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문희·김수미·김혜옥 연기대결

영화 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는 김수미, 나문희, 김혜옥 (왼쪽부터)

중견 여배우 3인방이 스크린 점령에 나섰다. 나문희(69), 김수미(59), 김혜옥(52)이 그 주인공. 브라운관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세 명의 여배우는 영화〈육혈포 강도단〉(감독 강효진·제작 전망좋은영화사)을 통해 관록있는 연리력을 뽐내며, 관객들을 웃음과 눈물, 그리고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원로이기 보다 중견이길 바라는 세 명의 여배우가 펼치는 화려한 스크린 로망을 찾아가 본다.

영화〈육혈포 강도단〉(감독 강효진·제작 전망좋은영화사)은 평균나이 65세 최고령 은행강도단을 소재로 하고 있다.


하와이 여행자금 도둑맞고 은행강도 변신

할머니 은행털이 일당은 다름아닌 나문희(69), 김수미(59), 김혜옥(52)이다. TV와 연극무대 등에서 연기력을 쌓은 이들은 관록있는 연기를 통해 관객들을 웃기고, 또 울린다.

〈육혈포 강도단〉은 8년간 힘들게 모은 하와이 여행자금을 은행 강도에게 빼앗긴 세 명의 할머니는 은행을 털기로 일생일대의 결심을 하고, 전문 은행 강도를 협박해 비법을 전수받아 은행 강도가 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렸다. 그러나 웃음 코드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와이로 가고 싶어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영화는 ‘영희’(김수미) 남편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남편의 유해를 뿌리고 돌아오는 길, 달리는 차안에서 소주 한 병을 나눠 마시며 하와이 여행을 하기 위해 회화테이프를 듣고, 영어발음 연습을 한다.

그녀들의 로망은 하와이 여행이다. 평생 자녀와 남편 뒷바라지를 하면서 살았던 그녀들은 하와이 여행을 꿈꾼다.

여행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마트를 터는 세 할머니. 마트 주인을 따돌리는 ‘잔재주’로 3명이 합심해 물건을 훔친다. 훔쳐낸 물건은 탑골공원 앞에서 노인들에게 싼값에 되판다. 그렇게 수차례해서 여행비용이 837만원을 마련한다.

이들의 하와이 여행은 쉽지 않다. 은행에서 여행사로 여행비용을 입금하기 직전 강도를 당한다. 은행은 입금 확인도장을 찍지 않았다며 반환을 거부한다. 그렇게 하와이 여행이 물거품이 된다. 하지만 그녀들은 여기서 좌절하지 않는다. 팔목의 문신을 한 범인을 기억해 내고, 범인들을 찾아 나서며 결국 은행 강도를 찾아낸다. 그러나 공범이 돈을 갖고 튄 다음이다. 절망이다. 할머니들은 어쩔 수 없이 은행강도 ‘준석’(임창정)의 도움을 받아 강도가 된다.


욕쟁이 할머니 김수미 걸죽한 입담

압권은 ‘욕쟁이’ 할머니 김수미의 걸죽한 입담이다. 1분이 멀다하고 들려오는 욕설은 묘하게도 불쾌하지 않다. 웃어 넘길 수 있다.

임창정(33)은 또 한번 코믹 캐릭터로서의 제 구실을 톡톡히 했다. 범상치 않게 등장, 할머니 강도단의 조력자가 된 그는 짧은 출연 시간에도 ‘임창정식 연기’를 유감없이 펼친다.

웃음 폭탄이 즐비하지만 할머니 강도단이 웃음 바이러스만 퍼트리려는 것은 아니다. 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감동도 공존한다. 입양 보낸 아들을 만나러 마지막으로 하와이 호놀룰루로 떠나려는 ‘정자’(나문희) 사연도 그 중 하나다.

정자, 영희, 그리고 ‘신자’(김혜옥)가 보여주는 여자들의 우정은 진하다. 저마다 가족사가 기구한 트리오로 자녀의 의미를 새삼 생각케도 만든다.

할머니 강도단, 과연 은행털이에 성공해 하와이로 떠날 수 있을 것인가.

18일 개봉.

[박태정 기자] tjp79@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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