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 이익치 단 한차례 만났을 뿐 … 현대 돈 한푼 받은 적 없어”이 “5차례 이상 만났고 2000년 2월경 총선 자금 지원 요청”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현대비자금 2백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권노갑 민주당 전고문은 구속된 이후에도 “돈받은 사실이 없다”고 검찰의 공소내용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고 정몽헌 현대아산회장과 이익치 전현대증권회장은 검찰에서 권전고문에게 대북사업 청탁 명목의 돈을 건넨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전회장과 고 정회장의 진술을 토대로 권전고문을 구속했지만, 권전고문은 이러한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재판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진실을 둘러싼 뜨거운 법정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일요서울>은 현대비자금 사건 관련 권전고문의 <검찰신문조서>와 권전고문과 이전회장 간에 이뤄진 <대질신문 수사기록>을 단독 입수했다. 권전고문과 이전회장의 평행선을 달리는 진술내용…, 만난 시점, 돈을 건넨 경위 등을 놓고 양측간 뜨거운 공방이 이뤄졌다. “‘노갑아. 우리가 이번 선거에서 1등을 하여야 하지만 불법한 돈은 받지 말아라’고 까지 말을 하였는데 제가 현대로부터 무슨 돈을 받았다는 것입니까. 저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이 살아온 사람입니다.”“지난 총선때 현대로부터 거액의 총선자금을 받지 않았느냐”는 검찰측 질문에 권전고문은 4·13총선전 3월경 김전대통령이 청와대로 불러서 이같이 당부했다고 말했다.권전고문은 검찰조사에서 “현대로부터 단 한푼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초지일관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익치 전회장의 진술 내용을 토대로 권전고문을 압박했다. 급기야 검찰은 권전고문과 이전회장을 대질신문키로 했다. <일요서울>이 입수한 <대질신문 수사기록>에 따르면 이전회장은 검찰에서 “김영완의 소개로 정몽헌과 함께 권 전고문를 만난 후 몇차례에 걸쳐 정몽헌과 함께 권 전고문과 김영완을 만났으며, 그 과정에서 피의자 권전고문이 정몽헌에게 돈을 요구하는 것을 직접 목격하였고, 정몽헌의 지시로 그 돈을 김영완에게 전달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전회장이 권전고문을 처음 만났다고 밝힌 시점은 1998년 3∼4월경. 김영완씨의 소개로 권전고문을 처음 만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전고문은 “1998년 1.20 형집행정지로 강북삼성병원에 입원했다가 같은 해 8·15 특별사면된 후 일본에 있다가 같은 해 12월 31일 귀국했다”며 “특별사면이 되기 전까지는 근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권전고문은 “1999년 초에 한번 만난 기억이 있는데 그 전에 만났다고 하는 건 이 전회장이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무슨 일로 만났는지에 대해서도 권전고문과 이전회장은 전혀 상반되게 진술했다. 이전회장은 “정회장이 권전고문은 대통령을 40여년간 모신 사람으로 권력의 2인자다. 대북사업을 하는 데 여러가지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한번 인사라도 하자고 해 만나게 됐다”며 “정회장이 권전고문에게 김영삼 정부때 대북사업을 잘하지 못하였는데 신정부에서는 현대가 대북사업을 하는 걸 좀 도와달라고 했고, 권전고문도 잘 알았다. 힘이 되는 대로 도와주겠다는 취지로 대답했다”며 정회장이 대북사업 협조를 구하기 위해 권전고문을 만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전회장은 이후 1999년 초경부터 2000년 4월 총선전까지 정회장과 함께 권전고문을 약 5회정도 만났고, 이 과정에서 200억원의 총선자금지원 얘기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권전고문과 정회장, 이전회장을 만나게 하는 중간역할은 권전고문과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 온 김영완씨가 도맡았다. 이전회장은 김영완을 통해 정회장과 자신이 권전고문을 소개받았고, 이후 만남도 김영완을 통해 이뤄졌다고 밝혔다.이전회장은 권전고문과의 대질신문에서 “98년 3∼4월경 만난 이후 권전고문이 입원중인 K병원에 병문안을 가 정회장이 봉투를 주면서 쾌차하시라고 하자 권 전고문이 고맙다며 받는 것을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이전회장의 진술에 대해 권전고문은 ‘발끈’했다. <검찰진술서>에 따르면 권전고문은 이전회장이 만났다는 시점과 대북사업 청탁을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 정면 반박했다. 권전고문은 대북협조건으로 만났다는 이전회장의 진술에 대해 “말이 되지 않는다. 대북사업은 박지원 임동원이 담당했고, 교도소에서 나온 사람인데 어떻게 제가 대북사업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겠냐”며 “집에서 근신하고 있는데 무슨 실세. 