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던 누나 곁으로…

지난달 31일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故 최진영의 발인식에서 유가족과 지인들이 운구를 하고 있다. photo@dailypot.co.kr

탤런트 겸 가수 최진영(39)이 결국 그리워하던 누나 곁으로 갔다. 지난 3월 29일 오후 최진영은 서울 논현동 자택 다락방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30일 최진영이 우울증과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했다고 결론지었다. 누나 최진실이 2008년 10월 자살한 지 1년6개월 만이다. 최진영은 31일 누나 최진실(1968~2008)이 영면해 있는 경기 양평 갑산공원에 나란히 안치됐다. 비극으로 끝난 그의 짧지만 파란만장했던 39년의 삶과 인생을 되짚어 본다.

“지친다… 사람이란 것에 지치고 살아온 것들에 지치고… 이런 나 때문에 지친다”

3월 29일 자살로 생을 마감한 故 최진영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남긴 마지막 짧은 글귀가 그의 마지막 길을 더욱 쓸쓸하게 하고 있다. 그가 가는 31일 발인식에는 하늘이 흐리고 비까지 내려 슬픔을 더했다.

故 최진영은 경기도 양평 갑산공원에 안치됐다. 누나 최진실의 묘역 바로 옆에 마련된 납골당이다.

故 최진영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는 모친 정옥숙 씨의 슬픔은 컸다.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오열하며 황망한 표정이었다.

사랑하는 딸과 아들을 1년 사이에 하늘나라로 보낸 슬픔이 하늘까지 전달됐는지, 그 슬픔이 비가 되어 쏟아졌다.

정씨는 이날 오전 서울 도곡동 강남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영결식에서도 통곡했다. 경기 성남시립승화원에서 이뤄진 화장에서는 실신하기도 해 보는 이를 더 안타깝게 했다.

영결식은 기독교식으로 치러졌다. 애절한 기도와 구슬픈 찬송이 울려 퍼졌다. 이어 발인식이 진행됐다. 고인의 사촌동생이 영정을 들었고 모친 정씨 등 유족이 뒤를 따랐다. 이영자, 김보성, 조연우, 홍석천, 유지태, 김효진, 김승현 연예인들은 발인식 내내 눈물만 훔쳤다.

그의 조카이자 최진실의 자녀인 환희(10)와 준희(8)는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유족은 최진영의 사망 소식을 아직 이들에게 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진실이 세상을 뜬 후 최진영은 조카들의 아빠 노릇을 했다. 지난 1월 21일에는 고 최진실의 두 자녀 환희·준희와 함께 MBC TV〈기분 좋은 날〉에 출연, 즐거운 일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누나의 뜻에 따라 늦깎이로 대학에 입학했다. 1993년 경원전문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지난해 한양대 예술학부 연극학과에 재입학하면서 삶의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최진실이 사망한 직후에는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과 함께 베트남 홍수 피해지역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이웃사랑 실천을 강조한 누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당시 최진영은 “누나는 내게 베풀고 봉사하라고 늘 말했다”며 유지를 받들었다.

최진영은 5~6개월 전부터 심경에 변화가 보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최진실이 생전 광고모델로 나섰던 모 건설사로부터 재소를 당했고, 수억 원에 배상을 물어줄 처지에 놓였다고 한다. 그때부터 스트레스로 머리가 아프다는 말을 주변 지인들에게 자주 했다고 한다.

그리고, 누나 최진실씨 사망 이후 우울증에 빠져 있어 안정제 등을 복용해 왔고 최근에는 출연하는 작품이 없는 등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연유 때문인지 최진영은 올해 개강 이후 단 한 차례도 수업에 참여한 적도 없었다.

지난달 30일 경찰은 “우울증과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이라며 사망 원인을 자살로 최종 결론지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유서를 발견하지 못했으나 외부의 침입이나 저항의 의한 외상 등이 없는 점 등에 비춰 자살이 명백하다”며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진영은 전날 오후 1시~2시 14분 사이에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 후배 정모씨(22·여)가 최진영이 자택 3층 다락방에서 목을 맨 채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 최진영의 어머니와 함께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결과 최진영은 사망 전날 오후 11시 40분 이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 돌아 왔다. 최진영은 평소 아침까지 텔레비전을 보고 낮에 잠이 드는데 사망 당일에도 아침 8시까지 텔레비전 소리가 들렸다고 유족들은 진술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께 정씨가 최진영에게 네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정씨가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최진영이 횡설수설하다가 통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정씨는 낮 12시 30분께 최진영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최진영이 이상하다고 전했다. 전화를 받은 최진영의 어머니는 정씨와 최진영의 집 근처 커피숍에서 만나 ‘최진영이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한다’는 등 일상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진영의 유족들과 후배들은 경찰 조사에서 “누나 사망 이후 최진영이 이전에도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며 “어머니가 병원 치료를 권했으나 최진영이 거부한 채 약만 복용했다”고 밝혔다.

최근까지도 상반기 컴백을 목표로 차기작을 물색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던 터라 최진영의 사망 소식은 더욱 충격적이다. 더욱이 연달은 유명 스타 남매의 요절 소식에 팬들도 비통에 빠졌다. 죽음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들이다.

2008년 10월 최진실의 자살 이후 1년반 만에 동생인 최진영도 결국 누나와 함께 죽음으로 영원히 함께 하게 됐다.

최진영은 1990년 영화〈그래 가끔은 하늘을 보자〉로 데뷔해〈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1991),〈스무살까지만 살고 싶어요〉(1991),〈있잖아요 비밀이에요2〉(1991),〈92 고래사냥〉(1992),〈멀고 먼 해후〉(1995),〈젊음의 문을 열고〉(1996),〈깡패수업〉(1996) 등에 출연했다.

MBC〈우리들의 천국〉(1993), SBS〈도시남녀〉(1996), MBC〈방울이〉(1997), KBS2〈아내가 있는 풍경〉(1997), MBC〈사랑한다면〉(1997), KBS2〈사랑해도 괜찮아〉(2007) 등 TV드라마에도 등장했다. 1999년에는 ‘스카이’란 예명의 가수로 ‘영원’ 등 히트곡을 내기도 했다.

[박태정 기자] tjp79@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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