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SK비자금 이어 삼성 변칙 상속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박차 공정위선 부당 내부거래 6대그룹에 대규모 과징금…전방위 압박재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검찰이 현대·SK비자금 수사에 이어 삼성 에버랜드 사모 전환사채(CB) 발행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자 SK그룹회장인 손길승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과정에서는 SK가 100억원대 비자금을 정치권에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지난 6월부터 삼성 LG SK 현대 현대차 현대중공업 등 6대 그룹의 20개 주요계열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부당 내부거래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

재계에 대한 전방위 사정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와관련 재계 관계자들은 참여정부 출범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를 거론하는 등 현정부 재벌정책에 비협조적인 자세에 대한 역풍이 몰아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분위기다. 정치권도 재계 압박 카드 이면에는 정경유착 고리 및 구정치인 청산 등을 통한 개혁이미지 제고 등 정치적 노림수가 내포되어 있을 것이라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노 대통령의 재계 압박 드라이브 선봉은 검찰과 공정위가 맡고 있다.검찰의 칼날은 대기업 비자금 및 오너 변칙 상속 등에, 공정위는 이들 대기업들의 부당내부거래 등에 각각 초점을 맞추고 있다.특히 검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현대비자금 사건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자마자 검찰은 곧바로 SK비자금 수사에 돌입했다.

SK그룹 손길승 회장에 대한 이틀간의 소환조사과정에서는 SK가 100억원대 비자금을 정치권에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기도 했다.SK그룹이 SK해운의 분식회계를 통해 2,000억원대 부외자금을 조성했고, 이중 100억원대 자금이 정치권에 유입됐다는 게 검찰측이 밝힌 손 회장의 진술 내용.이에 따라 검찰은 3일 “조사할 분량이 방대하다”는 이유를 들어 재소환을 조건으로 손 회장에 대해 일단 귀가조치를 결정하면서 내주중 정치인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시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SK측으로부터 비자금을 수수한 정치인은 구 여권 현역 중진과 고위직을 지낸 중량급 전직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고, 여야 정치인 4∼5명도 연루 혐의를 받고 있다.검찰은 연루 혐의를 받고 있는 이들 정치인들을 차례로 접촉, 우선 순위에 따라 소환 일정을 확정지을 방침이다. 또 이들 정치인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질 경우 이들이 실제 SK비자금을 수수했는지 여부, 돈의 성격과 대가성 유무 등을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SK비자금 전달이 대부분 불법적으로 이뤄졌고, 정치자금이라고 보기엔 그 액수가 너무 많다는 점, 자금 전달시기를 전후한 SK 계열기업들의 경영상태 등에 비춰볼 때 대가관계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의 사법처리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다는 차원에서는 손 회장에 대한 영장청구가 불가피하겠지만 국내 경제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하면 재계 수장격인 손 회장에 대해 선처를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삼성그룹 오너들의 변칙 상속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은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의 변칙 상속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만의 얘기는 아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여러차례 변칙 상속 의혹을 제기한 바 있고, 과거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검찰이 이러한 의혹에 대해 수사를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자 삼성측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검찰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씨(삼성전자 상무)가 계열사인 에버랜드 전환사채(CB)의 저가 인수로 변칙 상속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최근 당시 CB 발행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삼성의 CB 저가발행 고발사건에 대해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법에 따라 엄정히 처리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도 고려대상일 수는 있지만 범죄 단서가 발견됐는데도 경제 사정 때문에 봐줄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참여연대는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최근 성명을 통해 “검찰이 공소시효가 10년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배임죄를 적용하지 않고 공소시효가 7년(올해 말 완성)인 일반 형법상의 업무상 배임죄로 수사 방향을 한정지어 놓고 수사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검찰의 엄정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검찰과 참여연대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삼성 측은 “에버랜드 사모CB 발행은 당시의 세법 규정에 따라 발행돼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검찰 수사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기소 가능성에 대비한 준비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CB 발행을 둘러싸고 손실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한 사실관계, 배임 혐의 적용 여부, 비상장주 평가방식, 공소시효 등과 관련한 법리논쟁에 대비한 대책을 강구 중이라는 후문. 공정위도 재벌 압박을 거들고 나서는 분위기다. 공정위는 6일 지난 6월부터 넉달 동안 진행해온 6대그룹의 부당내부거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삼성 LG SK 현대 현대차 현대중공업 등 6대 그룹의 20개 주요계열사를 대상으로 계열사간 부당지원등 부당 내부거래조사에 착수한 결과 상당수 기업의 혐의를 적발하는 동시에 대규모 과징금도 함께 부과했다.공정위는 또 시장개혁 3개년 계획에 대한 수립안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출자총액제한 제도의 예외조항 대폭 축소 △계좌추적권 연장 △재벌 총수 지분변동 내용 수시 공개 △지주회사에 편입된 자회사간의 출자금지 등 강도 높은 재벌개혁 방안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과징금 부과 결정에 이은 강도높은 재벌개혁 방안이 제시되면 재벌과 공정위의 마찰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이처럼 검찰과 공정위를 앞세운 압박이 갈수록 거세질 조짐이 일자 재계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면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계는 각 기업별로 자체 정보망을 최대한 동원해 검찰의 수사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동시에 자금사용에 대한 근거서류를 보강하는 등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부분을 해소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특히 대기업들은 검찰의 재계에 대한 수사확대로 대외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책을 세우는 한편 투명·윤리경영 등에도 적극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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