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박정민 기자] 현대인의 삶이 각박해짐에 따라 옛 시절의 것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가요계 등 문화계 전반에 복고가 자리하고 그 시절의 음악과 패션스타일 등이 유행을 타기 시작한 지 오래됐다. 이와 같은 주지의 사실은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넘어오던, 그리 가난하지도 그리 잘 먹고 잘 살지도 못했던 70~80년대 즈음에 대한 향수 때문이라고 지칭할 만하다. 어린 시절 우리들의 삶 속에는 만화라는 것이 있어 한껏 순수해질 수 있었고 그야말로 재미있을 수 있었던 한 켠에 우리나라 작가들이 그린 토종 만화들이 있다. 그 중 70~80년대의 사람 사는 모습을 재미나게 그려낸 검정고무신이라는 만화가 있다. 이번 주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는 만화 검정고무신의 이우영 작가를 만나 만화, 그리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었다.

-순수하고 따뜻한 이야기 그리고 싶었어
-검정고무신 season2 기획 중
 
검정고무신 이우영 작가
    70~80년대 모습
복원 위한 노력

 
만화 검정고무신은 92년도에 소년 챔프라는 주간지 만화에서 연재를 하면서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검정고무신의 배경이 70~80년대이기 때문에 그 시기를 어른으로 살았던(?) 그래서 그 시절을 잘 아는 사람이 탄생시킨 만화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우영 작가는 70년대생이기 때문에 그 시절을 아이로 살았다. 그래서 20대가 돼 만화를 그리면서 그 시절을 복원해 내기 위해 오랜 시간 조사하고 공부 했다고 한다. 그 시절의 모습을 복원해 놓은 박물관 등을 돌면서 연구하기도 했다.
 
이 작가는 만화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정서적으로 힐링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만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린이들이 성장하는 데 자극적인 만화보다는 순수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접하면 가치관 형성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검정고무신 애니메이션
             
이 작가는 “만화 제목은 보통 둘리, 하니, 짱구처럼 주인공 이름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 주인공 이름을 제목으로 하지는 않았다. 내 이름이 우영이라 기영이라 지었다. 동생도 만화가인데 거기에 나오는 땡구라는 강아지는 동생이 만든 캐릭터다”라고 말했다.

90년대에 탄생했던 이 만화가 2017년 현재 초등학교에서 자주 틀어주는 만화들 중 하나라는 사실은 이우영 작가에게 감동으로 다가오는 듯 보였다. 가끔 기회가 있을 때 해당 만화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직접 질문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 듣는 답변은 ‘재밌다’, ‘따뜻한 느낌이다’라는 대답을 들으면 뿌듯하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일전에는 누군가가 검정고무신 작가가 아직 살아있냐고 물었다는 말을 전해 듣고는 빵 터진 일도 있다고.

만화 속 이야기에는
실제 경험담도 많아

 
검정고무신은 에피소드의 옴니버스식 연결로 이어진다. 만화에 나오는 에피소드들 중에는 이 작가가 직접 경험한 일들도 많다.
 
“기철이가 엄마에게 오해를 받아 화가 난 상태에서 강아지 땡구를 발로 차게 되는데 이후 땡구가 장염에 걸린 후 집을 나가버려 기철이가 죄책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되는 에피소드가 있다. 사실은 개들이 아프거나 죽을 때가 되면 집을 나가는데 살아서 돌아오면 계속 사는 거고 아니면 나간 상태로 죽는 거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만화를 쓸 즈음에 집에서 흰 진돗개를 길렀는데 실제로 내가 겪은 이야기다.”
 
지금은 자택에서 삽살개도 기르지만 추가로 닭을 기르고 있다. 수탉 1마리와 암탉 3마리를 시장에서 사와 기르기 시작한 후 닭들이 알을 낳고 그 알을 품어서 21일 만에 부화돼서 병아리가 나오는 과정을 신기하게 관찰하곤 한다. 병아리가 나오려고 하는데 힘이 부족해서 못 나올 때는 아이들과 함께 그 알을 집으로 갖고 들어와서 쪼아서 나올 수 있도록 만들어 준 다음, 병아리가 부화되면 드라이기로 말려서 따뜻하게 만들어 준 후 어미닭 품으로 다시 돌려보내기도 한다고.
 
이 만화의 주인공 기철이에게는 이 작가 본인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 우유부단하고 여자 애들한테 인기도 없고 동생을 형처럼 의지하는 것 등 자신의 모습을 모토로 했단다. 만화에 ‘주목받기 싫어요’, ‘사람들이 쳐다보는 게 싫어요’ 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그런 소심하고 소극적인 모습이 자신과 똑닮아 있다는 것. 어느 날은 한 여학생이 팬레터를 보내 왔는데 기철이의 소심한 성격이 본인이랑 너무 비슷하다, 그래서 위로를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검정고무신 season.2
계획하고 있어
                
이우영 작가는 현재 강화도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 이 작가의 아내가 이곳에서 유치원 선생님으로 있는데 강화도에 처음 정착하게 된 것도 아내의 직장 때문이었다. 요즘 이우영 작가의 가장 큰 고민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강화도는 공기도 너무 좋고 살기 좋은 시골 마을이지만 이곳에 있으면 도시 사람들이 받는 신선한 자극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새로운 도전을 이어 나가는 것이 현재 이 작가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다.
 
이 작가는 “지금 검정고무신 시즌2를 계획하고 있다. 아직 구상 단계이기는 하지만 검정고무신 특유의 시대적 배경이라든지 이야기 구조는 그대로 가지고 가되 확실한 차별성을 두려고 한다. 주인공 가족의 2세대 캐릭터를 만드는 등의 이야기 구조 속에서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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