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권교체’ 열망에 따른 대세론이 꺾이질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 전 대표는 조기대선 정국에 따른 집권 초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셰도우 캐비닛(예비내각)을 준비해야 한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 경선이 끝나고 후보가 확정되면 본선에서 최소한 총리와 부총리급 인사들에 대한 인사 발표는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선거법 개정 없이 ‘인선’을 발표할 경우 매관.매직으로 처벌을 받을 사안이지만 여야가 선거법 개정에 합의할 공산이 높은 상황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후 유력한 차기 대통령으로 떠오른  문 전 대표의 예비내각 인선에 정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선거법 개정後 총리·부총리급 발표 예정
- 안철수·유시민·김부겸vs전윤철·김종인에 정운찬까지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2월1일 예비내각에 대한 강한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야권연대와 공동정부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동안 제3지대발 연합정권 vs 문재인 단독정권으로 각을 세워 당내외로부터 ‘오만하다’고 비판을 받아오던 문 전 대표였다. 하지만 이날 문 전 대표는 “야권세력들은 국정운영하는 데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다”, “정권교체의 대의에 공감하는 야권 정당과 야권 정치인 누구와도 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예비내각의 인사 관련 “정당 책임정치의 핵심은 인사”라며 “정부를 구성하는 인사에 대해서 정당과 협의하고 정당에게 추천받는, 정당인사가 정부에 참여해 국정경험을 쌓아가고 그분들이 다음 정권을 이어받을 준비를 하는 것이 요체”라고 내각 인선 관련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 이어 문 전 대표는 “당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을 상대로 SNS를 통해 광범위하게 추천받을 수 있다”며 “대체로 어떤 분들과 국정을 운영할 건가에 대해서 대강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文, 예비내각 인선 목소리 높이는 까닭

조기대선 정국에 여권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가 본선에서 예비내각 발표로 표심을 잡기 위한 선거전략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번 대통령 당선자의 경우 인수위가 생략된 채 바로 국정운영에 들어가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크게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문 전 대표 진영에서는 최소한 총리와 부총리급(경제, 사회, 통일) 인선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문재인표 차기 총리는 누가 임명될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여의도에서는 영남, 호남, 충청 등 지역별 경륜이 있는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영남 출신으로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부겸 의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호남 출신으로는 김종인 전 대표, 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충청권에서는 이해찬 전 총리, 정운찬 전 총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

경북 경주가 고향인 유 전 장관의 경우 ‘정계 복귀는 없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최근 종편 정치시사토크쇼에 출연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받고 있다. 또한 복지부 장관 시절 깔끔한 일처리로 당시 복지부 직원들 사이에 “역대 최고 장관”이라는 찬사를 듣기도 했다. 문 전 대표 역시 유 전 장관이 출연 중인 방송 중에 “정치가 유시민 작가를 부를 날이 올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대구가 고향으로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대구 정치 1번지’인 수성구에서 배지를 단 김부겸 의원 역시 총리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문 전 대표와 현안에 대해 ‘각’을 세우고 있지만 ‘50대 총리론’에 보수의 본산인 TK민심을 달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호남 통합형 총리로 부상할 수 있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은 김 의원이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면서 경선 참여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친문 진영에서는 경선 참여를 주문하고 있지만 문재인 독주에 안희정, 이재명 2위 싸움에 ‘들러리 역할’로 전락할 수 있어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총리든 장관이든 문재인 정부에서 역할이 결정날 전망이다.

