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문재인 대세론’에 균열이 생겼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캠프에 ‘안보자문위원’으로 합류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전 전 사령관을 둘러싼 논란은 크게 세 가지다. ▲성신여대 총장인 아내의 징역형 ▲포로 극복 훈련 질식사 사건 ▲5·18 민주화운동 진압에 가담한 정호용 전 장관 옹호이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가 전인범 전 사령관을 둘러싼 논란을 알고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눈감았다는 말까지 나온다. ‘보수 인사’ 영입을 통해 ‘안보 불안’ 이미지를 씻고자 한 문 전 대표의 ‘한 수’가 결국 ‘악수(惡手)’가 되고만 모양새다. 막말과 대통령 누드화로 논란을 빚은 표창원 의원에 이어 전임범 사령관마저 ‘문재인 대세론’에 흠집을 내고 만 것. ‘촛불’의 따뜻함에 취해 있는 문 전 대표가 ‘인사 덫’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인재 영입 족족 ‘실패’... ‘문재인 대세론’ 무너지는 전조현상? 
- 막말·대통령 누드화 논란 ‘표창원’, 아내 총 쏜다는 ‘전인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4일 경희대에서 열린 북 콘서트에서 “패널로 참석한 전인범 전 사령관이 대선캠프에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인범 전 사령관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원조 보수인사’, ‘친박 인사’로 꼽히던 인물이다. 이번 파격 인사는 ‘안보 신뢰감’을 높여 보수 표를 끌어안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표는 조기 대선 정국에 따른 집권 초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섀도 캐비닛’(예비내각)을 준비해야 한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의 시선이 문 전 대표의 인재 영입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그의 인재 영입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모양새다. 문 전 대표가 전 전 사령관을 영입한 직후부터 그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총장 임기 내내 잡음 끊이지 않아...

특히 전 전 사령관의 부인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이 지난 8일 학교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으며 인사 논란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심 총장은 2013년~2015년 20여 차례에 걸쳐 공금 7억 8000여만 원을 자신의 법률 비용으로 사용한 혐의로 지난해 1월 기소됐다. 성신여대 총학생회와 교수회, 총동창회 등이 ‘교육과 무관한 소송비 등에 교비를 유용했다’는 이유로 2015년 5월 심 총장을 검찰에 고발한 데 따른 일이다.

이번 판결을 내린 서울북부지법 형사7단독 오원찬 판사는 “심화진 총장이 범행을 주도했고 학교 규모에 비해 거액의 교비를 운영권 강화를 위해 사용했고 교비회계 사용에 대한 경종을 울릴 필요성이 있다”며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지만 재범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심 총장을 법정 구속한 배경을 설명했다.

심 총장은 2007년 4월 총장으로 선출된 뒤 지난해 8월 세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잡음은 임기 내내 끊이지 않았다. 3선 연임 과정에서 축제 지원금을 빌미로 총학생회를 압박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인 전 전 사령관의 ‘갑질’ 의혹까지 불거져 나왔다. 2009년 사단장 취임 축하행사에 교직원이 진행요원으로 동원됐다는 것. 또 평일에는 전 전 사령관이 대학 피트니스센터를 찾아 운동하고 마사지를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전 사령관은 배우자의 비리 의혹이 불거졌을 때 이를 적극 부인했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우리 집사람이 비리가 있었다면 제가 어떻게 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라고 반문한 뒤 “권총으로 쏴 죽였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그의 으름장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네티즌들은 심 총장이 법정구속된 뒤 “이제 남편 손에 죽는 것이냐”, “군인이 말 바꾸지는 않겠죠” 라며 전 전 사령관을 비꼬았다.

포로 체험 사망 사건, 영화 보고 따라했다?

전 전 사령관을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가 가장 많은 비판을 받은 일은 2014년 9월 특전사 제 13 여단의 포로 체험 사망 사건이다. 당시 특전사령관이었던 전인범 육군 중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훈련 중 안전사고를 걱정해 본 적은 없다. 다만 준비가 부족한 내 부하를 적진에 보내야 할까 봐 두려웠다”라고 말해 큰 비난을 받았었다.

그 당시 두 부사관은 포로로 잡혔을 때를 가정한 채 훈련하던 중 문방구에서 산 신발주머니를 얼굴에 쓴 채 질식해 사망했다. 두 부사관은 훈련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아 비명을 내질렀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1 시간 가까이 방치됐고, 그동안 현장 교관 4명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현장 교관 중 원사 진급을 앞둔 1명은 당시 내연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 조사 결과 특전사의 ‘포로 체험’ 훈련은 ‘브라보 투 제로’라는 영화를 본 간부들이 즉흥적으로 만들어 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영화 속에서 적 포로에게 뒤집어씌우는 두건이 실은 거친 천으로 제작돼 통풍이 잘 된다는 점은 모른 채 부대 앞 학교 문방구에서 실내화 주머니를 사서 이를 사용했다고 한다.

