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흥행’ ‘정권교체’ 두 마리 토끼 노린 민주당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주말마다 ‘탄핵 반대’ ‘탄핵 찬성’ 집회로 광화문이 시끄럽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대선 주자들은 대권을 향한 뜨거운 경쟁을 시작했다.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 할 것 없이 대선 후보들이 넘쳐난다. 재수생도 있지만 대부분 처음 도전하는 후보들이다. 하지만 국민의 눈에 들어오는 후보는 많지 않다. 오히려 일부 인기 후보들이 신문과 방송을 독점하듯이 그들만의 레이스가 펼쳐지는 분위기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인한 ‘보수의 위기’인 탓도 있지만 인기 후보들의 ‘짜고 치는 고스톱’에 보수 진영 후보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분위기다.

‘재수생’ ‘50대 대망론’ 등으로 보수층 지지도 얻어
일부 인기후보들 신문·방송 독점 ‘그들만의 레이스’


지난 16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MBN·매일경제 의뢰로 지난 13~15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월 3주차 주중 집계 결과를 살펴보면 1위는 32.7%를 기록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조사됐다. 다음은 안희정 충남도지사 19.3%,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16.5%,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8.6% 순이다.

주목할 점은 황 권한대행을 제외하고는 모두 야권 후보라는 점이다. 게다가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의 지지율을 합하면 50%를 넘는다. 보수진영 유력 대안 후보로 떠오른 황 권한대행조차 문 전 대표 지지율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의도 일각에서는 ‘이미 게임은 끝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판만큼 예측 불가능한 곳도 없는 만큼 ‘끝까지 가 봐야 안다’는 반응도 많은 게 사실이다.

국민·언론 사로잡은
문재인·안희정·이재명


지지율을 봐도 알 수 있듯이 현재 대선후보 경쟁에서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의 경쟁이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친노’ 대표 주자들의 경쟁인 만큼 여야 정치인들도 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금까지는 문 전 대표가 앞서 나가고 있다. ‘노무현의 친구’라는 타이틀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내 탄탄한 지지기반이 든든하게 받쳐주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 스스로도 ‘재수생’이라고 말하며 이번 대선에 ‘절박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공공연히 “이번 대선에서 꼭 승리하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도 나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지지율만 놓고 본다면 문 전 대표의 호소가 어느 정도 국민들에게 어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최근 안 지사의 강력한 도전을 받은 상황이다. 이재명 성남시장보다 지지율이 낮았던 안 지사가 맹추격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국 안 지사는 이 시장을 제치고 문 전 대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아직까지 지지율 20%대를 넘지 못했지만 지금 추세대로라면 2월 중에는 충분히 접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문 전 대표는 안 지사의 추격을 받기 전에는 이 시장의 거친 도전에 고전했다. 이 시장의 주무기인 ‘거침없는 사이다’ 발언은 국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지금은 지지율이 주춤해졌지만 연일 쏟아내는 거침없는 발언들은 국내 전 언론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발언들이 발목을 잡은 형국이다. 오히려 ‘김빠진 사이다’라고 불리며 2위 자리를 안 지사에게 넘겼다. 
 진보에서 중도로
중도에서 보수로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지사, 이재명 시장이 서로를 쫓고 쫓기는 치열한 경쟁을 하는 사이 국내 모든 언론들은 이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주목했다. 이들의 말들은 당일 뉴스와 신문을 도배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대선 후보가 나왔지만 이슈란 이슈는  이들 세 사람이 몰고 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수 진영에서 ‘안보·외교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 받던 문 전 대표는 ‘사드 반대’에서 ‘사드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했고 아킬레스건이었던 ‘대북관’도 김정남 피살 사건에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라는 강경발언으로 불식시키고 있다. 한마디로 진보에서 중도로 포지셔닝을 새롭게 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안희정 지사는 진보에서 중도로 중도에서 보수로 지지층 확장에 나섰다. 그 시작은 대연정론이었다. 안 지사의 대연정론은 야당 내부에서조차 찬반이 엇갈렸다. 하지만 보수 진영에서는 안 지사에게 대연정론에 화답해 러브콜을 보낼 정도였다.

일각에서는 안 지사의 변심까지 의심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안 지사는 중도 보수 세력의 지지를 이끌어 내며 문 전 대표를 맹추격하고 있다. 안 지사 입장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내 경쟁에서 문 전 대표를 이겨야만 하는 상황이지만 내부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경선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외부세력을 수혈하는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전략적인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불출마 선언을 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충남도지사로 행정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는 점과 젊은 후보라는 점 등이 지지자를 잃은 충청민심을 움직였다. 

안 지사의 부상으로 2위권에서 밀려났지만 이재명 시장은 특유의 저돌적인 이미지로 진보 세력의 지지를 이끌어 내고 있다. ‘한국의 트럼프’를 꿈꾸며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다 보니 지지율은 떨어졌어도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 시장은 특히 젊은 층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에게도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보수진영 후보
설 자리가 없다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지사, 이재명 시장 이 세 사람의 경쟁은 대권 레이스를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있다. 앞서 나가는 1명을 잡기 위해 2위권의 치열한 싸움이 보는 사람마저 흥미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수 진영의 후보들이 끼어들 틈이 없다. 애초부터 낮은 지지도는 둘째치더라도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대안 후보로 황교안 권한대행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섣불리 대선 출마를 선언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한마디로 보수진영에는 이렇다 할 후보가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정치권에서 ‘짜고 치는 고스톱에 보수 세력이 눈뜨고 당했다’라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대선은 대부분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보수 진영에 유력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지사, 이재명 시장 세 후보의 흥미진진한 경쟁을 넋 놓고 바라만 볼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보수 진영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안희정 지사가 경선에서 진다면 민주당을 탈당할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이들의 짜고 친 이념 고스톱에 보수 진영은 넋 놓고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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