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연간 1인당 130만 원 지급 공약…전형적인 포퓰리즘?

이재명 성남시장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대한민국 정치사상 처음으로 기초단체장 신분으로 유력 대권 후보 반열에 오른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난 15일 광주에서 열린 지지모임 출정식에서 대권 도전 의지를 밝혔다. 이 시장은 이날 “가장 가보고 싶은 곳”에 대한 사회자의 질문에 “청와대에 놀러 가고 싶다”며 대권 도전에 대해 간접 시사했다. 그러면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대권 가도에선 미미한 존재였던 이 시장은 촛불집회와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가히 ‘이재명 신드롬’으로 불릴 만큼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대선정국이 요동치는 가운데 이 시장의 정책과 안보관에 대한 검증이 그 어느 때보다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일요서울이 이 시장이 추구하는 정책기조 및 대북관에 대해 알아봤다.

 

이 시장은 1차 촛불집회부터 일찌감치 뛰어들어 현장과 의제를 모두 선점하며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주인을 배신한 머슴을 쫓아내고 국민주권을 회복할 때”라거나 “우리가 힘이 없고 돈이 없지만 가오(폼)가 없는 것은 아니다” 등의 ‘사이다 발언’으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대중의 울분을 시원하게 해소시켜줌으로써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이 시장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지지층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으며 자신의 소신을 주위 눈치 보지 않고 직설적으로 표현하기로 유명하다. 또한 SNS 등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자신을 비방, 비판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고소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민감한 주제에도 직설적으로 대처하는 경향이 있으며 정답을 알 수 없거나 정답이 없는 주제에 대해서도 완곡하게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그 직설적이라는 게 상대방에 대한 인신모독성 비하적 발언과 100만에 가까운 시민을 이끄는 거대 지자체의 시장으로서 적절치 않은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 종종 논란의 대상이 되곤 한다.

3대 무상복지 시행으로 ‘스타시장’돼

이 시장은 3대 무상복지 등 과감한 정책을 펴면서 ‘스타시장’으로 떠올랐고 대선주자로도 부각됐다.

이 시장은 2016년 1월 18일부터 “신생아 산후 조리비용 지급” 및 “중학교신입생 무상교복 지급”을 실시한 데 이어 2016년 1월 20일부터는 ‘청년배당’ 정책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성남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청년들에게 12만5000원 상당의 성남사랑상품권이 지급됐다. 그런데 지급 하루 만인 21일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온라인 카페와 사이트 등에 성남사랑상품권을 할인해서 판매하겠다는 글이 잇달아 올라오면서 성남시의 무상복지가 ‘상품권 깡’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들었다.

성남시의 청년배당 정책은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과 함께 정부와 계속 갈등을 빚었다. 형평성을 무시하는 자칭 복지정책의 시행으로 중앙정부로부터 너무 나간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질타를 받고 있는 것.

그렇지 않아도 시민들 일각에서는 청년배당 정책이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지방정부가 일자리를 만들거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정책을 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찬성하는 쪽에서는 청년배당 정책이 본격적으로 청년 복지와 기본소득 의제를 공론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시장은 청년배당 등 무상복지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 대해 “표를 계산한다면 청년보다 노년층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확률이 높다”며 “노인을 위한 복지정책은 이미 시행되고 있고 청년배당 등 이번에 시행한 무상복지는 여태까지 확대한 복지정책의 마지막 단계”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에 대한 복지 지원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7포 세대’라고 불리는 청년층을 위한 공공의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한 끝에 나온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 이 시장은 대선이 다가오자 기본소득제 도입 공약을 내걸고 있다. 이 제도는 소득·재산·취업 여부 등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정액을 생활비로 지급하는 보편적 복지의 핵심이다.

