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風前燈火), 갈 길 잃었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진짜 보수’를 외치며 자유한국당과 결별을 선언하고 만들어진 바른정당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창당 초기만 해도 ‘좀 다르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받으며 주목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각종 악재가 터지면서 좀처럼 지지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바른정당 대권 후보로 나선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지지율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장제원 대변인까지 개인사로 대변인직을 중도 사퇴하면서 악재가 겹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야심차게 대권에 도전했다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운명을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조롱까지 듣고 있다. 일요서울은 위기의 바른정당을 진단해 봤다. 

교섭단체 제외된 정의당 빼면 지지율 꼴찌
탄핵·조기대선 이슈 속에 반전 기회가 없다


지난 17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2월 3주(14~16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6%로 4위다. 이마저도 직전 조사에 비하면 1% 떨어진 수치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이 속한 더불어민주당이 44%로 지지율로 1위다. 이어 국민의당이 12%, 자유한국당이 11%로 2위와 3위다. 국민의당은 직전 조사와 변화가 없고 자유한국당은 2% 하락했다. 5위인 정의당 지지율은 3%다. 창당 직후 지지율이 2위까지 올랐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수치다. 하지만 마땅한 회복책도 없는 상황이다. 

모호한 당 정체성
한국당·민주당에 치여


바른정당의 인기가 시들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모호한 당 정체성이다. ‘진짜 보수’를 외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이 갖고 있는 보수당의 이미지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비박계 이미지가 더 강하다. 그런 데다 보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배신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바른정당 소속 국회의원들 면면을 살펴보면 젊고 의욕적인 의원들은 참신하다고 느낄 만한 구성이지만 이마저도 장점으로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 개혁적인 인물보다는 기존 인물들이 당 중심에 있는 것도 문제다.

의원직 총 사퇴 배수진
파급효과는 적어


자유한국당을 박차고 나왔지만 다를 것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창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여론도 있지만 탄핵과 조기대선이라는 이슈 속에 반전을 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 지지율 정체에 대해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는 혼란한 정치 상황이 원인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정병국 대표는 지난 1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지지율 하락에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일이 다가올수록 지금 국민들이 양 극단으로 흐르는 측면이 있다”며 “여론조사를 보면 지금 10% 내외 응답률을 보이고 있는데 다수는 말이 없고, 여야를 싸잡아서 비판하는 상황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정 대표는 “이만큼 극단적으로 흐르는 상황에서 원칙 있는 정치를 해보겠다는 우리 입장이 지금 조명을 못 받고 있다”며 “따라서 왜 창당을 했는지, 창당 정신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그 원칙을 고수하자는 것이 어제 토론의 결과”라며 탄핵 기각 시 의원직 총 사퇴 결의 배경을 설명했다. 

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은 지난 12일 여의도 당사에서 ‘필승전략 집중 워크숍’ 최종결과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기각된다면 탄핵을 추진한 책임을 지고 (32명 의원 전원이) 의원직을 총 사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극한 대립의 양상을 볼 때 헌재 어떤 결과 나와도 불복에 의한 사회적 국가적 혼란 예상된다. 바른정당은 헌재의 어떠한 탄핵결과에도 승복할 것이고 만약 탄핵이 기각된다면 탄핵을 추진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총 사퇴할 것”이라며 “반대로 탄핵이 인용된다면 탄핵에 반대한 새누리당 의원들도 책임정치 차원에서 의원직을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의원직 사퇴가 당론이냐”는 질문을 받고 “당의 입장”이라며 “(이날 불참한) 권성동 의원 입장과 상관없이 여기 있는 (국회의원과 시도지사, 시도당 원외의원장, 당협위원장 등) 65명 중 50명, 단 한 명도 반대를 안 했다”고 설명했다.

김무성계 VS 유승민계
단합이 안 돼


바른정당이 ‘진짜 보수당’으로서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당 단합 부족을 지적하는 여론도 있다. 

바른정당은 사실상 김무성계와 유승민계 의원들이 합쳐져 만든 정당이다. 김 의원과 유 의원은 원조 친박인사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멀어지면서 갈라서게 됐다. 이심전심으로 김 의원과 유 의원이 손을 잡고 당을 만들었지만 창당 이후 약간의 기싸움이 있었다.

그 원인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영입 문제였다. 당초 김 의원 측이 반 전 총장의 영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며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의 탈당을 유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영입은 실패했고 바른정당 초반 인기가 꺾여버렸다. 게다가 이미 대선 후보로 나섰던 유 의원 측은 김 의원의 이러한 행동에 실망을 했다는 후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반 전 총장 영입 실패에 따른 김 의원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새롭게 당을 창당한 상황에서 힙을 합쳐도 모자란데 여기저기서 파열음이 나다 보니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장제원 대변인 사퇴
뜻하지 않은 악재


바른정당이 좀처럼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악재가 터지기도 했다. 장제원 대변인의 사퇴다.

장제원 의원은 지난 12일 아들의 ‘인성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변인과 부산시당 위원장직에서 사퇴했다.

장 의원의 아들 장용준 군은 지난 10일 엠넷 ‘고등래퍼’에 출연하면서 큰 이슈가 됐다. 문제는 방송 직후 일부 네티즌들이 장 군의 트위터 계정이라고 주장하며 그의 과거 언행 등을 폭로하면서 논란이 됐다.

네티즌들은 특히 장 군이 자신의 어머니와 관련해 비상식적인 글을 게시하거나, 조건만남을 연상하는 듯한 글을 게시했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결국 장 의원은 12일 자신의 SNS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국민들께 사죄드린다”며 “이번 일로 상처받은 모든 분들께 깊이 사죄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이어 “모든 것은 저의 잘못이다. 바른정당 당원들과 애정을 갖고 지켜봐주신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바른정치 해보고자 시작한 지 얼마되지도 않아 당에 큰 피해를 입혔다. 대변인직과 부산시당 위원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후 장 의원은 “제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 수신제가를 하지 못한 저를 반성하겠다”며 “아들 문제뿐만 아니라 저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분들께도 참회하는 시간을 갖겠다. 저를 깊이 수양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실 장 의원은 바른정당의 스타 의원이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도 맹활약을 했다. 하지만 아들 문제로 뜻하지 않게 대변인직을 사퇴하게 됐다.

이제 시작이다
구애할 기회 아직있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후보 독주 상황에서 바른정당의 대선 후보가 반전을 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보수당 이미지를 굳힌 자유한국당으로부터 ‘보수당’ 이미지를 뺏어 오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보수 이미지를 버리고 중도를 선택할 수도 없다. 이미 국민의당이 ‘중도’ 이미지를 꿰 찼기 때문이다. 바른정당은 갈 길을 잃어버렸다.

다행스러운 점은 바른정당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다. 창당한 지 불과 한 달여가 지났을 뿐이다. 당장 눈 앞에 대선이 있지만 그 이후에는 당을 재정비하며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구애할 기회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실낱 같지만 바른정당의 희망은 보수 텃밭에 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배신자 소리를 듣지만 자유한국당에는 마땅한 대선 후보가 없다. 지금 거론되는 인사들로는 정권을 연장하는 게 힘든 게 사실이다. 자연스럽게 다음 대권을 준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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