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서 실패한다면  정치인생은 그것으로 끝”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3수를 할 생각이 없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지난 총선에 안 나갔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만약 실패한다면 정치인생은 그것으로 끝입니다. 국회위원 출마를 하지 않은 것으로, 3수는 없다는 배수진을 친 것이지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배수의 진을 쳤다. 그는 지난 17일 출간한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통해 대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이번 대선에서 실패한다면 정치인생이 끝이라는 문재인 전 대표, 그야말로 이번 대선에 모든 것을 올인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각종 설문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하다. 

안보문제에 대한 논란은 숙제…지지세 확장 여부의 열쇠
김부겸 의원은 “뚝심 있고” 이재명 시장은 “돌파력 있어”

배수의 진을 친 만큼 문재인 전 대표는 다른 대선 후보들 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 정책공간 국민성장과 더불어포럼 등 싱크탱크를 두 곳이나 가동하며 벌써부터 다양한 공약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재벌개혁과 일자리 창출 문제 등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발언을 하고 있다. 그만큼 준비가 돼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설익은 공약은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문 전 대표는 공공의 적이기 때문이다. 일요서울에서는 그의 저서와 간담회 등의 발언을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다양한 공약들을 분석해 봤다.

지금의 보수는 ‘가짜 보수’
공공성이 실종된 정권

문재인 전 대표가 출간한 이번 저서에는 다양한 생각이 담겨 있다. 전·현 정권에 대한 평가부터 사드배치, 촛불집회, 남북통일, 국가개조론, 대통령 후보 양보 등이다. 대선 후보로서 그의 생각과 신념 등을 이해하기에는 제격이다. 

눈길을 끄는 내용 중 하나는 전·현 정권인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다. 문 전 대표는 책을 통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본질적으로 아무런 차이점이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더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준 건데, 공통점은 기본적으로 국가의 대통령 또는 최고 고위공직자들의 공공성이 실종됐습니다”라고 말하며 “국가 권력을 아주 사사롭게 여기고 권력을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은 공공성 결여가 우리나라 주류정치 세력과 새누리당의 공통점이었죠”라고 비판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으로 이해된다. 또 일부 권력자들에 의해 당권과 정권이 좌지우지되는 비정상적인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이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생각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른바 ‘친문’ 비문‘으로 갈라져 줄 세우기가 한창이라는 정치권 일각의 비판 목소리도 높기 때문이다. 어느 정권이나 파벌싸움이 종국에는 멸망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문 전 대표는 두 정권에 대한 비판과 함께 보수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원래 보수란 국가, 민족, 공동체를 중시하고 이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품격과 고귀함을 존중합니다”라며 “그런데 지금의 집권 세력은 그야말로 가짜 보수, 사이비 보수였던 거죠, 그저 극우적인 수구세력이었을 뿐입니다. 새누리당 의원들 가운데 합리적인 보수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극소수일 뿐이었죠”라고 평가했다.

사드 배치 득실 검토 필요
절차와 과정이 투명해야

문재인 전 대표가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서면서 큰 논란이 됐던 사안이 하나 있다. 바로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이다. 당초 문 전 대표는 사드 배치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찬성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표는 책을 통해서도 “사드를 배치할 수도 있죠. 그러나 우리가 한반도 문제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사드 배치의 득과 실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겁니다”라며 원칙적으로는 찬성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그는 “배치한다 해도 그 절차와 과정이 공식적이고 투명해야 하고요. 국회비준을 거쳐야 할 뿐만 아니라 북한이 이렇게 계속 핵 실험을 하고 미사일 탑재 기술을 고도화하면 한미동맹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도 사드 배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중국에 강조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또 “북한이 당장 핵폐기까지는 아니더라도 핵동결, 즉 추가적인 핵실험을 하지 않도록 북한에 어떤 역할을 해달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부득이하다는 식으로 외교적인 노력을 해나갈 필요가 있어요. 그러면 다른 해법들이 강구될 수도 있고, 설령 사드 배치로 간다 해도 중국이 한국에 경제 제재를 할 명분이 없게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는 현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국방부가 미국에서 요청받은 적도, 합의한 적도, 결정한 적도 없다고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뒤통수치는 식으로 사드 배치를 공식화하는 것은 외교와 안보 측면 모두 완전히 실패한 거죠”라고 평가했다. 사실 그는 찬성·반대 여부보다도 진행과정의 불투명을 지적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우유부단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사드 배치와 관련한 문 전 대표의 입장 번복은 타 정당 정치인들에게 좋은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새누리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문 전 대표에 대해 ‘오락가락 말 바꾸기’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상당히 전략적으로 사드 배치를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적절하지 못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안보 문제는 문 전 대표에게는 풀어야 할 숙제나 마찬가지다. 문 전 대표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안보 인식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도 많다. 반대로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국민들 중에서는 안보 문제에 대한 문 전 대표의 생각이 좀 더 명확하거나 확실하다면 지지의사를 표하겠다는 사람도 많다. 

