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재계 판도 변화 예고] M&A 기지개…올해는 새 주인 찾을까
[2017 재계 판도 변화 예고] M&A 기지개…올해는 새 주인 찾을까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7-01-26 17:59
  • 승인 2017.01.26 17:59
  • 호수 11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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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인수·합병(M&A)시장이 뜨겁다. 대우건설, 대성산업가스, 넷마블 등 M&A시장의 대어(大魚)들이 연초부터 잇따라 새로운 주인 찾기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정부가 시장 분위기를 개선하는 동시에 적극적인 지원책을 펼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대어 인수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인수합병 전문가들은 “기업별 M&A 성공 여부는 올해 업황 반등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새 주인을 찾을 기업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선 올해 산적한 정치이슈로 큰 장이 서지 않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최태원, 또 M&A로 위기 돌파…SK, LG실트론 전격 인수
매각가 최대 2조 대성산업가스…본 입찰 현대시멘트도 관심

지난해 혹한의 시기를 보냈던 국내 M&A 시장이 새해를 맞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벌써부터 M&A전문가들의 활발한 활동 소식이 알려지고 있으며 증권가 분석자료 등이 공개되면서 물밑 작업에 나서는 기업들의 소식도 함께 들린다.

여기에 지난해 매각가 차이로 M&A가 성사되지 못한 기업들에 대한 작업 일정이 다시 알려지면서 이들 기업에 군침을 흘리는 기업들이 철두철미한 전략 수립 계획에 만전을 다한다는 이야기도 곳곳에서 나온다.

한 재계전문가는 “올해 국가이벤트로 대선이 있다면 재계는 대어를 낚기 위한 기업별 눈치작전이 벌어지고 있다”며 올해야말로 M&A시장이 뜨거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2조 원 대어 누구 품에?

M&A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으로는 대성산업가스와 대우건설이 꼽힌다. 대성산업가스는 매각대금이 최대 2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각을 주관하는 골드만삭스는 예비입찰에 참여한 독일 린데, 미국 에어프로덕트 등 전략적 투자자(SI) 2곳과 MBK파트너스·텍사스퍼시픽그룹(TPG)·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 등 재무적 투자자(FI) 3곳을 후보자로 선정, 실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기업인 SK와 효성 등이 예비입찰에 참여했지만 가격 격차가 커 후보자명단에서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르면 이달 말 본 입찰을 진행해 다음 달 본 계약 체결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1월 골드만삭스가 대성산업가스를 20억 달러(2조4000억 원)에 팔려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대우건설, 경남기업, 삼부토건 등도 올해는 무조건 M&A를 성사시켜야 한다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특히 이들 건설사는 지난해 비싼 가격으로 M&A 시장에 나와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대우건설은 매각 가격이 1조 원대를 웃돌아 가장 컸고 삼부토건 1800억 원, 경남기업 1500억 원 순으로 매각 가격이 높았다.

지난해 10월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지만 외부감사 회계법인으로부터 이례적으로 ‘검토 의견 거절’ 판정을 받으면서 매각이 지연됐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의 연말 감사보고서에서 적정 의견이 제시될 것으로 보고 오는 3∼4월 매각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연말 감사보고서에서 감사 ‘적정’ 의견을 받아도 공사수익이나 준공예정원가 등이 변경돼 이익 규모가 줄어든다면 회사가치가 낮아져 매각의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동성대비 경기 불확실성이 변수
정치이슈 많아 ‘큰 장’ 안 설 수도

지난해 두 번의 실패를 경험한 경남기업과 삼부토건은 연내 매각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남기업은 자회사 수완에너지 매각이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채권 변제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삼부토건은 채권변제를 마무리지었으며 자회사인 삼부건설공업을 KCC 계열사에 넘기며 재매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지난해 르네상스호텔 매각 성공에 이어 유러피안리조트, 헌인마을 등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이 활기를 띠고 있어 향후 매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 본 입찰을 진행하는 현대시멘트는 최근 예비입찰 참여자 중 7곳을 후보로 선정하면서 흥행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매각 대상은 채권단이 보유한 현대시멘트 지분 84.56%로 시장에서 최종 매각가는 5000억~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시멘트업계의 마지막 매물이라는 점과 안정적인 이익창출 능력 등이 부각되면서 인수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임업계도 M&A시장이 활발할 전망이다.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게임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업체는 현금성 자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엔씨소프트다.

