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정치, 페쇄적 리더십, 신십상시 불거져"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박근혜 ‘십상시’ 명단…최순실 게이트 후 ‘신십상시’ 불거져
- 문재인 2012년 대선 ‘십상시’…현대판 ‘신십상시’ 명단 나돌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요즘 절대강자의 안온함을 누리고 있다. 문재인의 경쟁자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연일 실수를 연발하면서 ‘문재인 대세론’의 온도도 급상승 중이다. 당내 대권 경쟁자들도 ‘도토리 키재기’에 불과해 아예 상대가 되지 않는 분위기다. 외부 상황도 좋다. 반기문-안철수-김종인 등을 모두 아우르는 ‘빅텐트론’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고,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사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등의 반사이익으로 문 전 대표의 집권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문 전 대표 측근들 사이에서 “판이 뒤집히기는 힘들 것 같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요즘 잘나가는 문 전 대표를 보면서 박 대통령의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이 밟았던 측근정치와 폐쇄적인 리더십 등의 전철을 문 전 대표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게 비문계 의원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특히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캐치프레이즈도 일치한다. 박 대통령을 통해 현재의 ‘문재인 대세론’을 살펴봤다.

- 민주당 의원 사석에서 “文, 신구 십상시에 꽉 막혀있다” 비판
- 朴-文 “준비된 대통령” 캐치플레이도 똑같아…우연의 일치?

박근혜 대통령은 정권 초기부터 위기를 맞았다.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내각에 발탁된 이들이 크고 작은 개인 비리로 줄줄이 낙마했다. 십상시 사태 등 잇따른 내우외환에 시달릴 때도 보수층의 적극적 지지 속에 정면 돌파 전략을 구사해 위기를 헤쳐 나갔다.

대표적인 예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으며, 야당의 공세를 정면돌파하기도 했다. 이는 2014~2015년 재보선에서 연패한 문재인 전 대표가 비주류 측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으나 끝까지 거부했던 상황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朴의 ‘십상시’
文의 ‘3철’

박 대통령은 권력을 움켜쥐면서 당내 대권주자를 집중 견제하는가 하면, 비박계 등을 포용하기보다는 측근들과 교감했다. 일례로 김무성 전 대표가 중국을 방문할 당시 청와대가 권영세 전 주중대사에서 특별한 미션을 줬다는 후문이다. 뿐만 아니라 비박계에서 박 대통령과 소통 채널을 마련하려고 했으나 ‘커트’ 당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비박계였던 중진의원들은 “박 대통령과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에 민심 등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서 매주 주말 오찬을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박 대통령 3인방(안봉근, 이재만, 정호성)에 대한 사표를 받는 것이 순리인데, 박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3인방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러나 이정현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서 거의 3인방이 물러나긴 했다”라고 말할 만큼 측근정치는 상당히 큰 골칫거리였다.

실제 박 대통령은 17, 18대 대선 때부터 ‘강남팀’ 등 비선실세 논란에 휘말렸다. 강남팀의 경우 3인방이 가교 역할을 함과 동시에 최순실 씨와 정윤회 씨가 주축이 돼 대선 전략 등을 좌지우지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대선 후보 당시에도 당내에서 결정한 사안을 박 대통령이 뒤집은 것도, 이들이 막후에서 역할을 했다는 게 중론이다. 그때부터 측근정치 3인방을 비롯한 측근들은 박 대통령을 두텁게 호위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4년 정윤회 씨 국정개입 관련 문건이 공개되면서 박 대통령의 주변 인물들은  ‘십상시’라고 불리게 됐다.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구속된 신동철 전 비서관, 청와대 문건 배후로 K(김무성)-Y(유승민)라인을 지목한 음종환 전 행정관, 이창근 전 행정관, 조인근 전 비서관 등이 십상시 멤버로 거론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12년 문재인 캠프에서 논란이 돼 2선 후퇴했던 핵심그룹인 3철(이호철, 전해철, 양정철)을 비롯한 핵심 7인방(정태호 전 실장, 소문상 전 팀장, 윤건영 전 팀장, 윤후덕 부실장, 박남춘 부단장, 김용익 부본부장, 김경수 의원)과 비교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 2012년 대선 당시 비문인사들이 문 전 대표에게 제안한 것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된 비문 진영 한 의원은 사석에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이정희-문재인 간 TV토론을 준비하기 위해 박영선, 김현미 의원을 각각 박 대통령, 이 전 대표 대역으로 해서 실제처럼 연습을 해보려 했으나 ‘알겠다’고 하더니 거절했다”며 당시 측근들이 반대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文, ‘신구 십상시’에
소통창구 막혀…

이런 가운데 문제는 그때나 지금이나 측근정치의 폐해는 심각하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과 문 전 대표가 관련된 ‘신십상시가 존재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박 대통령의 신(新)십상시 명단이 새롭게 등장한 것은 다름 아닌 비선 실세 최순실 씨 국정농단 사건이 발생하면 부터다. 최 씨를 비롯해 우병우 전 민정수석, 김기춘 전 비서실장, 김종 전 차관, 안종범 전 수석, 차은택 전 본부장, 윤전추 행정관 등은 신십상시 멤버들로 분류되고 있다. 

