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 대통령에 인격살인 가까운 융단 폭격” 분노

헌법재판소에서 변론 중인 서석구 변호사 <사진=서 변호사 제공>

여론·군중재판 안 돼…‘예수’ 발언은 사례를 든 것뿐

‘태극기 민심’ 촛불 제쳐…대통령 헌재 출석 여부 ‘글쎄’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대통령 자격 여부’를 두고 국회 탄핵소추위원단과 변호인단 간의 수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회 소추위원단은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는 입장이고,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대통령의 헌법 위배는 인정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일요서울은 대리인단 중 한 명인 서석구 변호사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탄핵 심판 관련 박 대통령의 향후 계획과 최근 ‘예수’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서 변호사의 입장 등을 들어봤다.

최근 박 대통령이 헌재에 직접 나와 자신의 입장을 변론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헌재와 특검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 변호사는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 여부는 또 다른 관심사항이다. 지난 1일 박 대통령이 신년기자간담회를 열어 탄핵 심판의 각종 쟁점에 대해 의견을 밝혔는데, 이를 두고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그간 헌재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 있음에도,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직권을 이용해 간담회를 연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서 변호사는 이에 대해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전례와 관례를 강조했다. 그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도 심판 때 나오지 않았다”며 “대통령 불출석은 전례에 비춰본다면 그것 가지고 비난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실제 대통령을 변론기일이나 신문 출석을 강요할 규정은 없다. 2004년 탄핵심판 당시 노 전 대통령도 변론에 출석하진 않았다.

하지만 직무 정지 상태에서 간담회를 연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또 다른 헌법 위반 행위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대해 서 변호사는 “대통령들이 보통 신년에 간담회 갖는 것은 관례”라며 “법정에 안 나올 것 같으면 신년간담회도 하지 마라는 것은 너무 오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은 신년간담회를 열 수 있고, 법정에는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예수 동격화’ 논란에

논리적 비약 반박

서 변호사는 지난 6일 2차 변론에서 “예수와 소크라테스도 군중재판으로 십자가를 지고 사형선고를 받았다”고 발언해 박 대통령을 예수와 동격화 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서 변호사는 말이 왜곡됐다며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그는 “대통령을 예수로 동격화한 게 아니고 다수결도 때로는 위험할 수 있다. 다수결도 모함과 선동에 의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그 사례로 소크라테스와 예수를 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것이 사실상 동격화는 아닌가 하는 기자의 질문에 서 변호사는 “사례일 뿐이지. 동격화라고 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자 왜곡”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한국 언론이 대통령에게 인격 살인에 가까운 융단 폭격을 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국의 좌파 언론에 속하는 뉴욕타임즈조차도 헌재 재판을 보도하는 데 저의 변론 요지를 자세히 보도했다”면서 “대통령에 융단 폭격하는 인민재판, 군중재판 식으로 보는 제 변론을 더 선호해 보도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 변호사는 ‘태극기 민심’이 ‘촛불 민심’을 추월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지난 7일 집회 때 경찰 추산으로 태극기 집회가 촛불 집회보다 더 많았다고 보도되지 않았느냐”며 “(사실상) 지난달 31일부터 수적으로 역전됐다. 그런데 언론은 이를 간과하고 편파적 보도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경찰은 7일 태극기 집회에서 3만7000명, 촛불 집회에서 2만4000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서 변호사는 ‘촛불 집회는 종북세력’이라고 본인이 말했다고 알려진 발언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탄핵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다 북한 추종세력은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촛불집회는 종북이라고 했다는데 그건 택(턱) 없는 소리”라고 밝혔다.

“세월호 의혹 소명돼”

제 2 태블릿? ‘문제 없다’

‘세월호 7시간’ 의혹은 탄핵 주요 조항 중 하나며 국민적 관심 사항이기도 하다. 서 변호사는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의혹에 대해 “상당 부분 소명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리인단 측은 지난 10일 관련 답변서를 헌재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헌재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인지한 시점이 정확히 언제인지 밝혀 달라”며 대리인단 측에 자료 보완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서 변호사는 “더 보완할 예정”이라며 짧게만 언급했다.

서 변호사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제2의 태블릿 PC’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난 10일에 또 다른 태블릿 PC가 특검에 제출됐는데, 이는 최순실(61·구속기소) 씨의 조카 장시호 씨(38·구속기소)가 특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태블릿 PC는 최 씨의 것과 다른 것으로 알려졌으며, 새로운 물적 증거가 발견된 것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서 변호사는 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사용 시점’이 달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 변호사는 “특검이 최 씨가 2015년 7월부터 11월경까지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특검이 제시한 삼성 SM T815 골드모델은 2015년 8월 24일 출시된 것으로 확인돼 사용기간이 완전히 거짓임이 들어났다”고 주장했다.

한편 헌재는 현재 주 2회 변론기일을 열어 탄핵심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서 변호사는 “국민들이 신속하게 재판하라는 요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신속도 중요하지만 공정도 중요하다. 두 가지가 잘 조화된 재판을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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