이들 매체는 리니지, 아이온, 길드워, 블레이드앤소울 등의 게임을 개발한 엔씨소프는 국내를 거점으로 북미, 유럽 등 현지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는 업체들과 오라이언소프트 등의 게임개발업체를 계열사로 보유하며 M&A 확대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애니팡으로 유명한 선데이토즈 역시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M&A나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6월 민광식 선데이토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선데이토즈의 현금성 자산은 약 1000억 원 정도로, 애니팡 지식재산권(IP)과 시너지가 날 수 있는 회사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페이스 북과 모바일앱 등을 통해 카지노게임을 제공하는 더블유게임즈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6.4%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해외 기업 인수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김가람 더블유게임즈 대표는 최근 투자전략실과 투자분석실을 신설하며 M&A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호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모바일게임사들의 해외 진출 전략은 게임개발 후 특별한 현지화를 거치지 않고 전세계 시장에 동시에 진출하는 것”이며 “그러나 이젠 중국, 일본, 미국 사용자들의 취향 차이로 인해 충분한 현지화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고, M&A를 위한 현금 자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넷마블이 미국 카밤의 밴쿠버 스튜디오를 인수하면서 투자한 금액 약 1조 원은 국내 M&A 사상 최대 규모”라며 “기업가치가 1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넷마블이 가세하면 M&A에 대한 게임업체 관심도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시너지 효과 얻는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M&A를 통해 사세 확장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M&A전문가들은 시너지 효과를 최우선으로 꼽는다.

SK는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LG가 보유한 LG실트론 지분 51%를 6200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미래 신성장 분야로 선정한 반도체 사업 강화를 위한 포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동안 M&A를 통해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2011년에는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 2012년 3월부터 SK하이닉스로 출범시키며 그룹 미래 먹을거리를 확보했다. 이후 SK는 반도체용 가스 생산업체인 OCI머터리얼스(현 SK머티리얼스)를 사들였다. 또 제품 다각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산업용가스 제조사인 SK에어가스를 인수하고, 합작법인인 SK트리켐과 SK쇼와덴코를 설립했다.

이는 반도체 소재 사업에서 연이은 사업 확장을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SK의 큰 그림은 이번 LG실트론을 인수하면서 완성되는 모습이다.
LG실트론은 반도체 칩의 핵심 기초소재인 반도체용 웨이퍼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조·판매하는 전문기업으로 300mm웨이퍼 분야에서 지난해 시장점유율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SK와 LG그룹 간 이번 M&A는 앞서 이뤄진 ‘삼성-한화’, ‘삼성-롯데’간 빅딜과 비교할 수 있다”며 “이번 거래로 SK는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로 미래 먹을거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LG는 투자 재원 확충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앞서 M&A 성공을 거둔 미래에셋생명 주가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PCA생명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는 분석 덕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최근 거래일인 지난 20일 전일 대비 280원(5.14%) 오른 5730원에 장을 마쳤다. 최근 1년 최고가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이 회사 주가는 꾸준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10일 1700억 원 규모로 PCA생명 인수를 결정한 후 주가 상승이 본격화됐다. 인수 발표 후 주가는 29.05% 뛰었다. 이 기간 외국인(108억원)과 기관투자가(239억 원)의 ‘쌍끌이 매수’가 이어지고 있다.

변액보험에 특화된 PCA생명 인수로 시너지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용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그룹의 자산운용 경험을 기반으로 특별계정(변액보험, 퇴직연금) 사업을 키워가고 있다”며 “미래에셋생명의 수입보험료 내 특별계정 비중은 50% 중반 수준이고 준비금 내 특별계정 비중도 40%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투자심리 위축에 ‘불안’

다만 M&A는 순기능만큼 역풍도 강하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표적인 곳이 대우건설이다. 대우건설은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건설경기 악화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겪는 등 한동안 홍역을 치르다 결국 대우건설 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어야 했다. 

여기에 대선, 금리인상으로 국내외 정치,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사업 전망이 밝지 않을 경우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없어 매수-매도자가 생각하는 가격에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KDB생명과 코웨이가 번번이 매각에 실패한 이유 역시 가격절충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영향에 따른 중국 자본의 한국 투자 위축도 눈여겨볼 변수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연초부터 거래 가격이 조 단위에 달하는 매물이 속속 매각 절차를 밟으면서 M&A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며 “산업은행의 자회사 매각 여부와 사모펀드의 엑시트 성공 사례가 얼마나 나타날 수 있는지와 대어급 매물의 매각에 따른 증시 영향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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