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외부 온도 영하 10도. 아침 최저 영하 12도였던 지난 23일 JTBC를 포함한 종합편성채널 해체를 요구하는 보수단체 시민 수백 명이 서울 양천구 목동 한국방송회관 1층에서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날 경찰과 대치한 시민단체는 ‘자유대한민국지키기 국민운동본부’ 회원 300여명이었다. 이들은 지난 17일부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종합편성채널 JTBC의 태블릿PC 보도를 제재하라”며 농성을 벌였으며 일부 회원들은 노숙농성을 이어왔다. 일요서울은 이들의 시위 배경과 이유 등을 알아봤다.

보수단체, 종편 재허가 앞두고 ‘재승인 불가’ 운동
주옥순 대표, 언론들 규제 못하는 방심위 비판

‘자유대한민국지키기 국민운동본부(이하 자국본)’는 지난 23일 오후 1시 한국방송회관 앞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박효종 위원장의 JTBC 태블릿PC 보도 심의 결단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한국방송회관에는 지상파 방송사 대표 단체 한국방송협회와 방송·인터넷 콘텐츠를 심의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입주해 있는 건물이다. 한국언론노조, 아나운서협회 등의 단체도 이곳에 입주해 있다.

이날 행사에는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변희재 전 미디어워치 대표,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 김경재 한국자유총연맹 회장 및 보수단체 회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태극기를 치켜세우며 “박효종은 내란방송 방치죄로 구속하라” “방심위 해체하고 대한민국 돌려달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3월 예정인 종편방송 재허가 심사에서 재허가 취소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방심위에 ‘박 대통령 탄핵을 유도한 언론·방송 일주일 내내 사과 방송할 것’, ‘3월 예정인 종편 재허가 심사에서 JTBC 재허가 취소를 결정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서 사회자 역할을 맡은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박 위원장을 방심위에 앉힌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라며 “그런데 언론들이 자기를 심어준 대통령에 대해 난동을 치고 있어도 한마디 규제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언론의 왜곡 보도 편파 방송이 대한민국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며 “태블릿PC가 최순실 씨 소유라고 한 JTBC의 보도는 허위보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허위보도와 조작방송을 하는 언론에 대해 왜 방심위는 가만히 있냐”며 “방심위는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외쳤다.

보수단체들의 시위는 사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보수단체 중 하나인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이하 박사모)이 TV조선, JTBC, 채널A, YTN 등의 종합편성채널 허가를 취소해 달라는 청원서 제출 운동을 진행하며 시작됐다.

이들은 “종편방송은 2017년 3월 31일이 만료일이어서 방심위의 재허가를 득해야 합니다. 접수는 2017년 1월 4일까지 도착분만 인정된답니다”라며 종편 4사 재승인 불가 청원서 제출 운동 회원들을 모집했다.

방심위 언론노조 가입
공정성 훼손된다?

시위에 참여한 보수단체들은 방심위 직원들이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에 가입한 것도 문제삼고 있다. 방심위는 종편을 심의 감독하는 기구인데 직원들이 언론노조에 가입한 것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방심위는 방송내용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보장해 건전한 문화를 창달하며 정보통신의 올바른 이용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설립된 기구다. 주요 업무는 방송·통신·광고 심의로 그 결과에 따라 방송사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경징계 ‘행정지도’가 아닌, 중징계 ‘법정제재’가 나올 경우 방송사 재허가 시 감점을 받기 때문이다.

방심위를 관리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의 균형발전과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출범한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다. 방통위는 방심위가 내린 심의 수위를 확정해 방송사에 제재 조치를 내리는 역할을 한다.

간단히 정리하면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 환경을 규제하고 관련 정책을 만드는 정부조직인 반면 방심위는 민간조직으로 방송프로그램과 인터넷 콘텐츠 등의 내용을 심의하는 정부와 독립된 민간기구다. 심의위원 9명은 대통령이 추천을 받아 최종 임명을 하고 있다.

방심위는 민간 조직인 만큼 직원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가입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방통위로부터 행정·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공정성 시비의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방심위 상임위, 사무총장
즉각 사퇴 요구

자국본 시위는 10일 이상 이어지고 있다. 26일 자국본 시위대는 박효종 방심위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JTBC 조작 보도에 대한 심의를 즉각 시행하지 않으면 이곳이 우리들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박 위원장와 시위대의 면담은 오전 10시 30분경 한국방송회관 로비에서 진행됐다. 면담은 경찰의 철저한 건물 통제 속에서 이뤄졌으며 약 2시간가량 진행됐다.

이날 방심위 측에서는 박 위원장과 사무총장, 오인희 종편 팀장 등 수십 명의 직원들이 농성장으로 찾아왔다. 방심위는 농성장 반대편 로비에 면담을 위한 책상을 마련했으나 시위대가 농성장을 이탈하면 경찰이 강제 퇴거를 시도할 수 있다며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 측은 즉각적인 JTBC 심의절차 진행과 징계처분을 요구하며 시위대에 대한 폭력진압을 지휘한 양천경찰서장과 경비과장 등 경찰 책임자들의 직위 해제와 공개 사과도 촉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시위대는 면담에서 대표자를 선정해 발언 창구를 단일화 했다. 면담대표는 17일 방송회관 진입 당일부터 철야농성장을 상주하고 있는 지금순 대표가 맡았다.

지 대표는 “경찰이 우리를 끌어내려는 과정에서 4명이 사람의 사지를 잡아 옮겨서 맨 바닥에 던졌다”며 “경찰들은 우리들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발목을 밟는 등 기술적으로 탄압을 했다”고 폭로했다.

JTBC 심의에 관련해서는 “문서수정 기능이 없는 태블릿PC로 최순실 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JTBC의 거짓보도로 대통령이 탄핵까지 되고, 국민이 두 쪽으로 갈라지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지금까지 두 달이 되도록 아무것도 하지 않은 방심위 상임위와 사무총장은 즉각 사퇴하고 어서 소위원회를 열어 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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