대북사업이 무엇인지 그 내용도 잘 모를뿐더러 현대의 정몽헌은 이미 박지원 전 문광부장관과 인연을 맺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K병원 병문안 건에 대해서도 권전고문은 “1998년 1월20일경부터 3월15일까지 입원했다. 방은 특실이 아니고 보통방이었고, 항상 제 처제와 딸이 있었다. 그리고 이 전회장은 1998년 3~4월경 제 집에서 저를 만난 후 병원에 왔다고 하는데 이익치 말대로라면 병문안을 먼저 온 후 집에 찾아와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전회장의 진술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총선자금 얘기가 오고갔다는 문제의 시점인 2000년 1월경∼2월경 S호텔 커피숍 만남에 대해서도 양측은 판이하게 맞붙었다. 권전고문은 “정회장이나 이전회장을 99년 단 한차례 만난 것 밖에 없다”며 S호텔 식당이나 커피숍에서 5차례 만났다는 이전회장의 진술을 완전히 뒤집었다.이전회장은 “김영완이 시간과 장소를 정해서 정회장에게 권고문님이 보자고 한다고 연락을 하면, 정회장이 불러 같이 가자고 해 4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며 “이 자리에서 권고문이 대북사업 잘 돼가냐고 물었고 정회장은 금강산 카지노 및 면세점 사업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리고 권고문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최대한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겠다며 총선때 돈이 좀 필요하다, 총선이 임박했다, 막바지다. 김영완이 해달라는 대로 가능한 한 빨리 도와달라고 하자 정회장이 고개를 조아리며 ‘예예’ 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전고문은 김영완은 외국에 자주 다녀 저하고도 만나기 힘든데 정몽헌 이익치 김영완 4명이 함께 만난 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전회장이 주장한 대북사업 청탁에 따른 총선자금 요청 부분에 대해서도 권전고문은 “이익치와 정몽헌이 나와 처음 식사를 한 시기는 이미 대통령의 필생의 사업으로 관광사업이 진행되고 있었고, 남북정상회담 준비도 시작되어 있었으며, 유관기관과 정회장 김윤규 사장이 금강산 관광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어려움이 없었다”며 “이익치의 진술은 전부 거짓이다. 모든 진술내용이 논리적으로나 상황적으로 전후가 모순된다. 또 신라호텔 중식당과 일식당에서 3번 식사를 하였다면 누가 예약을 하였는지 확인해보기 바라고 5번이상 무슨 목적으로 만났는지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권전고문은 정회장과 이전회장을 1999년경 단 한차례 만난 것을 제외하고, 이전회장의 주장을 전부 부인했다. 만나지 않았는데 무슨 총선자금을 받았냐는 것이다. 그럼 현대가 권전고문을 통해 전했다는 200억원의 행방은 어떻게 된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해 김영완은 최근 변호사에게 보낸 자술서에서 “2000년 2-3월경 정회장으로부터 사무실에 오라고 연락을 받고 방문, 정회장이 200억원이 준비되면 이회장이 연락을 할 테니 권의원에게 전해주라고 했고, 며칠후 이익치가 전화로 돈이 준비되었으니 큰차를 가지고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뒷길로 오라 하여 부인에게 봉고차를 운전하는 기사를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앞으로 보내라고 한 후 현금 1,000만원 뭉치로 20개인 2억원씩 돈이 들어 있었으며 같은 방법으로 3~4회에 걸쳐 200억원을 현대로부터 전달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권전고문은 “김영완의 자술서가 진짜 맞는지 의심스럽다”며 김씨의 자술서가 조작된 것 같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씨와 대질신문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권전고문은 김씨로부터 10억원을 빌렸다고 말했다.

총선때 약 145억원을 모금하였고, 그중 35억원은 정상적으로 영수증 처리. 약 110억원은 지인들로부터 빌려서 당에 입금하였는데 영수증 처리 하지 않았고 김윤규 사장이 10억원 가지고 온 것은 영수증 처리했다는 게 권전고문의 주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권전고문의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 검찰은 ▲김영완이가 현대로부터 100억원을 받았는데 선거자금으로 사용하면 어떠냐고 제의를 하여서 이를 거절하고 그 대신에 김영완으로부터 10억원을 빌렸다고 진술한 점 ▲정몽헌·이익치 등 관련자들의 각 진술과 출금전표 사본의 기재에 의하면 현대는 피의자로부터 자금 지원 요청을 받고 피의자의 지시를 받은 김영완이가 그 금액을 현금 200억원으로 제시하자 용선료를 지불한 것인양 출금전표를 허위로 작성해 비자금 200억원을 조성 김영완 측에게 전달한 점 ▲피의자가 4·13 총선 후 정회장에게 200억원에 대한 감사전화를 한 점 등을 들어 현대로부터 200억원을 받은게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현대비자금의 진실을 둘러싼 법정공방은 상당히 뜨거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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