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안전불감증 심각한 도덕적 해이”

‘하나로’ 내진 보강공사 폐기물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연구원)이 방사성폐기물(이하 방폐물)을 무단 폐기한 사실이 확인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지난해 11월부터 연구원의 원전제염해제 관련 시설의 방폐물 관리 실태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에서 원자력안전법에 규정된 폐기물 처리절차를 지키지 않는 등 법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방사성폐기물 처분 전에 핵종별 방사능 농도에 따라 분류(중저준위폐기물, 자체처분폐기물)해 규제기관의 확인을 받아 처분토록 절차를 규정하고 있으나 연구원은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방폐물을 무단 폐기했다. 이에 시민단체들이 “범죄집단 원자력연구원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며 규탄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구마 줄기처럼 드러난 연구원 불법행위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책임자 처벌” 촉구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연구원이 방사선 관리구역에서 발생한 콘크리트 폐기물 외부 매립, 공릉동 연구로 해체 시 발생한 콘크리트·토양 일부를 연구원 내 폐기, 작업복 세탁수 등 액체방사성폐기물 무단 배출, 방사선 관리구역에서 사용한 장갑·비닐 등의 무단 배출 및 소각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연구원이 허가사항을 위반해 방사성폐기물을 용융·소각한 사실도 적발됐다. 이는 폐기물 용융시설 허가 전부터 용융을 실시, 허가받지 않은 핵종이 포함된 폐기물을 용융, 폐기물 소각시설에서 허가받지 않은 폐기물을 소각, 해당 시설의 배기가스 감시기 측정기록을 조작한 것 등이 드러났다.

이 밖에도 ‘하나로’ 원자로가 2014년 7월 전기장치 고장으로 멈춘 이후 지금껏 재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또 2015년 하나로 원자로 외벽체 내진성능 문제가 발견됐으며 현재 방폐물 무단처리까지 드러나 하나로 원자로의 재가동 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방폐물’ 방사선 방출량
핵종별로 모두 다르다"

 
‘핵재처리실험저지 30km연대(이하 30km연대)’는 핵재처리 실험의 진실을 알리고 실험을 저지하며 고준위핵폐기물에 대한 안전한 관리와 조속한 반출 등을 위해 지난 1월 17일 출범했다.

이들은 출범식 이후 지난 2일 성명서를 통해 “원자력연구원의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고 핵종별 방사선 측정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원자력원구원의 방사성폐기물 사태가 불거지자 최순 원자력연구원 융복합기술개발본부장은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나 “무단으로 처분된 폐콘크리트 0.5t을 역추적한 끝에 충남 금산 지역에 처분된 것을 확인했으며 전량 회수했다”고 전했다.

또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있는 흙을 정해진 규정과 절차를 따르지 않고 반출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폐기물의 방사선 방출량이 0.1Bq/g이하여서 자체처분이 가능한 폐기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30km연대는 이 같은 해명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30km연대는 “먼저 원자력안전위원회 고시(제2014-003)의 ‘방사성폐기물 분류 및 자체처분기준에 관한 규정’(이하 원안위 자체처분 규정)을 살펴보면 ‘자체처분이란 방사성폐기물 중에서 핵종별 농도가 자체처분 허용농도 미만임이 확인된 것을 「원자력안전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여 방사성폐기물이 아닌 폐기물로 소각, 매립 또는 재활용 등의 방법으로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제2조 1항)’고 정의되어 있다”고 전했다.

이는 자체처분 허용농도 수치가 핵종별로 선량이 모두 달라 방사선 측정량이 0.1Bq/g 미만일지라도 일방적 반출을 하면 안되며 폐기물의 핵종별 방사선 측정량 분석을 하고 자료를 정확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처분 방식의 문제
해명을 믿을 수 없다”

 
30km연대는 처분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자체처분 규정에 따르면,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은 표층처분, 매립처리할 수 없으며(제5조), 자체처분 방사성폐기물의 총량도 연간 1톤(또는 이에 상당하는 부피)을 초과할 수 없다. (제6조4항) 원자력연구원 측은 2015년 단 한 차례 0.5톤의 콘크리트 폐기물을 방출했다고 해명하지만, 정확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한 그 해명을 믿을 수 없다”며 “무단 반출한 폐기물의 양과 함께, 방사선 측정 방법도 명확하게 해명할 필요가 있다. 원안위 자체처분 규정에는 ‘신뢰성이 확보된 측정기를 이용하여 측정해야 하며(제10조1항), 자체처분 대상 폐기물의 표면방사선량률은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자연방사선준위를 확인할 수 있는 지역에서 폐기물의 표면으로부터 10cm의 거리에서 측정하여야 한다(제10조2항)’고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측정기와 측정거리에 따라 방사선 수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해가 바뀌어도 계속 터져나오는 원자력연구원의 문제에 대하여 대전시민은 물론 온 국민이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연구원은 안전불감증을 넘어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 이르러 있다”며 “이번 사건은 책임자 급의 처벌 없이는 대전시민뿐 아니라 금산군민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힘들며, 반드시 일벌백계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대전시, 민주당
진상 조사, 처벌 강조

 
결국 대전시는 시민안전대책 마련을 위해 원안위에 방폐물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지난 9일 원안위가 중간 발표한 연구원의 불법 방폐물 무단 폐기 문제 조사자료 등을 공식 요청했다.

홍성박 시 안전정책과장은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관리 방안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자료를 요청했다”며 “연구원의 불법 행위가 시민 제보로 밝혀진 만큼 원안위는 철저한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를 위해 시민과 전문가,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현장검증과 사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이 지난 13일 방폐물 무단폐기 책임을 물어 연구원장의 사퇴를 공식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대전시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대전시민의 생명과 법, 안전을 무시한 원자력연구원장은 사퇴해야 한다”며 “방사성폐기물을 일반쓰레기로 수년간 배출하고 배기가스의 측정기록까지 조작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완전한 범죄행위”라고 비난하고 “방사성폐기물을 무단폐기한 데 대한 책임자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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