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사드·형제간 다툼’ 3중고에 발목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재계 총수 중 가장 바쁜 사람을 꼽는다면 최근들어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그의 이름이 언론에 등장한다. 현재 신동빈 회장은 특검 수사를 받고 있고 사드 부지 결정으로 한한령(限韓令)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으며 형 신동주 롯데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도 앞두고 있다.

만약 이 셋 중 하나라도 잘못된다면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 행사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신동빈 회장을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이 모든 악재를 털고 2017년 비상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기도 한다.

제2롯데월드 개장 앞두고 경영리스크에 씁쓸
담보 대출로 실탄 마련 중…지분 확보 차원

<정대웅 기자>

업계에 따르면 최고 123층, 555m 높이의 제2롯데월드가 개장을 위한 마지막 절차인 서울시 사용승인이 마무리됐다.

앞서 롯데물산·롯데호텔·롯데쇼핑은 지난해 12월 7일 롯데월드타워를 포함한 제2롯데월드 전체 단지에 대한 사용승인 신청서를 시에 제출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9일 사용승인을 허가하면서 롯데는 본격적으로 개장 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

제2롯데월드 사업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 사업이기도 해 아들 신동빈 회장으로서도 감회가 남다르다. 이 때문에 그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 신 회장이다.

청사진 틀 마련보다 악재 수습부터

문제는 청사진에 대한 큰 틀 마련으로 바쁜 이 시기에 악재로 발목이 잡혀 있다는 것이다.

일단은 헌재의 증인채택 불허로 한시름 넘겼지만 특검이 계속해서 수사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특검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미르 ·K재단에 롯데가 45억 원을 내놓은 조건으로 면세점 사업권에서 특혜를 봤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신 회장이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이후 K스포츠재단의 하남 체육시설 건립 사업에 70억 원을 냈다가 검찰 압수수색 하루 전날 돈을 돌려받았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의 경영 비리 혐의에 대한 영장 기각을 놓고 박 대통령과 거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재단 출연은 면세점 특혜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며 검찰 압수수색도 미리 알지 못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사드 배치 결정으로 국내 사업은 물론 외국에서 진행하는 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미 롯데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중국판 롯데월드타운’ 조성 사업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롯데그룹은 중국 선양에서 추진 중인 ‘롯데타운 프로젝트’ 핵심 사업인 롯데월드(테마파크) 조성 공사 등에 대해 중국 당국이 지난해 12월 말 중단 조치를 내렸다고 지난 7일 밝혔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롯데타운 조성 공사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며 “지난해 말 중국 당국이 실시한 소방점검 상의 사항을 문제 삼았다”고 말했다.

롯데가 선양에서 추진 중인 ‘롯데타운 프로젝트’는 3조 원 상당을 투입해 대형 쇼핑몰, 호텔, 테마파크, 주거단지 등을 조성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총 부지 16만㎡, 건축 면적 150만㎡ 규모로 중국판 ‘롯데 월드타워’ 프로젝트로 불린다. 현재 백화점과 영화관 등은 오픈해 영업하고 있고, 테마파크 및 아파트 등의 공사는 2018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말 선양 당국은 2년간 끌어오던 롯데타운 내 ‘초고층 건물’ 건립에 대해 100층 규모에서 절반 수준으로 고도를 대폭 낮춰 허가를 내준 바 있다.

중국 당국은 사드 배치 이슈가 수면 위로 부상한 지난해 11월 말부터 롯데그룹 계열사 현지법인에 대한 전방위적 세무조사를 진행해 왔고 백화점과 마트 등 전 사업장에 대해서도 불시 소방, 위생 점검을 이어오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롯데타운 선양의 공사 중단 ‘카드’도 상징적 의미에서 롯데에 압박을 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형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마찰도 녹록지 않다. 만약 신 회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법정구속되거나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현재의 지배구조로는 형인 신 전 부회장이나 일본 롯데홀딩스의 도전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서둘러 지배구조를 공고히 할 수밖에 없다. 그 일환으로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대규모 대출을 받는 등 실탄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19일 지주회사 설립을 공표하고 신 롯데그룹 회장과 신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롯데쇼핑 주식을 담보로 대규모 대출을 받으면서두 형제가 롯데그룹 차기 총수가 되기 위해 공격적인 지분 확보 전쟁에 나섰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 신 회장의 한국 롯데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 회장은 올들어 KEB하나은행으로부터 롯데쇼핑 주식 100만 주를 담보로 대출을 계약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 12만5000주로 추가 담보대출을 받았다.

신 회장은 앞서 지난달 19일 롯데쇼핑 주식 95만 주를 5년1개월 기간으로, 5만 주를 1년 기간으로 각각 신규담보 대출 계약 체결했다. 이후 5년1개월 만기 대출용 담보 주식 95만 주 중 50%인 47만5000주는 1년 만기 대출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이 올들어 대출을 위해 담보로 제공한 롯데쇼핑 주식은 총 112만5000주로, 이를 통해 대략 1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지난달 26일 금융감독원의 공시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지난 1개월간 모두 4건에 걸쳐 미래에셋대우와 롯데쇼핑을 담보로 은행·증권사들과 3400억 원 가량의 담보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 회장 역시 이달 롯데쇼핑 주식을 담보로 1000억 원가량을 대출받았다.

“현 정권 피해자다”  주장하는 롯데

재계 관계자는 “특검, 사드부지 제공, 조직개편, 지주사 전환 등 여러가지 이슈로 롯데그룹이 아직 안팎으로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이와 별개로 신 회장이 자신의 소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는 오히려 이번 정권의 특혜가 아닌 피해를 입은 기업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정권 들어 신동빈-신동주 간의 경영권 분쟁이 터지고 일본기업 논란이 불거지면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사업권도 잃는 등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신 회장은 현재 특검팀에 의해 ‘출국 금지’ 조치를 당한 터라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 조차도 대외 행보를 최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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