문 전 대표 역시 마찬가지로 신십상시 멤버들이 더해져 소통창구가 꽉 막혀 있다는 게 비문계의 중론이다.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이 확산되면서 문 전 대표를 적극 옹호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를 두고 비문 인사들은 ‘신-구 십상시’에 꽉 막혀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 의원은 사석에서 “2012년 대선 당시 문 전 대표 측근 그룹인 이른바 십상시가 여전히 남아있고, 여기에 신십상시까지 더해진 상황”이라며 문 전 대표를 비판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 관계자는 신십상시 멤버로 추미애 대표, 손혜원, 박범계 의원 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이 관계자가 문 전 대표 측에서 영입하고 싶어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는 신십상시 멤버로 황희 의원과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인물을 비롯해 노영민, 최재성 전 의원 등이 신십상시로 분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장에 통과한 뒤 의원총회에서 비문 일부 인사들이 추 대표를 비판했다. 박 대통령, 특검, 헌재 등을 감시하면서 탄핵과정에서 보여준 추 대표 돌출 발언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다.

이에 추 대표는 서운한 감정을 전했고, 결국 문 전 대표의 3철로 불리는 전해철 의원이 우상호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 비문 진영에서는 추 대표 역시 문 전 대표의 핵심으로 급부상했다는 말이 나왔다.

황 의원은 민주당 경선룰 문재인 측 대리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보좌진들도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 중이다. 손 의원은 홍보위원장을 사퇴한 뒤 문 전 대표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의원은 개인 사무실을 냈으며, 이곳이 ‘친문 사랑방’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친문 인사들이 자주 드나들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해 친문 진영에서는 “의원들을 신십상시로 분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비문 진영에서 문 전 대표를 흠집내기 위해 만들어놓은 용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폐쇄적인 文 ‘이너서클’
그들만의 조직으로 전락

여기에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 및 십상시나 문 전 대표의 측근 그룹 모두 폐쇄적인 조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의 문 전 대표 측은 지난 대선 패배의 아픔을 딛고 지금까지 끈끈하게 조직력을 다져왔다. 일각에서는 “노사모 등이 활발히 활동하면서 문 전 대표를 적극 지지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민주당 중진 의원실 한 보좌관은 “문 전 대표의 이너서클을 가리켜 최근 1진, 2진, 3진, 4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소문이 확 돌았다”며 “특히 4진 멤버들은 3진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폐쇄적이란 전언이다”고 지적했다. 

이런 강한 결속력은 위기에서는 빛을 발하지만 ‘평시’에는 폐쇄적인 그들만의 조직으로 전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 선거 때마다 ‘친노계파’의 패권주의가 비판받았고, 당의 화합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꼬리말처럼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이는 민주당 개헌저지 보고서 사건만 봐도 쉽게 확인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7일 문 전 대표를 비판한 정치인들에게 문자 폭탄과 18원 후원금이 쏟아진다는 기사를 링크하고 “특정인에 불리한 발언을 했다고 문자 폭탄을 받고 18원 후원을 보내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촛불은 든 것이 아니다”며 “이런 패권적 사당화로는 결코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연구원의 개헌 문건에 대한 비판으로 3,000여 개의 문자 폭탄을 맞았던 김부겸 의원 측도 “지난 6일 문 전 대표의 비난 자제 요청에도 항의 문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측 열성 지지자들의 문자와 댓글 폭탄 공세로 몸살을 앓고 있던 것이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아쉽다는 평가를 많이 하고 있다.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비문 진영 한 관계자는 “문 전 대표 측에서 포용력이 없는 것 같다. 당내에서 표 확장성이 있는 대선주자를 뽑자면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의원이다. 이들을 안고 가야 되는데 문 전 대표를 비판했다는 것 하나만으로 이런 공격을 하는 것은 폐쇄적인 조직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를 의식한 듯 문 전 대표 측에서는 친노색 빼기에 나섰다.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출신 대신 친노 색깔이 옅은 인사들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문 전 대표 관련 업무를 총괄하며 사실상 그림자 비서실장 역할을 한 양정철 전 비서관은 ‘박원순의 남자’로 꼽히는 임종석 전 서울시 부시장에게 자리를 넘겼다. 전략통엔 전병헌 전 의원이 기용됐다. 비문 의원 끌어안기에 나선 셈이다. 일부에선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에 그치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선 때 내세웠던 선거프레이즈는 ‘준비된 여성대통령’이었다. ‘준비된’이란 표현은 국민들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상대후보들에게는 준비되지 않은 이미지를 덧씌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를 내걸었다.

우연의 일치일까. 문 전 대표 역시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이번 대선에 임하고 있다. 실제 문 전 대표는 “나에 대해 정치권과 수사 기관 등이 수없는 뒷조사를 했지만 밝혀진 비리가 없다”며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정경유착을 끊을 수 있는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