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내면 파격 승진 vs 금방 지는 경우도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대기업들의 2017년 임원인사 소식이 알려지면서 올해에도 샐러리맨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승진자들이 탄생하고 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3· 40대 임원이 탄생했다. 동기들은 차장·부장 승진할 무렵에 소위 ‘별’을 단 이들은 최연소라는 타이틀을 달고 화제에 오르기 마련이다. 일각에선  벚꽃처럼 금방 지는 경우도 있다며 우려 섞인 말을 하기도 한다.

[현대차] 37세 자율주행 기술개발 주도 [신한은행] 40대 85%부지점장 발탁
재계에 승진 연한 없어진지 오래, 실적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퇴사율도 높아


실적 부진으로 승진폭이 축소된 것이 올해 진행된 기업별 정기 임원인사의 대표적인 특징임에도 불구하고 화제의 승진자가 나왔다.
업계는 이들의 활약을 기대하며 2017년 경영활성화를 위한 노력에 분주하다. 이들은 오너 일가가 아닌 일반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젊은 임원, 그들은 누구

지난 6일 발표된 현대차그룹 ‘2017 정기 임원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장웅준 이사대우다. 장 이사대우는 올해 만 37세로 현대차그룹 역사상 최연소로 임원에 올랐다.

장 이사대우는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에서 ADAS개발팀장, ADAS개발실장을 거치며 자율주행 기술개발을 주도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최근 자율주행을 미래차 기술 가운데 핵심기술로 밀고 있다. 장 이사대우가 전격 발탁된 데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LG전자에선 39세인 조영삼 VC(전자장치)부문 엔지니어링팀장이 상무로 승진했다. 조 상무는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 전자통신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전기차 사업에서 성과를 인정받아 ‘기업의 별’인 임원 자리에 올랐다. 외국인 임원도 나왔다.

스페인, 포르투갈 등에서 매출과 수익성 개선을 이끈 하이메 하라이즈 LG전자 이베리아 법인장이 상무로 승진했다. SK(주)도 이에 발맞춰 실력과 전문성을 갖췄다면 30대 젊은 나이에도 임원을 할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혁신하기도 했다.

SK(주)는 최근 회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일 혁신 관련 제도 개선 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직위·승진 제도 개편안과 공정성과 평가 방안을 공개했다. 기존 직원의 직급은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 5단계였지만 개편안은 이를 선임(사원 대리), 책임(과장 차장), 수석(부장) 등 3단계로 줄였다.

직급별 연한도 폐지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지금은 회사에 갓 입사한 사원이 부장까지 승진하려면 ▲사원 3년 ▲대리 5년 ▲과장 6년 ▲차장 3년 등 17년이 걸리지만 앞으로는 이런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능력만 인정받으면 2~3년마다 한 단계씩 고속 승진해 30대에 임원이 될 수 있다. 금융권에서도 파격인사는 이어졌다.

지난달 23일 발표된 신한은행 인사에서는 40대 부서장(지점장)을 전진 배치하는 정규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 부지점장급에서 지점장으로 승진한 117여 명 가운데 85%를 40대로 채우는 깜짝 인사를 단행했다.

부지점장급 승진자 규모도 전년대비 20%(120명) 확대됐고 4급(과장, 차장) 승진 규모도 전년대비 50%(150명) 늘었다.
신한은행 한 관계자는 “성과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성과가 우수한 직원들에 대한 보상을 했다”며 “더불어 영업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에 대한 배려도 동시에 진행해 균형 있는 승진인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2014년 10월 22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30대 그룹 184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직원 대비 임원 비율(2014년 1분기 기준)을 조사한 결과, 115명당 1명꼴인 0.87%로 집계됐다.

쉽게 뜬 별 쉽게 진 경우도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직원은 82만3147명에서 6.1% 증가했지만, 임원은 7546명에서 1.1% 늘어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상무·이사 등 ‘첫 별’ 진입 비율도 0.59%에서 0.57%로 낮아졌고, 임원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해도 전무·사장 승진 확률은 직급마다 또다시 절반으로 줄었다.

전무는 0.11%,부사장은 0.05%,사장은 0.02%였다. 결국 대기업 그룹에 입사해 사장까지 승진하는 확률은 1만 명당 2명인 셈이다. 그야말로  ‘대기업 별 달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고 있는 셈이다. 젊은 나이에 임원으로 발탁되었다고 해서 모두 승승장구 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 인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과거에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30대 임원들이 많았지만 벚꽃처럼 금방 져버린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2004년 SK그룹은 당시 28세의 윤송이 박사를 SK텔레콤 상무로 영입해 재계를 발칵 뒤집었다.
카이스트와 MIT 출신이며, ‘천재소녀’라는 별칭도 있었던 윤 상무는 SKT에서 새로운 서비스들을 선보였지만 불과 3년 만인 2007년에 퇴사했다.

1997년 삼성 출신으로 LG로 건너가 37살에 LG인터넷 사장 자리에 올랐던 이양동 전 사장도 대단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지만 그가 주도했던 ‘채널아이’ 사업은 3년여간 수백억 원 적자를 냈고 이 전 사장도 퇴사해야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능력이 최우선시되는 세상에서 임원 승진에 나이 제한 같은 것은 이미 없어진 지 오래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기업집단의 속성상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 나이에 상관없이 여러 번 기회를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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