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남긴 명언 중에 “신(臣)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한 장군의 결기가 더욱 뜻 깊다. 그 12척으로 이순신 장군은 1597년 일본군함 133척을 명랑해협에서 전멸시켰다. 이 일로 조선은 위기에서 벗어나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일본에서는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패전후유증으로 죽고 토쿠카와 이에야스가 권력을 장악했다. 중국에서는 또 명나라가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후금과 청으로 이어진 동북아의 격변이 일어났다. 단지 배 12척이 뒤집어놓은 동북아 정세변화다. 
작금의 새누리당 상황 역시 정유재란 당시의 조선과 흡사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태로 당원 1호인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놓이는가 하면 당이 쪼개지는 고통을 감내했다. 대선을 앞두고 있지만 변변한 후보 하나 내놓지 못한 채 선장 잃은 배처럼 허둥대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선장으로 옹립하려 했으나 그는 칼을 빼기도 전에 무책임하게 배에서 내리고 말았다. 새누리호는 물론이고 ‘보수적자’ 세력은 ‘멘붕’에 빠졌다. 
이런 사세(事勢)에서 주인을 찾지 못한 보수 지지층이 빠르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옮겨가고 있다. 아직 출마 선언도 하지 않았는데 그에 대한 지지도는 급상승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단숨에 2위에 올랐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이 같은 상승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황 대행이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황 대행이 ‘십자가’를 져야 한다는 첫째 이유는 보수지지층인 ‘태극기민심’이 그를 원하는 것이다. ‘태극기 민심’은 그동안 이른바 ‘촛불민심’에 밀려 힘을 쓰지 못했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촛불민심’의 본질이 점점 변해가자 속앓이하고 있던 보수층이 마침내 거리로 나선 것이다.
둘째 이유는 황 대행이 한·미동맹 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황 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선주자들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고 있다. 특히 사드 배치에 적극 반대하고 있는 문 전 대표는 대통령이 되면 미국에 앞서 북한을 제일 먼저 방문하겠다고 했다. 많은 국민들은 지난 노무현 정권시절의 경색된 한·미 관계를 또다시 경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셋째는 황 대행은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자격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법무부 장관 시절 황 대행은 통진당 해산을 주도했다. 황 대행은 또 역대 우리나라의 대통령들이 모두 ‘군인-정치인’ 출신이었던 점에 비해 때 묻지 않은 정통 관료 출신이라는 강점이 있다.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다른 주자들과 비교된다.
일각에서는 황 대행이 대통령 선거에 나서기에는 명분이 약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태에 박 대통령과 함께 책임을 져야 할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런 논리라면 문 전 대표의 대선 출마 역시 명분이 약하다. 그는 실패한 참여정부 출신이다.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할 인사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명분 또한 온당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황 대행은 태극기 민심에 화답해야 한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황 대행은 박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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