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포기, 제3지대행? 기로에 선 박 시장

박 사장 “특정인 대통령 만들기 위한 촛불 아냐”

한국갤럽에 이름 빠져… 안희정에게도 뒤져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대권 도전을 선언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수위 높은 발언을 연일 내놓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박 시장이 당내 비문 주자들을 결집시킨 뒤 당내 경선 과정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문 전 대표와의 양자구도를 기도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 화살들이 박 시장에게 도리어 ‘해’를 입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2년간 제외된 바 없는 박 시장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또 문 전 대표 지지층들에게 ‘문자폭탄’ ‘18원기부금’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요서울은 ‘문재인 때리기’의 역풍을 만난 박 시장의 차후 행보를 쫓아가 봤다.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의 날 선 비난을 받게 된 것은 박 시장의 ‘문재인 때리기’ 발언들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7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지지자들의 문자폭탄 및 18원 후원금 등과 관련해 우려를 나타냈다. 해당 글을 살펴보면 박 시장은 “참 두렵고 걱정스러운 일 이것이 민주주의인가 이를 실현하는 공당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냐”고   입을 뗐다.

이어 그는 “특정인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 촛불을 든 것이 아니다”라며 “저를 포함해 어떤 성역도 인정하지 않아야 제왕적 권력이 사라지고 다양성이야 말로 우리가 바꾸고자 하는 국민권력시대의 핵심가치”라고 강조했다. 또 박 시장은 “특정인에 불리한 발언을 했다고 문자 폭탄을 받고 18원 후원금을 보내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촛불을 든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박 시장은 8일 전북 전주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친문 기득권이 가져온 여러 문제도 청산의 대상이고, 그래야만 확실한 국민의 지지를 받아 정권 교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 1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재벌개혁에 실패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킨 참여정부를 재현하는 참여정부 시즌2로는 촛불이 요구하는 근본적인 개혁을 이룰 수 없다”며 “재벌에 휘둘리지 않고,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차별과 불공정에 맞서서 촛불민심을 대변하는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한다”고 전했다.

박 시장은 지난 11일 광주 기자간담회에서도 문 전 대표를 향해 “참여정부의 대북 송금 특검은 호남인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고 민주당 분당은 호남 분열로 이어졌다”고 문 전 대표를 향해 맹공을 퍼부은 바 있다.

위기의식 느낀 박 시장

정치권에서는 박 시장이 ‘반문(反文) 전선 선봉’에서 문 전 대표와 대립한 뒤 당내 주자들을 결집시키고, 당내 지지율 2위 자리에 올라 당내 경선을 치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재명 성남시장이 문재인 대세론 속 굳건한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에 박 시장은 뒤처진 존재감을 더 펼치기 위해 수위 높은 발언들이 더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발언들은 도리어 박 시장의 목을 조르는 모양새다. 문 전 대표의 텃밭인 부산에서 이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 것. 박 시장은 지난 14일 문 전 대표의 텃밭 부산을 찾아 더불어민주당 부산시 당 오찬간담회에서 자신의 최근 문 전 대표에 대한 비판에 대해 “본심은 그렇지 않다”며 “문재인 전 대표와 관련한 악의적인 표현은 너무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박 시장이 매월 발표되는 한국갤럽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이름을 올리지 못해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풀이했다. 지난 13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1월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박 시장이 후보군 8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박 시장은 꾸준하게 야권 대선 주자로 이름을 올린 바 있지만 이름이 제외된 것은 2년 만에 처음이다. 또 리얼미터가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조사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1.9%포인트)에서도 박 시장은 안희정 충남지사(4.9%)에게도 뒤진 6위(4.4%)를 차지했다.

한국일보가 의뢰한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 문 전 대표 지지자의 2순위 후보 선호도 변화를 살펴보면 박 시장은 지난해 12월 14.2%에서 올해 1월 14.1% 0.1% 하락세를 보인 반면 안희정 충남도지사 지난해 12월 13.7%에서 올해 1월 24.3%로 상승했다. 이는 한 달여 만에 안 충남도지사가 박 시장을 크게 앞선 것.

당 지도부와의 마찰

박 시장은 지난 19일 야권 공동정부 구성 관련 기자회견 등 일정을 취소해 이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왔다. 또 정부서울청사에서 예정됐던 제50차 중앙통합방위원회 회의에도 불참 뜻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의 잇단 일정 취소에 탈당이나 경선 불참 등 기로에 선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놨다.

앞서 박 시장은 야(野) 3당과 시민사회 대표가 참여하는 야권 통합 경선을 당에 제안해왔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시장은 이 같은 당의 태도에 강한 불만을 표출해 왔다. 당헌당규강령정책위원회는 민주당 경선룰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박 시장의 제안과 다른 2012년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때의 룰을 바탕으로 일부 조정하는 방향으로 경선룰이 가닥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 시장 측은 “오늘 낮 기자회견 일정 취소가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며 “지난 10일 정론관에서 공동정부와 공동 경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고 지난 17일 김부겸 의원과도 기자 설명회를 했다. 오늘 또다시 기자회견을 통해 공동정부를 강조하기보다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내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이어 통합방위모임 일정취소에 대해선 “통합방위모임의 경우 일정 조정 과정에서 참석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그동안 대리 참석을 하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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