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마침내 자유한국당으로 당 이름을 바꾸고 박근혜 대통령 지우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박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바라고 그가 만든 당 간판을 내린 것이다. 이 같은 노골적인 대통령 지우기가 이 시점에서 꼭 필요한 것이었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민심의 역풍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 
한국당은 박 대통령이 스스로 탈당을 결심하지 않은 이상 인위적인 출당 결정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완곡한 표현으로 자진 탈당을 권유한 것이다. 박 대통령을 징계하거나 제명하는 것보다 대통령이 알아서 ‘정리’하는 모양새를 만들어야 보수 재집결 대열에 박근혜 지지층을 앞세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제 당명을 바꾼 데 이어 강령과 당헌도 수정했다. 박 대통령의 슬로건이었던 ‘국민 행복’ 역시 삭제했다. 그리고 북한주체사상탑을 형상화한 당 로고를 채택했다. 이쯤 되면 ‘박 대통령 지우기’가 아니라 ‘정통 보수’의 정체성마저 모호해진 형국이다.
현 시점의 이 같은 박 대통령 지우기는 무엇보다 ‘태극기 민심’을 너무 모른 것 같아 안타깝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을 정치 고립시키면 자칫 한국당이 탄핵의 정당성을 인정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전국에서 태극기 집회의 열기가 뜨거워져 탄핵기각을 외치고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마당이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야권 지도부가 다시 ‘촛불’을 독려키 위해 대거 광장으로 몰려가고 있지 않은가. 그 사람들 모두가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을 선동꾼으로 몰아붙인 사람들이다. 이런 와중에 박 대통령 흔적을 지우는 일이 한국당에 도저히 득될 것 같지가 않다. 박 대통령을 앞장서 탄핵하고 새누리당을 ‘사이비 보수’로 몰아 ‘진짜 보수’를 외쳤던 바른정당의 지지율이 국회의원 몇 안 되는 정의당보다 낮게 5%대로 내려간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어쩌다 그 꼴이 났는지는 다 아는 그대로다. 탄핵 정국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야권의 전위대 노릇하다 저 모양이 난 게다. 그들은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면 의원직을 줄사퇴하겠다고 헌재를 압박하지만 이미 자신들은 민심의 탄핵을 받은 처지다. 유승민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이 나오면 달라질 것이라고 하지만 ‘글쎄’다.
‘적자 보수’는 박 대통령이 5년 전 무엇을 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침몰 위기에 놓여있던 한나라당을 오직 박근혜가 있어 건져낼 수 있었다. 50석도 건지기 힘들다던 한나라당을 총선 20여일 앞두고 대표직을 맡아 121석을 확보하는 선거 기적을 나타냈다. 2004년 총선 때는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호화당사를 국가에 헌납한다고 선언한 뒤 과감하게 천막당사로 옮겼다. 아무나 따라하지 못할 초미(焦眉)의 승부수였다.
한국당은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야 한다.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박 대통령이 솔선수범했듯 범보수층 재결집을 위한 피 튀는 노력을 행동으로 나타내야 할 때다. 그래서 사람은 지금 서 있는 자리보다 전에 서 있던 자리가 더 중요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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