포퓰리즘 논란 부른
군 복무기간 단축

사드 배치 문제와 함께 문재인 전 대표는 군대 복무기간 단축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책을 통해 “참여정부 때 국방계획은 18개월까지 단축하는 거였어요. 점차 단축돼 오다가 이명박 정부 이후 21~24개월선에서 멈춰버렸는데, 18개월까지는 물론이고 더 단축해 1년 정도까지 가능하다고 봅니다”라고  말했는데 이 내용이 문제가 됐다.

같은 당 김부겸 의원조차 “특정 집단들을 상대로 표만 챙기는 전형적인 표(票)퓰리즘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쉽다”고 비판하며 “복무기간 단축이나 모병제로의 전환은 국방개혁에 대한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거치고, 남북대화와 진전돼 가는 상황에 맞춰 신중하게 추진해 나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대선만 되면 대선 후보들이 국가 안보 현실, 국방 능력 그리고 실현 가능성을 고민도 안하고 이렇게 발표하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문 전 대표 측은 “국방 개혁의 방향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지만 경쟁자들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사실 사드나 군대와 같이 안보와 관련된 공약은 발언에 신중해야 하는 게 사실이다. 포퓰리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드 배치 문제 때와 마찬가지로 발언에 신중치 못해 논란을 자초했다.  

일자리 창출, 실현 위한
세부적 제도·방안 아쉬워

사드 배치와 군복무기간 단축 논란이 사그라들기도 전에 문재인 전 대표는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을 발표했다. 민생행보 와중에 본격적인 대선 공약 발표를 시작했다. 정치생명을 건 만큼 철저한 준비가 돋보인다. 하지만 공약 발표에 따른 후속 내용이 아쉬운 점도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정책공간 국민성장 주최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제4차 포럼’에서 ‘일자리가 경제이고, 복지입니다’라는 제목으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이 기조연설을 통해 “지금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저성장의 위기, 저출산 고령화, 청년실업,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 등 국가위기의 근본원인은 바로 좋은 일자리의 부족입니다”라고 진단하며 5가지 공약을 발표했다.

5가지 공약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노동시간 단축, 4차 산업혁명 기반 신성장산업 육성, 공정임금제, 비정규직 격차 해소로 요약된다. 

먼저 문 전 대표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앞장서겠다고 했다. 정부와 공공부문이 최대의 고용주인 만큼 솔선수범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문제는 재원이다. 문 전 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에 쏟아 부은 국가예산 22조 원이면, 연봉 2,200만 원짜리 일자리를 100만개 만듭니다. 재정운용의 우선순위 문제일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본적인 재정 확보 없이는 말 그대로 공약에 그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에 대해서는 줄어드는 급여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자연스레 급여도 줄 텐데 얼마나 많은 근로자가 동참할지 미지수라는 얘기다. 정부에서 근로시간을 강제한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추가 근무수당 등이 발생할 수 있어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반기문 사무총장
절박한 마음 없어 보여

문재인 전 대표에겐 경쟁자도 많다. 야권에는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대표적이다. 여권에서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과 경쟁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들에 대한 솔직한 평을 책에 담았다.

먼저 문 전 대표는 반 전 사무총장에 대해 “유엔사무총장을 지냈으니 그분은 외교관으로 유능하겠죠. 다른 면은 제가 본 적이 없어서 알 수는 없고요. 그동안 기득권층을 누려왔던 분입니다”라며 “지금 우리 국민이 요구하는 건 구시대 청산,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 등 새로운 변화인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그리 절박한 마음은 없으리라고 판단합니다”라며 평가 절하했다. 

또 문 전 대표는 “어쨌든 그동안 이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쪽에 서본 적은 없다, 그런 노력을 해본 적은 없다는 생각입니다”라며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 통합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더 곪게 되죠. 마른자리만 딛고 다닌 사람은 국민의 슬픔과 고통이 무엇인지 느낄 수도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안 지사에 대해서는 “젊고 스케일이 아주 큽니다. 포용력이 있죠. 앞으로 훨씬 더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평했고 박 시장에 대해서는 “따뜻하고 헌신적”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에 대해서는 “선명하고 돌파력이 있습니다”라고 평했고 김 의원에 대해서는 “뚝심이 있어요. 말이 굉장히 구수하고 입담이 좋아서 소통능력도 좋지요”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가 반 전 사무총장에 대해 ‘기득권층을 누려왔던 분’이라고 말하자 역시 여기저기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참여정부의 주역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제1 야당의 대표까지 지냈던 문 전 대표야 말로 기득권층이 아니냐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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