부산 출신인 안철수 전 대표의 경우 경륜보다는 정치적 고려가 한몫해 총리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는 문 전 대표를 위협할 야권의 유력한 경쟁주자이지만 공동정부 구상이나 야권연대의 핵심 당사자는 국민의당이고 안철수 전 대표다. 무엇보다 여소야대 정국에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힘든 상황에서 국회가 매번 발목을 잡을 경우 ‘적폐청산을 위한 개혁’은 물 건너 갈 공산이 높다. 이에 민주당이 국민의당과 실세 총리를 매개로 연정을 할 경우 여대야소 정국으로 바뀌면서 임기 초 개혁과제를 힘 있게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영남 대통령-영남 총리’라는 비판이 일 공산이 높아 선거 중에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위협 요소가 남아 있다. 특히 안 전 대표의 경우 경쟁 상대에게 ‘총리’를 제안한다는 것 자체가 ‘오만하다’는 이미지를 낳을 수 있어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영남보다 호남, 호남보다 충청? 돌고도는 인선

이에 호남과 충청 출신의 인사들도 거론되고 있다. 호남의 경우 최근 문 전 대표가 세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지역이다. 문 전 대표는 1월23일 전남 나주를 방문해 “정권교체를 하면 호남과 손 잡고 연정이라도 한다는 생각으로 호남 인재를 대거 발탁하고 호남에서 큰 정치적 인물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도 있다. 

일단 호남 출신으로 전북 출신의 김종인 전 대표가 거론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경제민주화’라는 전문가 이미지와 풍부한 경륜으로 임기초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초대 총리로는 더할 나위가 없다는 평이다. 하지만 그동안 개헌으로 문 전 대표와 사사건건 마찰을 겪은 데다 ‘개헌을 통한 실세 총리로 예우해달라’는 입장이 강해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반 전 총장이 불출마 선언하기 직전까지 ‘탈당설’이 나오면서 친문 진영과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최근 문 전 대표가 삼고초려해 영입한 전윤철 전 감사원장도 하마평에 올라 있다. 전남 목포 출신의 전 감사원장은 문 전 대표가 ‘호남 러브콜’을 보낸 이후 첫 영입한 호남 인사다. 국민의 정부 시절 기획예산처 장관을 거쳐 대통령 비서실장,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김대중 정부의 상징적 인물이다. 지난해 4.13총선 과정에서 국민의당의 공천관리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충북 음성 출신의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이후 ‘충청대망론’이 사그라들면서 충청민들의 대선 관심도는 확 떨어진 상황이다. 문 전 대표 입장에서는 중원 민심을 잡기위해서라도 충청 출신의 총리 인선은 차기 대권을 거머쥐는 데 어느 지역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에 충청 출신으로 안희정 충남지사, 이해찬 전 총리, 정운찬 전 총리 등이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안 지사는 범친노 인사에 젊은 총리로서 각광을 받을 수 있지만 단체장 출신으로 임기만료 전 사퇴해야 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또한 이해찬 전 총리는 고령이지만 풍부한 정치 경륜과 참여정부 시절 실세 총리를 맡은 경험이 강점이다. 현직 6선 의원에 친노 좌장 격인 이 전 총리 입장에서도 총리를 다시 맡아 정치인생을 마무리하려는 개인적인 희망도 있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 친문세력과 갈등을 겪어 탈당, 무소속으로 당선돼 복당한 점은 앙금으로 남아 있어 하마평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반면 충남 공주 출신의 정운찬 전 총리 역시 차기 총리로 거론되고 있다. 반 전 총장의 중도 하차에 따른 대선 시장에 블루칩으로 떠오른 그다. 또한 이명박 정부 시절 총리를 지낸 바 있고 ‘동반성장’이라는 키워드를 통한 경제 전문가 이미지 역시 장점이다. 다만 정 전 총리는 아직 제3지대에서 민주당이냐 국민의당이냐 선택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는 점이 넘어야 할 1차적인 산이다. 만약 민주당행을 선택할 경우 차기 총리로 오를 가능성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밖에 총리 후보로 참여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와 최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박원순 서울시장, 추미애 당 대표, 박지원 대표 등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거론되고 있다. 다만 박 시장과 추 대표의 경우 서울시장에 도전할 공산이 높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박 대표의 경우 안철수 전 대표의 관계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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