전인범 전 사령관은 지난해 8월에도 고마운 선배 중 한 명으로 정호용 장군을 언급해 빈축을 샀다. 그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분(정호영 장군)을 보면서 사람을 진실하게 대해야 사람이 따른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정호용 장군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육군사관학교 동기로 5·18 민주화운동 진압에 가담한 신군부의 핵심 인물이다. 1997년 대법원은 내란목적 살인죄 등으로 정호용 장군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그럼에도 전 전 사령관은 “지금도 누가 발포를 지시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지휘 체계가 문란했던 점이 (당시 군의) 잘못이지 일선 군인들은 죄가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나는 정말 언젠가 광주 5·18 묘역에 그때 죽은 군인들이 같이 묻혔으면 한다”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난의 화살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 전 사령관을 영입한 문재인 전 대표를 향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8일 “문 전 대표의 인재 영입은 실패의 연속”이라며 문 전 대표 측을 비난했다. 김성원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 “문 전 대표는 인재를 알아보는 눈이 매우 어두운 것 같다”며 “지난 총선 때 인재영입 1호인 표창원 의원은 국격 훼손과 여성인권 비하 문제로 사회적 논란을 자초하고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서민의 동반자를 자처하는 문 전 대표가 서민들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고가의 명품 안경테를 쓰고 있어서 의아하지만, 어쨌든 좋은 안경으로 훌륭한 인재를 찾을 수 있어야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인데 아직은 그 값어치를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비꼬았다.

조배숙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역시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 참석해 “비리 구속 부인과 부인을 총으로 쏴 죽이겠다는 사람의 자문을 받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이끄는 한국을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며 “문 전 대표는 자신이 영입한 전 전 사령관의 부인이 비리 혐의로 법정 구속되며 논란이 불거지자 ‘전 전 사령관을 영입했지, 부인을 영입한 것은 아니다’라며 여전히 전 전 사령관의 지지에 감사하다고 했다. 섬뜩하다”고 말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도 지난 7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대선의 가장 유력한 야권 후보라고 일컬어지는 문 전 대표 캠프는 영입 인사에 대한 검증을 도대체 어떻게 하고 있느냐”면서 “과연 이렇게 공인으로서의 흠결이 있는 인사와 함께 정권교체와 적폐 청산이라는 국민들의 엄중한 요구를 감당할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안경태는 ‘명품’, 안목은 ‘짝퉁’”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이런 일이 반복되면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있다. 한 네티즌은 “문재인은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고도비만을 자랑하던 전인범이 무너지고 문재인이 무너진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정치권 안팎에선 문 전 대표가 전 전 사령관을 앞세워 보수층 표심 확보에 나서며 ‘안보 불안’ 이미지를 씻으려 했지만 오히려 ‘아킬레스건’이 드러난 꼴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이번 전 전 사령관 논란으로 인해 문 전 대표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됐다는 것.

설상가상으로 문 전 대표의 영입 인사 가운데 전 전 사령관만이 구설수에 오른 것은 아니다. ‘총선 1호’ 영입인사인 표창원 의원은 막말과 대통령 누드화 논란으로 최근 여론의 빈축을 샀다. 뿐만 아니라 표 의원은 기독교 비하와 함께 ‘동성애·포르노’ 합법화 찬성 발언을 던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동성애 반대 목사들을 ‘나치·살인마’에 비유하고, 8만 원만 내면 스토킹을 해도 된다는 식의 주장을 펴왔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전인범 전 사령관이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 캠프에 합류한 것은 아내 심화진 총장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증폭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전인범 전 사령관을 둘러싼 비리를 알고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눈감았다는 지적이다.

문 전 대표는 조기 대선에 따른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을 구상 중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20일 인터뷰를 통해 “적어도 어떤 분들이 함께 국정을 수행하게 될지에 대한 부분을 가시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느 대선주자들보다도 그의 인재 영입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그의 ‘1호 영입 인사’인 전인범 전 사령관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의 인재 영입 실패가 ‘문재인 대세론’이 무너지는 전조현상이라는 말  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실제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대세론’에 확실히 균열이 생겼다”며 “첫 균열이 일어나게 되면 균열의 폭이 커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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