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 비박계들이 ‘개혁 보수’를 표방하며 만든 당이다. 그러나 믿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불출마 선언한 후 갈피를 못 잡고 있던 판에 보수의 새희망인 황교안 대행에게 포위당한 사면초가(四面楚歌)의 형국이다.

악재만 쌓이고 있고, 돌파구는 보이지 않고, 지지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사방에서 ‘바른정당은 끝났다’는 여론이 퍼지고 있다. 당원들은 당 소멸의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다. 반면에 자유한국당은 선동세력에 속아서 탈당한 바른정당의 당원들을 조건 없이 받아들일 태세다. 탈당의 주역인 김무성-유승민-남경필의 정치생명은 밝지 않아 보인다. 이들은 어쩌면 800기(騎)의 잔병을 이끌고 오강(烏江)까지 갔다가 결국 건너지 못하고 해하(垓下)에서 자결한 초패왕(楚覇王) 항우(項羽)의 운명과 비슷하게 되지 않을까?
 
최근 바른정당 지지율은 5.8%로, 비교섭단체인 정의당(6.8%)에도 밀려 꼴찌다(리얼미터 6~8일 조사). 지지율 급전직하(急轉直下)는 예고된 참사지만 여기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 명망가 중심의 ‘헤쳐모여’에 따른 필연적인 귀결이다. 상당수의 바른정당 국회의원들은 반기문 전 총장을 영입한다는 전제 하에 탈당을 결행했다. 그러나 반기문 전 총장이 중도하차하면서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되었다.

둘째, 이념적으로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를 표방하면서 정체성의 위기를 자초한 결과다. 당 정강 정책과 대선주자의 경제 정책은 진보 쪽에 가깝다. ‘진짜 보수’를 외치며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국민들은 ‘가짜 보수’로 인식하고 있다. 셋째, 영남이나 호남과 같은 확고한 지역 기반이 없다. 그 결과 유승민과 남경필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아 대선 레이스에 빨간불이 켜졌다. 김무성 재등판설이 나오고 있지만, 4.13 총선 패장의 재등판은 명분 없는 일이다.

넷째, 외부 연대 방안에 따른 노선 갈등이 자중지란을 일으키고 있다. 유승민은 새누리당과 보수대연합을 주장하는 반면, 남경필은 “대연정이 새정치”라며 보수대연합에 반대하고 있다. 한지붕 두 가족의 동상이몽에다 장제원 대변인이 아들 물의로 물러났다. 총체적 난국 상황이다.
 
이에 바른정당은 당과 후보의 지지율 반등과 생존전략 모색을 위해 지난 12일 원내외 대토론회를 열어봤지만, 별무신통이다. 취기어린 “탄핵 기각 시 32명 의원직 총사퇴”라는 독자노선의 극약처방으로는 난국 돌파가 불가능하다. 설상가상 대통령 탄핵이 기각된다면 바른정당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보수를 분열시킨 장본인으로, 잘못된 탄핵의 주범으로 탄핵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제 바른정당이 가야 할 길은 명약관화하다.

유승민이 선택한 길을 가야 한다.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와 헌법 개정을 고리로 보수대연합을 한 후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대해 정권을 함께 만드는 길이다. 대선 후 정계개편 시 합당도 가능할 것이다. 만약 바른정당이 보수대연합에 끝까지 반대할 경우 개별 자유한국당 입당자들의 이탈로 교섭단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이미 회군(回軍)을 고민하는 의원들이 자유한국당 지도부에게 의사타진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마침내 탄핵 정국이 변곡점을 찍었다. 이시윤 전 헌법재판관, 정기승 전 대법관, 이세중 전 변호사협회장 등 9명의 원로 법조인이 지난 9일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내용과 절차상에서 헌법의 법치주의와 적법절차의 원리에 반하는 중대한 위헌이라는 신문광고를 낸 바 있다. 헌재와 특검은 원로 법조인들의 고견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고영태 더블루K 전 이사가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을 몰아내고 재단을 장악하겠다”“이렇게 틀을 딱딱 몇 개 짜놓은 다음에 빵 터져서 날아가면 이게 다 우리 거니까”라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또한 고영태와 일당들이 최순실을 이용해 정부예산 36억원을 받아내 나눠가지려 했다는 정황이 확인되었다. 국민은 지금 큰 혼란에 빠졌다. ‘정의로운 폭로자’에서 ‘제2의 김대업’으로 전락한 고영태 게이트를 보고. 검찰은 탄핵사태를 촉발한 고영태와 일당들을 사기·공갈 등 국정농단 피의자로 구속 수사해야 한다.
 
지난 11일 혹한 속의 태극기와 촛불 집회의 세 대결은 일방적인 태극기의 승리로 끝났다. 더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모두 참석하는 촛불 총동원령이 내려졌지만. 이제 바른정당이 기사회생할 길은 정통보수의 정체성 확립뿐이다. “특검 연장법안을 제출해 야당과 함께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은 야3당에게 부역하는 일이므로 철회해야 한다. 바른정당의 경쟁 상대는 자유한국당이 아니라 야3당이다. 노선과 이념에 맞지 않은 당론은 당의 존립기반을 무너뜨릴 뿐이다.
 
지금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입장이다. 수구수원(誰咎誰怨),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할 시간이 없다. 대선을 앞 둔 현 시점은 갈 길은 먼데 길은 보이지 않고 난제가 가득한 ‘산중수복(山重水複)’의 형국이다. 두 정당은 이별 전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같은 배에 탄 사람은 배가 전복될 때 서로 힘을 모아 구조한다는 ‘동주상구(同舟相救)’의 자세로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올바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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