이 시장은 소득·재산에 상관없이 청년과 노인, 농어민, 장애인 등 2800만 명에게 육아·아동·청년배당 등 형태로 연간 100만 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현금으로 주면 저축해 돈이 잠길 수 있다며 지역에서 쓸 수 있는 지역 화폐(쿠폰)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또한 이재명 시장은 지난 16일 정책포럼에서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연간 15조 원 정도를 더 걷도록 설계해 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전체 토지자산 가격이 현재 통계로는 6500조 원 정도인데, 보유세는 종합부동산세 연간 2조 원, 재산세 5조 원 정도로 너무 적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또 국토보유세는 기본소득에 대한 목적세 형태로 만들 것이라며 “국토보유세로 전 국민에게 연 30만 원을 지급하면 국민의 95%는 이미 내는 재산세보다 조금 더 내면서 훨씬 많이 받게 된다. 손해보는 것은 5%뿐”이라며 “부동산 투기를 막고 자산 불균형을 보정하는 것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이 시장은 기본소득 구상과 관련해 “연간 1인당 130만 원을 지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기본소득을 실험한 곳이 성남”이라며 “기본소득은 더 이상 취약계층을 구제하는 복지 개념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 경제질서와 성장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설명했다.

여권은 이 같은 움직임을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기본소득제 도입 주장은 아직은 일부 튀는 대선 주자의 공약 성격이 강하다는 것.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사실상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주겠다는 것은 제2의 기초생활보장 제도를 만들겠다는 의미”라며 “기초생활보장제도 자체도 현재 의료·생계·주거 급여 등 개별 서비스로 전환하는 중인데 이런 흐름에도 역행하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유럽 복지 선진국에서도 이제 기본소득을 시험해보는 단계인데, 갈 길이 먼 우리나라에서 대선 공약으로 나오는 것은 성급해도 너무 성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공지능 등 발달로 일자리가 줄고, 소득 사각지대와 임금 격차가 커지는 상황에서 불평등 해소를 위해 기본소득 도입이 필요하다는 시각 자체는 앞으로도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문제는 재원 마련인데, 실제로 추진할 경우 증세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정부 재정구조조정과 법인세 인상 등으로 총 50조 원을 마련할 수 있다”며 “올해 대한민국 정부 예산은 400조7000억 원인데, 성남시를 운영해 본 경험으로 연간 7~8% 절감해서 복지 등 다른 용도에 써도 재정에 문제가 없었다”며 “정부 재정구조에는 낭비 요인이 더 많으니 7~8% 정도를 구조조정하면 약 30조 원을 마련할 수 있고, 500억 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는 법인 440개에 대해 8%포인트만 법인세를 높이면 평균 15조 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간 10억 원 이상 버는 초고소득자 6000명 정도에 10%포인트 증세하면 평균 2조4000억 원 정도가 되는데, 감면규제로 실효세율을 올리면 5조 원 정도가 들어오기 때문에 이를 합쳐 총 50조 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북관 “햇볕정책 계승 발전시켜야”

대권주자로서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이 시장의 정책뿐 아니라 대북관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지난 13일 이 시장은 한 토론회에서 자신의 대북관을 밝혔다.

이 시장은 “향후 우리나라 대북관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기조를 계승 발전시키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며 “대화와 협상 상호 공존 원칙 속에서 군사적 대결 완화와 경제협력, 인도주의 정책을 통해 미래 한반도 통일의 초석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시장의 이러한 대북관과는 달리, 지난달 귀순했던 태영호 전 주 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는 햇볕정책과 관련 “북한 김정일 체제는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거짓 외피를 뒤집어쓰고 핵 개발을 은밀히 해왔다”고 증언하며 햇볕정책이 효과 없었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이 밖에 이 시장은 “미군 철수를 각오하고 대비해야 한다”며 자주국방정책 강화에 나설 것을 주장했다. 의무복무기간 단축과 선택적 모병제 도입 등의 안보 비전도 제시하며 자신의 약점으로 지적받는 안보분야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이재명 시장은 “일부에선 미군이 철수하면 큰일 아니냐고 생각하는데, 저는 여러 가지 지표와 상황들 때문에 미군철수에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각오하고 거기에 맞춰 국방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주한미군 주둔비 2배 증액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철수하겠다고 했다”며 “정부는 놀라서 미군 철수하면 큰일 난다며 얼마 올려줄까 연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지금 현재로도 미군 관련해서 지나치게 굴욕적”이라며 “종속적 태도를 취하다 보니 전 세계 미군 진주지역에서 대한민국이 진주비 부담이 크다. 독일은 18%, 일본은 50%선인데 우리는 77% 부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요구에 끌려가지 않고 방위비 분담 협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대안으로 “군을 현대전에 맞게 정예화하고 국민 부담을 줄이고 스마트강군을 만들면서 선택적 모병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두 다 병역의무를 지되 의무병은 복무기간을 10개월 정도 단축하고 그 대신에 지금 현재 63만 명인 현역은 원래 정부 계획대로 50만으로 줄이고 대신 전문전투병을 10만 명 정도 모병해서 보수를 주고 전문적으로 복무하게 만들면 군 전력도 강화되고 국민들 의무복무기간도 절반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군 관계자는 “북한은 현역군인이 150만 명이 넘고 북한의 핵무기 위협도 나날이 심화되고 있는데, 우리는 국방력을 키우기보다는 그저 표몰이를 위해 안보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안보가 풍전등화와 같다”고 말했다.

