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상 난세(亂世)가 아닌 시대가 없었지만, 지금은 난세를 넘어 국가정체성을 짓밟는 ‘이적(利敵)의 정치 시대’가 되었다. 여성 대통령의 국회 누드 그림과 광화문(세월호 천막) 정사(情事) 그림은 세계에 부끄러운 비이성의 광기(狂氣) 그 자체다. 사회 전체가 어둑어둑 해가 저무는 석양의 분위기로 물들고 있다.

역사적 변곡점에 적지 않은 잠룡들이 난세를 바로잡겠다며 출사표를 던지고 있지만, 민중주의에 맞서서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가 조금 더 희생해야 한다’고 국민들에게 호소하는 지도자는 보이지 않는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처럼 인기에 영합하는 선동주의자들이 포퓰리즘으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 여기에 국회와 언론과 검찰-특검-헌재가 초록동색(草綠同色)이 되어 민의를 왜곡하고 법치를 능멸하며 탄핵열차를 질주하고 있다.
 
광장은 이미 ‘자본주의 아웃’, ‘사회주의가 답이다’, ‘북한이 우리의 미래고 희망이다’라는 촛불 구호로 점령된 지 오래고, ‘표창원 사태’가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필요성을 역설해주고 있다. 때문에 애국 시민들이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엄동설한에 태극기를 들고 ‘탄핵 반대’‘선동 언론 퇴출’‘정치 특검 해체”를 부르짖으며 광장으로 뛰쳐나오고 있다.

마이클 브린 전(前) 외신기자클럽 회장은 “한국에서는 군중의 감정이 일정한 선을 넘어서면 강력한 야수로 돌변해 법치를 붕괴시킨다. 한국인은 이를 ‘민심’이라고 부른다”“‘대통령의 혐의가 없다’는 새로운 증거가 나온다 해도 나는 탄핵될 것으로 본다… 민심의 힘이 너무 세기 때문”이라고 했다.
 
외신 기자의 눈에 비친 촛불에 굴복해 법치를 붕괴시킨 장본인들을 조명해 보자. 첫째, 국회의 탄핵사유는 대부분 엉터리다. 권성동 탄핵소추위원장은 새로운 소추 의결서를 헌재에 제출하면서 “구체적 범죄 사실에 대한 유무죄는 형사 재판에서 가려야 할 사안인데도 탄핵 소추안에 포함된 것은 국회가 탄핵 심판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회는 자신이 설치한 특검과 국정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대통령의 조사도 하지 않은 검찰의 공소장을 근거로 탄핵을 의결했다. 국회가 스스로 소추 내용이 잘못되었다고 밝힌 것이기 때문에 이번 탄핵 재판은 법리상 무효가 된 것이다.

둘째, 박근혜 대통령이 ‘정규재TV’와 탄핵 후 첫 인터뷰를 통해 ‘언론이 거짓말을 산처럼 쌓아올린 것’ ‘자고 나면 새로운 루머가 등장했다가 금세 사라지기를 반복한다는 점이 탄핵 근거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 준다’며 아쉬움과 억울함을 호소하자 언론이 대동단결해 힐난조의 기사를 썼다. 그러나 언론은 고영태와 몇몇이 최순실을 협박하고 돈 5억을 요구한 사실은 보도하지 않는 편파성을 보이고 있다. 오죽하면 북한 노동신문이 최순실 사건을 파헤치는 남한 언론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겠는가.

셋째, ‘자유와 통일을 향한 변호사 연대’가 지난 24일 JTBC 태블릿PC 의혹과 검찰수사 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해당 태블릿PC 내 모든 파일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검찰 스스로 공정한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고, 법원이 최순실의 조서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고 기각한 것은 직권을 남용한 검찰의 강압수사를 문제 삼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지난 26일 이경재 변호사는 특검이 최순실의 조사 과정 중 “대통령과 경제공동체” 자백을 강요하고, “삼족을 멸하겠다” “딸과 손자까지 감옥에 처넣겠다”는 취지의 폭언과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이에 대해 아무런 증거 없이 일체를 부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잠도 안 재우고 22시간 밤샘조사를 한 후 “강압에 의해 출연했다”는 진술을 얻은 것 등은 탄핵 사유를 만들기 위해 중립의무를 지키지 않고 변호인 조력권 행사를 방해하고 인권유린을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난 25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1월 31일 퇴임)은 “탄핵심판 선고는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는 3월 13일 이전에 있어야 한다”고 발언했는데, 신중하지 못했다. 심판 종료 기일을 미리 밝힌 것은 결론을 내려놓고 탄핵심판을 몰고 가려는 의심과 탄핵 인용에 필요한 재판관 수를 확보하겠다는 의심을 살 수 있다. 탄핵심판은 단심(單審)으로 피소추인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법정 기한을 다 쓰며 심리하는 것이 옳다. 재판관의 임기 때문에 대통령 탄핵을 빨리 해야 한다는 주장은 법치주의에 반한다.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고쳐 매지 말라’는 옛말을 박한철 소장은 잊었는지 묻고 싶다.
 
공정한 판결이 신속한 심판보다 더 중요하다. 속도를 위해 공정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면 국회와 헌재 모두 ‘정당성’을 의심받게 된다. 항차 국민적 저항과 역사의 법정에 서게 될 수 있다. 국회도 3월 13일까지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이정미 재판관 후임에 대한 임명절차를 준비해야 한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후임자를 지명하고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통과시킨 뒤 황교안 권한대행이 임명하면 된다.
 
헌재는 김영란법 때도 여론을 합헌의 근거 중 하나로 인용했는데,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또한 헌재는 탄핵소추 요건이 될 수 없는 세월호 항목을 배제했어야 하는데 보충자료를 요구하는 우(愚)를 범했다. 헌재는 국회·언론·검찰·특검에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인 헌재는 오로지 헌법에 입각해 공정한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을 동트는 희망의 새벽녘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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