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다음 수사대상 대기업 향한 칼날 무뎌져

수사 대상 명단에 이름 올린 대기업 ‘안도’하는 분위기

특검 “필요한 조치 강구해 흔들림 없이 수사 진행 예정”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총력을 기울였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에 특검의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전망이다. 국정농단 사건 수사의 핵심인 박근혜 대통령 뇌물죄 수사와 조사는 물론 삼성 외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며 수사 대상 명단에 이름을 올린 SK, 롯데, CJ 수사에도 급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여론과 언론 또한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법부의 판단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반면 무리한 특검의 사전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지적도 있다. 일요서울은 이번 이 부회장의 사전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시선 차이를 훑어봤다. 또한 수사 대상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업의 수사 방향 등을 짚어봤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 전담 조의연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를 입증할 결정적 대상으로 지목된 삼성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 입증을 자신했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특검 수사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검은 사전구속영장 기각 결정 이후 긴급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에게 향하는 칼날이 무뎌질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보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거라는 의견이 다수다.

삼성 외 대기업 수사 방향

특검은 지난 16일 이 부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다른 기업들의 부정 청탁 유무와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 액수 등을 추후 조사 결과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었다. 또 입건 범위는 최소한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특검이 기업들에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SK, 롯데, CJ가 다음 수사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CJ그룹은 ‘K컬처밸리’ 투자와 이재현 CJ 회장의 ‘사면’의 유착관계 의혹을 받으며 유력 특검 수사 대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이 회장은 탈세 및 횡령 혐의로 2년 6개월의 징역을 선고받았지만 지난해 8월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사면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특검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이 회장의 사면을 청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특검이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CJ가 돕는 대가로 이 회장을 사면해 준 것으로 보는 것이다.

또 CJ는 최순실의 측근 차은택이 주도한 ‘K컬처밸리’ 사업에 2015년 12월 단독 응찰했고 1조 원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계획과 별개로 미르·K스포츠재단에도 13억 원을 출연한 바 있다.

특히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에는 ‘이재현 회장을 도울 길이 생길 수 있다’는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 점들을 종합해 특검의 수사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으로 월드타워점이 재개점이 됐다는 의혹에 수사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이는 신동빈 롯데 회장이 대통령과 독대 후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대가로 신규 면세점 특허권을 받기로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롯데는 신 회장이 대통령과 독대한 후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45억 원을 출연했다. 또 지난해 5월 70억 원을 추가로 냈다가 돌려받은 바 있다. 이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사업권을 다시 얻기 위해 신 회장이 박 대통령에 청탁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관세청은 롯데가 재단에 출연한 직후인 4월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선정을 공식화했으며 논란에도 관세청은 지난해 말 면세점 추가 선정을 강행해 월드타워점이 재개장했다.

SK는 최태원 SK 회장의 ‘사면거래’ 의혹이 불거지면서 다음 수사대상으로 유력 거론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013년 1월 계열사 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수감 2년 7개월 만인 2015년 광복절 특별 사면 대상에 포함돼 출소했다. 최 회장은 당시 기업인 가운데 유일한 사면대상자였다. 이후 SK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111억 원을 출연했다. 이에 사면 결정에 앞서 SK가 사면을 위한 로비를 했다는 의심이 커지고 있어 특검이 이점에 수사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특검이 CJ와 롯데, SK에 대해 뇌물죄 적용을 위한 기존의 수사 방침대로 진행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역시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재계는 이 부회장의 사전구속영장 기각으로 일단 ‘안도’하고 있지만 특검의 칼끝이 완전히 꺾이지 않은 점을 미뤄 다음 수사 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이번 이 부회장의 사전구속영장 기각으로 특검은 법리보다 여론을 의식해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했다는 비난의 역풍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부회장에 대해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새벽 “뇌물 혐의 요건이 되는 대가 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춰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영장 기각에 엇갈린 여론

‘뇌물공여죄’를 입증하는 데 대가성 여부가 가장 큰 쟁점이다. 하지만 사법부는 범죄 혐의에 대한 증거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 또 청와대의 강압에 의한 출현이며 대가성은 없다는 삼성 측의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조 판사를 두고 신동빈 롯데 회장 영장 기각과 배출가스 조작 사건 연루됐던 전 폭스바겐 사장, 존리 전 옥시 대표 등 대기업 수사와 관련돼 구속영장 기각했다며 대기업 수사와 관련해 영장을 기각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남기기도 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