선 바 있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아울러 손학규 전 대표가 국민의 정당에 입당해 야권통합파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호남 중심의 구민주계 지원을 받아 대통령 후보를 노릴 경우 친안철수계와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안철수 전 대표 등 친안파들의 선택은 반 전 총장이 있는 반기문 연대에 합류할 공산이 높다. 손 전 대표는 민주당 당 대표 시절 야권 통합을 이룬 장본인이다. 현재는 문 전 대표의 야권통합론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될 경우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단일화에 나설 개연성이 높다.

반면 안 전 대표가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된다면 야권 단일화는 물 건너갈 공산이 높다. 대선 구도가 문재인, 반기문, 안철수 3자구도로 대선이 치러질 경우 야권분열로 패배한 87년 대선과 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구민주계가 손 전 고문을 지지하려는 이유다.

새누리당 탈당파의 바른정당 역시 반 전 총장과 함께 할 공산이 높다. 친MB계가 다수인 바른정당은 이미 반 전 총장의 캠프에도 다수가 참여하고 있다. 곽승준 전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을 비롯해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 김두우 전 정무수석,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 등이 대표적인 인사다.
 
권력 분점 문 여는 潘,
‘섀도캐비닛’ 문 닫는 文

바른정당은 반 전 총장이 경선에 참여하길 기대하지만 굳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반기문 연대와 권력 분점을 고리로 함께해도 무방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반 전 총장측은 새누리당 1차, 2차 탈당파와 민주당 개헌파 일부, 그리고 국민의당 안철수계를 연정과 개헌을 매개로 공동정권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반면 문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의 연합정권에 맞서 단독 정권으로 정면돌파를 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미 문 전 대표는 측근들을 통해 ‘섀도 캐비닛’(예비내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표는 12월20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완전한 형태는 아니더라도 어떤 분들이 함께 국정을 수행하게 될지에 대한 점을 가시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것에 대비해 적절한 시기에 예비 내각 명단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조기대선 하에서 대통령이 된 후보는 당선증 교부와 더불어 바로 대통령직무수행을 하게 돼 인수위 과정이 생략된 만큼 사전에 후보와 정당 간 협의를 거쳐 어떤 내각을 구성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속내는 ‘준비된 대통령’으로서 야권 연대 없이 친문 단독으로 정권을 세우겠다는 뜻이다.

문재인 캠프 핵심 요직 역시 2012년 문재인 후보 경선 캠프에서 최측근으로 분류된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독식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사가 전해철 의원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을 거쳤다. 조윤제 서강대 교수는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 격인 ‘정책 공간, 국민성장’의 소장으로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지냈다.

문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김경수 의원은 연설기록 비서관과 공보비서관을 지냈고 최근에는 캠프 내 비밀리에 비서실을 꾸렸다. 양정철 전 비서관은 노무현 후보 언론보좌역을 담당했고 홍보기획비서관과 노무현 재단 사무처장 등을 맡아 메시지를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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