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경영권 불법승계 비리 첫 만남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430억 원대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이 결정되면서 삼성그룹은 사상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 1월 영장이 기각된 지 29일 만이다. 삼성과 특검의 악연은 지난 2008년 처음 시작돼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특검이 삼성을 위한 수사였다면 이번에는 경제계는 물론 대통령 탄핵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난 17일 법원은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 청구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검은 “대가성이 없었다”는 삼성 측의 적극적인 해명과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해 불구속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경제계의 처절한 읍소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에 대한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한 차례 구속영장 청구를 했다가 기각됐지만, 법원은 결국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을 결정했다.
 
두 번째 ‘잘못된 만남’
 
삼성-특검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특검은 지난 2008년에도 이건희·이재용 부자의 경영권 불법승계를 둘러싼 비리 의혹을 파헤치면서 맹공을 퍼부었다. 당시 ‘삼성특검’으로 불렸던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특별검사 1명과 특검보 3명, 파견검사 3명, 특별수사관 29명 등 총 91명으로 구성됐다.
 
총 99일간 수사를 이어간 삼성특검에서 이 부회장은 편법증여를 둘러싼 모든 의혹에서 자유로웠다. 부친 이건희 회장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등 주요 혐의를 모두 떠안아서다.
 
삼성특검 때는 이건희·이재용 부자를 비롯해 삼성 전·현직 임원 255명이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 회장은 두 차례, 이재용 부회장은 한 차례 특검에 소환됐다. 두 사람은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과 비자금·차명재산 의혹 등을 집중 추궁 당했다.
 
특검은 이건희 회장이 이같은 일들을 주도적으로 했다고 판단하고 이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부회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에버랜드 CB를 헐값에 발행한 뒤 이 부회장에게 넘겨 에버랜드에 최소 969억 원의 손해를 안긴 혐의(배임), 4조5000억 원의 자금을 은닉하고 1199개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계열사 주식을 매매하면서 남긴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1128억 원을 포탈한 혐의(조세포탈 및 증권거래법 위반) 등이 당시 이 회장에 적용됐다.
 
한편 한정석 부장판사와 박영수 특검의 묘한 인연도 주목된다. 한 판사는 최순실 사태와 관련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을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이에 특검은 재영장을 청구했고 결국 최 전 총장을 구속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박영수 특검팀의 두 번째 영장청구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총수 공백 현실화
 
이번 이 부회장의 구속은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는 평이다. 또 불구속 기소와 달리 구속이 집행될 경우 최악의 경영권 공백 사태가 오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의 미래먹거리에 대한 투자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이 부회장은 삼성의 미래먹거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전장(전자장비)사업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미국 전장부품기업인 하만을 80억 달러(약 9조4000억 원)에 사들이기로 했지만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영 공백이 현실화되면서 회사의 사업은 물론 승계 작업까지 차질을 빚게 됐다”면서 “특히 올해 추진하던 미래먹거리 사업 투자 등이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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