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1위 독주, 2030 대표성 확보가 원인
- 웹 세대 집단지성, 총선 기득권 심판도 주도

네트워크 접속을 통해 소통하고 행동하는 새로운 정치주체가 등장했는데 이들이 바로 다중(multitude)이다. 이탈리아 사회학자 안토니오 네그리에 따르면 다중은 분산된 네트워크인 인터넷으로 다양성을 유지하면서도 집합을 이루어 행동할 수 있다. 다중은 개방, 수평, 협력, 참여를 통해 집단지성을 표출한다.

세계적인 경영 석학인 찰스 리드비터에 따르면 웹(web)은 민주주의, 평등, 자유의 확산에 크게 기여한다. 웹은 수많은 틈새 공간을 창조해 참여와 정치의 다원화를 촉진한다. 웹은 실시간으로 불평등 사례를 폭로하여 정의를 촉진한다. 웹은 일부 소수에게만 인정하던 생산과 소비의 영역을 다수에게 허용한다.

2,30대는 다중이자 웹세대다. 이들은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반대 촛불시위,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지난해 말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시위를 주도했다. 이들은 정당, 시민단체, 언론을 거부하고 스스로 질서를 지키며 자유롭게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도 기존 정치권을 심판하고 3당 체제를 만들었다. 최근 이재명 성남시장을 대선 주자 3강으로 도약시킨 것도 이들이다. 또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의 1위 독주도 2,30대 때문이다.

2030, 지난 총선에서 기득권 심판

지난해 4월 치러졌던 총선에서 갓 창당된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투표에서 민주당을 제치고 2위를 기록했다. 여당의 아성이었던 영남에서 두 자릿 수 이상의 야당, 무소속 의석이 배출됐다. 호남에서도 여당이 두 석을 가져갔다. 권역별로 기존 정치권을 대표하는 정당이 심판을 받은 것이다.

총선에서 反정치 반기득권 흐름을 주도한 세대는 2,30대다. 특히 투표율이 가장 낮았던 20대 후반(25-29세)과 30대 전반(30-34세)의 투표율이 높아졌다. 2012년 총선 37.9%였던 20대 후반은 2016년 49.8%로 급상승했다. 2012년 41.8%에 머물렀던 30대 전반은 2016년 48.9%를 기록했다.

2,30대의 투표율 상승은 야권 승리로 이어졌다. 덕분에 민주당은 123석을 얻어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섰다. 문재인도 지난 총선의 수혜자다. 문재인은 총선 이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제외한 대선 지지도 1위를 지켰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밝혀지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반기문마저 꺾고 지금까지 1위를 독주하고 있다. 대선 지지도 문재인 1위는 거의 ‘몰빵 수준’에 가까운 2,30대의 쏠림현상 때문이다. 왜 2,30대는 문재인에 올인하는가.

2,30대 몰빵 지지, 역 쏠림 부를 수도

지난 2015년 12월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면서 문재인은 큰 위기에 봉착한 것처럼 보였다. 안철수 탈당 직후 실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문재인은 19.0%로 김무성(18.6%), 안철수(17.3%) 등과 근소한 차이로 1위였다. 광주·전라에서는 27.1%로 안철수(31.4%)에 뒤졌다.

그러나 2,30대는 오히려 문재인의 손을 들어줬다. 문재인은 19-29세에서 30.4%, 30대에서 26.3%를 얻어 김무성, 안철수를 압도했다. 2,30대의 문재인 지지 흐름은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올해 1월 18일 한국일보와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이 31.4%로 전체 1위다. 세대별로 19-29세에서는 38.5%, 30대에서는 48.8%를 나타냈다. 2,30대 쏠림현상이 강화되면서 광주·전라에서도 40.1%를 기록했다.

2,30대가 문재인 지지에 올인하는 이유는 그들의 집단지성과 관련이 있다. 촛불정국 이후 정권교체 요구가 매우 높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2,30대의 비중은 7,80%를 넘나든다. 정권교체에 우선순위를 두다 보니 문재인의 한계로 지적되는 불안한 국정운영능력이나 친노(親盧) 패권주의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2,30대는 지난해 12월을 전후로 급부상한 이재명에게도 상당한 관심을 두었지만 지금은 다시 문재인에게 수렴되는 추세다. 정권교체에 대한 2,30대의 열망은 2012년 대선에서도 드러났다. 2012년 안철수가 출마포기를 선언하고 문재인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지 않자 2,30대가 대거 이탈한 것이다. 2015년 12월 문재인과 결별하고 2016년 국민의당을 창당할 때에도 2,30대가 대거 이탈한 바 있다.

문재인에 대한 2,30대의 ‘몰빵 지지’가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18세 투표권 부여, 군복무 1년 단축, 기본소득 130만 원 지급과 같은 2,30대를 타깃으로 한 검증되지 않은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2,30대의 쏠림은 역 쏠림(60세 이상의 여권 후보 몰빵 지지)을 부를 수도 있다. 또 검증보다 바람으로 선거 분위기를 몰아갈 우려도 상존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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