크고 작은 사건들로 명성에 오점 남겨

이 시장은 지나치게 말을 많이 하는 것이 걸림돌이 되어 장애인 비하 논란, 이덕일 지지 발언 논란, 선거일 대학생 MT 참가 비판 논란 등 수많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여기에다 크고 작은 사건에 휘말려 몇몇 전과기록을 남기는 등 명성에 오점을 남겼다.

2002년 성남참여연대(당시 성남시민모임) 대표로 있던 시절 ‘파크뷰 특혜 분양’사건 폭로와 관련해 공무원자격사칭죄로 처벌됐다.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김병량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검사를 사칭하고 통화를 불법 녹취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당시 파크뷰특혜분양사건에 대해 KBS PD가 변호사 사무실로 와 나를 인터뷰하고 있었다”며 “그 때 김병량 전 성남시장으로부터 휴대폰으로 전화가 오자 PD가 ‘담당검사다, 도와줄 테니 사실대로 말하라’고 유인해 녹음한 뒤 추적60분에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며칠 뒤 내가 PD로부터 녹음파일을 제공받아 기자회견에서 공개하자 당황한 김 전 시장이 나를 배후로 지목해 고소했다”며 “검찰은 내 인터뷰와 검사사칭전화를 묶어 ‘이재명이 PD에게 검사이름과 질문사항을 알려주고 검사사칭 전화를 도왔다’며 검사사칭전화 방조라고 누명을 씌웠다”고 말했다.

또 2004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 시장은 변명의 여지없는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2010년에는 6·2 지방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지하철역 구내에서 예비후보자 신분으로 명함 300장을 배포한 죄로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았다. 지하철역 구내에서는 명함배포가 금지되어 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지하철에 연결된 ‘지하 횡단보도’에서 명함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표적수사를 당했다”며 “역사 안은 물론 심지어 지하철 안에서까지 명함을 배포한 새누리당 후보들은 경고 또는 불문에 붙이면서 야당인 나의 경미한 명함배포 사건만 끝까지 기소했다”고 반발했다.

2013년에는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이 시장은 2005년,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런데 2013년 9월 14일 변희재가 대표로 있는 미디어워치 산하 연구진실성검증센터에서 “해당 논문 76쪽 중 무려 40여쪽 이상에서 표절 혐의가 발견됐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2014년 1월 이 시장은 “표절의 엄격한 기준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점이 있다”고 잘못을 인정했으며, 1월 3일자로 가천대학교 측에 ‘석사 학위를 반납하겠다’는 내용 증명을 보냈다. 이후, 가천대는 이 시장의 논문이 표절임을 확인해 행정학 석사학위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가천대는 2016년에 이 시장의 해당 논문이 유효하다고 최종결론을 내렸다. 미디어워치에 따르면 가천대가 교육부 시책과는 정 반대로 논문 검증시효 규정을 다시 만들어 이 시장 논문표절에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한편, 이 시장은 최근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연일 자신이야말로 진정한 보수 우파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는 기득권 지배세력이 자신을 보수라고 포장해 진짜 보수가 화가 나 있다”며 “내가 진짜 보수다. 새누리당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이 시장의 최근 행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본격적으로 부동층을 자신의 지지층으로 흡수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야권에서도 강한 야성을 드러냈던 이 시장이 ‘진짜 보수’임을 주장하며 중도층과 부동층을 공략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시장이 진짜 보수의 의미를 설득력 있게 말한다면 중도층의 지지도 흡수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