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화합 늦추다가 골든타임 놓칠라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지난해 3월 취임한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은 취임 두 번째 해를 맞는 올해를 ‘변화와 위기 속에 기회를 만드는 해’로 정했다. 양 사장은 신년사에서 “올 한 해도 국내외 시장 환경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저성장이 고착화된 뉴노멀(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 또는 표준) 시대에 도태될 것인지 다가오는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지 향후 1년이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는 회사뿐 아니라 양 사장에게도 ‘골든타임’이다. 지난해 3월 KB손보의 새 사장으로 부임한 양 사장은 아직 이렇다 할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2년째 끌어 온 노사 협상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해를 넘겼다. KB손보 노사는 2015년 임금 인상률·성과급·임금피크제 등의 사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성과연봉제’라는 조건 한 가지가 더 붙었다.

특히 노조가 사측의 불법 사찰 의혹을 제기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당시 노조는 지난해 12월 양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노사는 협상을 재개했지만, 순탄하게 타결될지는 알 수 없다. 일각에선 협상 사안에 대한 입장차가 커서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2015년 임금단체협상 관련해 회사 측에서 교섭안을 제시해 찬반 투표를 진행해 2월 초에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사무금융노조(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소속 지부 회사 중 2015년 임단협을 타결 못한 회사는 KB손보가 유일하다. 이번 교섭이 성사되지 않으면 내부화합은 더 멀어질 뿐 아니라 이미지 타격도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표 결과에 따라 양 사장의 평가도 엇갈릴 전망이다. 3년째 끌고 온 사안인 만큼 노조의 찬성을 일으키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2016년 임단협과 성과연봉제 관련 교섭은 더 요원해진다.

지난해 실적 준수
손해율 개선 효과

양 사장이 실적에선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다는 평가다. 양 사장은 전략·재무통으로 알려졌다. 그는 취임 직후 자동차보험 부문에 손을 댔다. 이 부문의 손해율과 수익성 개선을 통해 업계 3위인 동부화재를 잡겠다는 의지였다.

손해율은 보험회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중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한다.

당시 휘발유보다 LPG 차량 보험의 손해율이 11% 정도 높았기 때문에, LPG 보험료는 높이고 다른 연료 차량의 보험료는 낮추는 식으로 손해율을 잡는다는 구상이었다. 1조8500억 원(자동차보험 부문)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치도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실적에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KB손보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연결 기준)은 2489억 원으로 전년 동기(1476억 원) 대비 68.6% 증가했다. 영업수익은 8조4371억 원에서 8조5888억 원으로 1.8%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1852억 원에서 3213억 원으로 73.5%나 늘었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은 태풍(차바) 손해액 등의 영향으로 전망이 어둡다. 아직 실적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계절적 요인까지 포함하면 실적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올해는 더 난관이 예상된다. 삼성화재가 지난해 말 돌연 자동차 보험료를 평균 2.3% 내린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국내 온·오프라인 손해보험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화재가 보험료까지 인하한다면 나머지 보험사의 타격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삼성화재는 자동차 보험료를 각각 개인용 2.7%, 업무용 1.6%, 영업용 0.4% 인하했다. 손해보험사들은 삼성화재의 기습적인 보험료 인하에 아직까지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 실정이다.

KB손보는 온라인채널에 진출한지 1년여 만에 시장점유율 2위(지난해 말 기준 7.1%)를 차지하는 등 온라인 강화에 나선 상황이었다. 하지만 1위인 삼성화재(점유율 78.6%)와는 상당한 격차를 보이는 데다, 삼성화재가 개인용 온라인 자동차보험을 3.8%나 파격 인하해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업계 2, 3위인 현대해상, 동부화재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면서 “KB손해보험이 올해 순위 변동을 꾀하려면 묘수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골든타임 대응
정확한 비전은?

양 사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포부처럼 다가오는 변화에 선제적인 대응을 하려면 조직을 포용하고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견해다. 올해를 골든타임이라고 명명한 만큼 위기를 기회로 만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조직의 화합과 단결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양 사장은 보험업종의 근간인 ‘영업력’을 강화해야한다는 의지를 적극 드러냈다. 이에 대해 직원들이 얼마나 동의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앞서의 시장 상황 대응방안과 조직 화합 등에서 확실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건 자명하다.

앞서의 업계 관계자는 “양 사장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측근으로 알려진 만큼 KB손보를 지주회사 입맛에 맞게 꾸려나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면서 “올해가 양 사장에게 골든타임이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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