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가장 많이 인용하는 우화는 ‘솔개의 선택’이다. 
수명이 70년인 것으로 알려진 솔개는 40세가 되었을 때 매우 고통스럽고 중요한 결심을 해야 한다. 40세가 되면 솔개의 부리는 구부러지고 발톱은 무뎌지며 날개는 무거워서 날기가 힘든 상황이 된다. 이 때 솔개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이대로 서서히 죽느냐, 아니면 변화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느냐의 것이다. 
솔개는 변화의 도전을 선택한다. 바위산으로 올라가 둥지를 틀고 자신의 부리를 바위에 쪼아 없애버린다. 그러면 닳아 없어진 부리에서 매끈하고 새로운 부리가 나온다. 그런 다음 그 부리로 무뎌진 발톱을 하나씩 뽑기 시작한다. 새로 발톱이 돋아나면 또 그 발톱으로 날개의 깃털을 하나하나 뽑아낸다. 이렇게 생사를 건 반년의 세월을 보내고서야 솔개는 완전히 변신에 성공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힘차게 하늘로 날아올라 30년의 수명을 더 누리게 되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탄핵정국에서 헤어나고 정통보수의 가치를 수호하면서 집권 여당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새누리당은 솔개의 40세와 같은 위기로 내몰렸다. 최순실이라는 의외의 인물이 저지른 미증유의 국정개입 사태 때문에 부리는 구부러질 대로 구부러졌으며 발톱도 무뎌졌고 날개도 무거워질 대로 무거워져 다시 날기조차 힘든 상태가 됐다. 새누리당에게도 솔개와 같은 두 가지 선택만이 있었다. 이대로 서서히 사라지느냐, 아니면 변화를 통해 새로운 당으로 거듭나느냐의 기로였다.
다행스럽게도 새누리당은 솔개처럼 도전을 선택했다. 정체성이 새누리당과는 완전히 다른 인명진 목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 ‘김종인 코스프레’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어 인 위원장은 인적쇄신이라는 명분아래 이른바 친박 핵심 의원들의 ‘퇴출 카드’를 빼들었다. 이 과정에서 인 위원장과 친박의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 간의 볼썽사나운 신경전이 벌어졌다. 
정치권 일각은 인 위원장과 서 의원 간의 싸움이 ‘노이즈 마케팅’을 통한 여론의 주목도를 제고하려는 술책이라고 했다. 또 한편에서는 서 의원이 ‘분골쇄신’하여 친박계 인적 청산을 최소화시키고 인 위원장은 그에 장단 맞춰 ‘상징적 인적 청산’을 통한 자신의 주가 상승을 꾀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대략적으로는 인명진-중도 비박계의 ‘반기문 옹립’을 위한 당 청소 작업으로 서 의원이 뒤통수를 맞은 것으로 보았다.
문제는 오늘의 새누리당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차가 아니다. 목숨 같은 과제는 절망하고 있는 보수층이 희망을 회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노이즈 마케팅’이든 ‘분골쇄신’이든 이 모두가 뼈를 깎는 환골탈태(換骨奪胎)의 일환이라면 보수층은 새누리당의 힘겨운 변신 노력에 힘을 보탤 것이다. 
다만 지나치게 ‘인적쇄신’이라는 프레임에만 갇혀있는 작금의 내분상황이 참담하다. 인 위원장은 목사이기도 하다. 기독교는 용서하는 종교이다. 새누리당이 인 위원장을 영입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때문이기도 한 것이다. 새누리당의 환골탈태 과정에는 용서와 화합도 포함돼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정통보수 정당인 새누리당이 목숨처럼 지켜야 할 가치인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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