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을 수 없는 에로스, 근친상간”


“도내(道內) 결혼(結婚)은 근친상간(近親相姦)이다.” 최근 사회통합위원회(社會統合委員會) 회의석상에서 나온 한 원로의 말이다. 같은 지역 사람들 간의 결혼은 곧 근친상간이라는 뜻이지만, 지역 간 골이 깊어가는 갈등을 해소하자는 화합도모 차원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근친상간이란 근친 간에 성적관계를 갖는 것을 말하는데, 유전학적으로 열성유전이나 사회적 성윤리의 유해현상을 고려해 금기시하는 행위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론을 주장한 프로이트는 인간의 본성에는 원래부터 그런 심리가 존재한다고 한다.

사실 인류역사를 돌이켜보면 근친상간의 예는 수없이 많고, 그 뿌리는 깊다. 아담과 하와의 혈통을 이어받고, 술에 취해 딸과 동침을 한 롯의 후예로서 우리인류는 비록 순수혈통계승 등의 이유가 아니더라도 내혼(內婚), 가족혼(家族婚), 근친상간이 21세기 첨단문화를 사는 현재에까지도 끊이지 않고 행해질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로 ‘눈 크게 뜰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또 원로는 덧붙여서 예로부터 우리민족은 같은 지역 내에서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아 혈통순도가 높으며 국민의 90%가 근친상간으로 태어났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근친상간이 형사 처벌의 대상은 아니지만 통혼권역(通婚圈域)만이라도 확대하자는 취지다.

1962년 작 쥴스 데이신 감독의 불란서 영화〈페드라(phaedra)〉(국내에서는〈죽어도 좋아〉라고도 소개 됨)는 30대의 새엄마와 20대 아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영화사에 길이 남을 강렬한 이미지의 마지막 장면이 담겨있는 흑백영화다.

바흐의 파이프 오르간 선율(Goodbye John Sebastian)과 함께 가파른 벼랑길을 위험하게 질주하며 사랑하는 연인을 향해 절규하는 명우 ‘안소니 파킨스’의 인상 깊은 명연기는 수 십 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이 뛸 정도다. 비윤리적이고, 이루어질 수 없는 잘못된 사랑이라 해서 감동이 없는 건 아니다.

그리스 해운업자의 딸 ‘페드라’(멜리나 머큐리 분)는 나이 많은 해운업계의 실력자 ‘타노스’(라프 발로네 분)와 정략결혼을 한다. ‘페드라’는 원숙한 30대로 아름다움과 신비함을 갖춘 매력적인 여자이고, 타노스에게는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런던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는 24살 난 아들 ‘알렉시스’(안소니 파킨스 분)가 있다.

알렉시스가 새엄마를 싫어하고 집에 오길 거부하자 타노스는 페드라를 아들이 있는 런던으로 보내게 되는데, 두 사람은 런던 박물관에서 처음만나는 순간부터 첫눈에 운명적인 사랑을 느끼며 뜨겁게 사랑을 불태운다.

아무것도 모르는 타노스는 알렉스에게 귀국선물로 스포츠카(My Girl이라 부름)를 사주며 사랑하지도 않는 엘시와 강제결혼을 시킨다.

그러자 이에 질투와 절망으로 이성을 잃은 페드라는 급기야 남편에게 사실을 털어 놓게 되고, 분노를 참지 못하는 타노스는 알렉스를 심하게 구타한다. 피투성이가 된 알렉스는 이를 지켜보는 페드라를 향해 절규한다.

“난 다시는 페드라를 보지 않겠어요. 페드라가 죽어버리길 바래요. 난 스물 네 살이에요. 그것뿐이에요”

그리고 파멸의 끝자락, 그는 차를 몰고 가파른 벼랑길을 전 속력으로 질주한다. 세상의 끝을 향해, 마지막을 향해, 죽음을 향해, 이루지 못한 사랑을 향해, 연인 페드라를 향해, 목이 터져라 “페드라!”를 외치며… ‘라라라라 라라라 라라라라 라라라~~’

얼마 전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2011년 종영을 발표하며 ‘시카고 트리뷴’에 은퇴성명을 기고한 적이 있다. 1986년 첫 방송을 시작해 매일 미 전역 700만 명이 시청하고 한국을 비롯해 세계 145개국에 배급되는 ‘오프라 윈프리쇼’를 그동안 수많은 수식어를 만들어내며 여성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끌어온 그녀도 근친상간의 피해자다.

프로그램 시작 초기 어느 날, 근친상간으로 학대받은 한 여성이 등장해 성폭행의 경험을 털어놓았을 때 그녀는 눈물을 쏟으며 그녀를 끌어안았다. “나도 성폭행을 잘 알고 있다” 그러고는 사생아로 태어나 9세 때 사촌에게 처음 성폭행을 당하고, 삼촌에게 유린당했던 사춘기 시절의 피해사실을 털어놓아 모두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이 시대 세계 최고의 파워우먼 ‘윈프리’도 가슴 속 골 깊은 상흔은 세월이 흐르고 환경이 바뀌어도 지워지지 않았다.

가정은 하나님의 창조계획의 완성이다. 하나님은 에덴동산을 지으시고 그 가운데 아담과 하와가 한 가정을 이루는 것을 보시고는 기뻐하며 안식하셨다. 온전한 가정이야말로 안녕을 누리고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최고의 안식의 둥지인 것이다.

가정폭력, 성폭행, 근친상간 등, 예나 지금이나 우리 삶 가운데 언제나 있어왔고, 인류가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또 있을 것이다. 스캇 펙은 ‘아직도 가야할 길’에서 다음과 같은 사례를 인용한다. 사춘기 아들이 자위행위를 하다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서는 어머니에게 들키고, 당황해하는 아들에게 엄마는 “이런 건 혼자하면 좋지 않단다. 내가 도와줄게. 네가 섹스욕구 때문에 공부에 방해 받는 것을 엄마는 원하지 않는다. 섹스가 생각날 때면 내가 도와줄게”

오늘 날 우리 사회에서도 그런 일들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또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중 3짜리 아들의 성욕해소를 위해 자청해서 아들과 성관계를 갖는다는 엄마와 사춘기를 지난 다 큰 딸아이와 아무렇지 않게 알몸으로 함께 목욕한다는 아버지도 있다.

근친상간, 그 끝은 파멸이다. 알렉스가 죽음을 향해 차를 몰고 가파른 벼랑길을 질주할 때, 그 시간 페드라는 침실에서 평소 아끼던 잠옷으로 갈아입고 수면제를 복용한다. “인정하자. 그녀는 날 사랑했었어… 오래전 사람들이 했던 것처럼…” 절규와 함께 요란한 파열음을 내며 알렉스의 차가 벼랑을 추락하는 순간에 그녀는 다시는 깰 수 없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깊은 잠으로 빠져든다.

“오! 페드라! 페드라! 페드라!”


문신구 그는 7~`80년대 영화배우로 활동했으며, 90년대 연극〈미란다〉를 연출했다. 당시〈미란다〉는 마광수 교수의〈즐거운 사라〉와 함께 외설시비가 붙어 법정에 섰다. 이후 그는〈콜렉터〉,〈로리타〉등 성과 사회적 관계를 담은 영화와 연극을 제작해 왔다. 현재 연예계 성상납사건을 담은〈성상납리스트〉를 영화화하는 작업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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